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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서 ‘페인트’ 뗐다…SP삼화의 첨단소재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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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6. 07.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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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변경 넘어 포트폴리오 개편
도료 기술 기반 신소재 사업 추진
반도체·방산·친환경 분야 고도화
고객사 확보 등 수익성 입증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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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화페인트가 'SP삼화'로 이름을 바꾼 지 100일을 넘겼다. 80년 가까이 지켜온 '페인트' 간판을 내려놓은 회사는 반도체 패키징 소재와 방산 소재, 친환경 기능성 소재를 앞세워 전통 도료 기업에서 첨단소재 기업으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화페인트공업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SP삼화'로 변경했다. 1946년 설립 이후 80년 가까이 사용해온 '페인트' 명칭을 사명에서 제외한 것이다. 단순한 브랜드 개편을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의지를 드러낸 조치로 해석된다.

기존 삼화페인트는 건축용·공업용·자동차보수용 도료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국내 건설경기 둔화와 원재료 가격 변동성, 친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전통 도료 사업만으로는 성장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회사는 기존 도료 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 전자재료, 에너지, 방산 등 고부가가치 소재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체질개선의 핵심 축은 반도체 소재다. SP삼화는 삼성SDI와 공동 개발한 고성능 MMB(에폭시 밀봉재 제조용 반제품)를 앞세워 반도체 패키징 소재 시장에 진입했다. 해당 소재는 모바일 기기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패키징에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AI(인공지능) 서버용 D램과 낸드 메모리 등 고성능 반도체 분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도체 패키징 소재는 최근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함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분야다. 반도체 미세공정 경쟁이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칩 성능을 높이기 위한 패키징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SP삼화가 기존 도료 사업에서 축적한 수지·첨가제·코팅 기술을 반도체 소재로 확장하려는 것도 이 같은 시장 변화와 맞닿아 있다.

방산 소재도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SP삼화는 방산 스타트업 플라이어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스텔스 소재와 전자파 차폐 소재 분야로 사업 보폭을 넓혔다. 플라이어는 섬유형 스텔스 소재와 투명 전자파 차폐 필름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SP삼화는 자사의 도료·코팅 기술과 플라이어의 특수소재 기술을 결합해 방산용 기능성 소재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기존 페인트 기술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도료는 단순히 색을 입히는 제품을 넘어 방열, 절연, 전자파 차폐, 내화, 방오, 스텔스 등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는 소재로 진화하고 있다. SP삼화가 반도체와 방산 분야를 겨냥하는 것도 표면처리와 코팅 기술을 고부가가치 산업재로 전환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친환경 소재 역시 체질개선의 한 축이다. 글로벌 건설·제조업계에서 탄소 저감과 유해물질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도료와 기능성 코팅재 수요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SP삼화는 친환경 인증 제품 확대와 지속가능경영 체계 구축을 통해 기존 도료 사업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ESG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SP삼화 관계자는 "80년간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첨단 고기능 소재와 신소재 분야로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며 "글로벌 종합화학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건은 실적화다. 반도체 소재와 방산 소재는 성장성이 큰 분야지만 아직 회사 전체 매출과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충분히 확인된 단계는 아니다. 신사업 기대감이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급 확대와 추가 고객사 확보, 수익성 입증이 뒤따라야 한다.

기존 도료 사업과 신사업 간 균형도 과제로 꼽힌다. 도료 사업은 여전히 회사의 주력 매출 기반이다. 첨단소재 분야로 사업을 넓히더라도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기존 도료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고객 기반을 신소재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체질개선 속도는 한층 빨라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SP삼화의 사명 변경을 단순한 이미지 쇄신보다 사업 정체성 전환의 신호로 보고 있다. '페인트 기업'이라는 틀을 벗고 반도체·방산·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평가받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름을 바꾼 만큼 시장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회사가 '페인트를 넘어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신사업 기대감을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증명해야 한다. 80년 도료 기업의 변신이 선언에 그칠지, 첨단소재 기업으로의 재평가로 이어질지는 향후 반도체 소재와 방산 소재 사업의 실적화 속도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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