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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총리 얼굴 훔쳤다”…동남아 딥페이크 사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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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7. 1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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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선 줌 회의서 총리 사칭, 57억원 피해
인터폴 "AI 범죄 동남아 최대 신흥 위협" 경고
범죄 포럼 딥페이크 논의 600% 급증…전문가도 속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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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싱가포르에서 AI(인공지능)를 이용한 딥페이크 사기가 발생하고 있다. 싱가포르 경찰이 공개한 로렌스 웡 총리 사칭 딥페이크 줌 화상회의의 모습/싱가포르경찰
동남아시아에서 AI(인공지능)로 정상의 얼굴과 목소리를 복제한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총리를 사칭한 딥페이크가 줌(Zoom) 화상회의에 등장해 한 피해자에게서 57억 원을 빼돌려 파문이 일고 있다.

1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한 싱가포르 시민은 최근 내각 비서실에서 왔다는 왓츠앱 메시지를 받고 비공개 화상회의에 참석했다. 화면에는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대통령, 장관, 외국 외교관들이 호르무즈해협 관련 자금 지원을 논의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총리 역의 딥페이크가 회의를 마무리하며 참석에 감사를 표한 뒤, 가짜 변호사가 전화를 이어받아 자금 이체를 안내했다. 이를 실제 정부 절차로 믿은 피해자는 490만 싱가포르달러(약 57억 원)를 송금했고, 이후 해당 계좌는 곧바로 사라졌다.

AI를 악용해 정치인들을 사칭하는 사기 수법은 싱가포르만의 일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2024년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당선 직후 그의 얼굴과 목소리를 복제한 인스타그램 영상이 퍼졌다. "아직 제 지원금을 못 받으신 분 있나요?"라는 가짜 발언에 속아 20개 주에서 불특정 다수가 최대 100만 루피아(약 8만2500원)씩 행정 수수료를 송금했다.

필리핀에서는 마르코스 대통령의 얼굴을 입힌 온라인 투자 홍보 영상에 속은 한 치과의사가 9300만 페소(약 22억5000만 원)를 잃기도 했다.

인터폴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AI 기반 범죄를 동남아시아의 최대 신흥 위협으로 지목했다. 2024년 1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아시아·남태평양 지역에서 피싱과 관련 사기가 가장 큰 금전 피해를 낸 사이버범죄로 집계됐으며, 조사 대상국의 3분의 1이 1만 건 이상의 피해를 기록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5개월 동안 범죄 포럼과 텔레그램에서 딥페이크 관련 논의가 600% 급증했다.

이런 사기가 먹히는 이유는 기술적 취약점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에 있다. 인터폴은 딥페이크 사기의 핵심을 '사회공학적 기법', 즉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의 신뢰를 공략하는 방식이라고 짚었다.

필리핀심리학회 소속 임상심리학자 쥰 안젤로 수글라오는 "권위를 존중하도록 자란 사람이 많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인물을 사칭하면 의심보다 순응이 먼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음성 복제 기술이 더해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수글라오는 "가까운 사람이 우는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면 이성적 판단이 완전히 마비된다"고 덧붙였다.

AI가 파고드는 것은 피해자의 심리만이 아니다. 범죄 조직의 운영 방식 자체도 바뀌고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제러미 더글러스 부국장은 "범죄조직들이 더 적은 인원으로 사기 범죄를 저지르면서, 대형 사기 단지에서 분산된 네트워크형 거점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캠워치 필리피나스 공동창립자인 아르트 사마니에고도 "예전에는 문법 오류 등으로 사기를 눈치챌 수 있었다면, 지금은 AI가 완벽한 문장과 가짜 웹사이트를 만들어낸다"며 "AI가 범죄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을 두세 배로 높이고 있다"고 했다.

AI를 활용해 범죄수법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기존 식별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마니에고는 "AI가 인간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어색한 표현이나 부자연스러운 눈 깜빡임 같은 전통적 탐지 단서가 쓸모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작성한 피싱 이메일은 사람이 클릭할 확률이 기존보다 4.5배 높다. 사마니에고는 "긴급하거나 큰돈이 오가는 요청을 받으면, 아무리 아는 사람처럼 보이더라도 해당 메시지나 전화에 직접 응답하지 말고 반드시 별도 채널로 본인 확인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마니에고는 "온라인에서 누군가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진짜라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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