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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미끄러져도 괜찮다… 실패도 R&D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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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김정규 기자

승인 : 2026. 07. 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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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GR 모터스포츠 클래스 체험기
GR86 드리프트, 단단함·안정감 인상
친환경차 프리우스의 극한 주행도
토요타, 서킷 데이터 양산차로 옮겨
지난 2일 충남 보령 아주자동차대학교에서 열린 토요타 GR 모터스포츠 클래스에서 GR86의 드리프트 주행 모습. /제공=한국토요타자동차
"과거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직접 서킷을 달리다 차량이 전복된 적이 있습니다. 보통이라면 폐차하거나 숨겼겠죠. 하지만 우리는 그 찌그러진 차를 일본 토요타 테크니컬센터 중앙 홀에 그대로 전시했습니다. 출퇴근하는 엔지니어들이 매일 그 차를 보며 '더 안전하고 더 좋은 차를 만들자'고 다짐하도록 말입니다."

지난 2일 충남 보령 아주자동차대학교에서 만난 이병진 한국토요타자동차 부사장은 잠시 말을 멈춘 뒤 이렇게 덧붙였다.

"토요타에서는 실패도 연구개발(R&D)입니다."

그 말은 이날 서킷에서 직접 몸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토요타에 모터스포츠는 우승 트로피를 위한 쇼가 아니라 양산차를 완성하는 가장 가혹한 연구개발 현장이다.

첫 번째 체험 차량은 후륜구동 스포츠카 'GR86'이다.

박상현 아주자동차대 모터스포츠학과 교수가 가속페달을 깊게 밟자 굵직한 배기음이 적막을 갈랐다. 출발과 동시에 뒷바퀴가 노면을 움켜쥐며 차체가 미끄러졌고, 이내 드리프트가 시작됐다.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어내는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짙은 고무 냄새가 객실 안까지 밀려들었다.

차량은 순식간에 옆으로 흘렀다. 창밖 풍경은 옆으로 흘러가는데 몸은 원심력에 떠밀려 시트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의외였던 것은 불안감이 아니라 안정감이다. 차체는 거칠게 움직였지만 운전자가 의도한 궤적은 단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시트는 몸을 단단히 붙잡았고 스티어링은 노면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토요타가 말하는 '운전의 즐거움'은 단순히 빠른 속도가 아니라 운전자가 차량을 끝까지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감각이라는 것을.

이어 직접 운전대를 잡은 차량은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다.

솔직히 출발 전까지는 편견이 있었다. 프리우스는 높은 연비와 정숙성을 앞세운 친환경차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번째 슬라럼 구간에 진입하는 순간 그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인스트럭터의 신호에 맞춰 스티어링 휠을 빠르게 꺾자 전기모터와 엔진이 만들어내는 시스템 최고출력 223마력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차는 지체 없이 코너를 파고들었고 연속된 라바콘 사이에서도 차체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배치해 무게중심을 낮춘 덕분인지 좌우 롤은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스티어링을 통해 전달되는 접지감은 분명했고, 속도를 높일수록 오히려 차량에 대한 신뢰가 커졌다.

'연비 좋은 차'라는 프리우스의 이미지 뒤에는 극한의 주행 환경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도록 다듬어진 섀시와 서스펜션, 그리고 서킷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숨어 있다.

이 부사장이 보여준 전복 차량 사진과 서킷에서 직접 경험한 두 대의 차량은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이어졌다.

토요타는 연구소에서만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다. 서킷에서 부서지고, 미끄러지고,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얻은 데이터를 다시 일반 소비자가 타는 양산차에 담는다. 실패한 차량조차 엔지니어들에게는 가장 값비싼 교과서인 셈이다.

토요타가 모터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도 단순히 '경주'에 머물지 않는다. 궁극적인 목표는 자동차 문화의 정착이다.

이 부사장은 일본 후지 스피드웨이와 독일 뉘르부르크링의 풍경을 소개하며 "경기장 주변에 텐트를 치고 가족들이 바비큐를 즐기며 24시간 레이스를 함께 본다. 아버지 손을 잡고 찾았던 서킷이 세대를 잇는 주말 문화가 된 것"이라며 "우리에게도 이런 풀뿌리 자동차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가 국내 유일의 모터스포츠학과를 운영하는 아주자동차대학교에서 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토요타는 2020년부터 산학협력 프로그램(T-TEP)을 통해 실습용 차량과 일본 연수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박상현 아주자동차대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경주차를 직접 설계·정비하고 내구레이스에 출전하며 현장 중심 교육을 이끌고 있다.

최근 토요타가 르망 24시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입증하고, 현대자동차 제네시스도 내구레이스 도전을 선언하면서 국내에서도 모터스포츠를 단순한 레저가 아닌 기술 개발의 시험대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유민하 한국토요타자동차 부장은 "토요타 가주 레이싱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고성능 차량을 개발하는 동시에 전기차와 수소엔진 등 멀티 패스웨이 전략으로 다양한 고객 요구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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