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강경파, 민족주의 앞세워 협상파 압박…호르무즈 통제권 고수
후티, 홍해 관문 바브엘만데브 봉쇄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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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역내 미사일 공격을 협상 지렛대로 유지하면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강압적 소모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의회의 전쟁 제동과 이란 내부의 민족주의 결집,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위협이 겹치면서 협상 재개보다 장기화와 오판에 따른 확전 위험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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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5개월째를 맞이하는 전쟁에서 대이란 전략을 세 차례 바꿨다고 분석했다. 개전 초인 2월 28일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지도부와 탄도미사일 전력을 겨냥한 집중 공습이 첫 번째였고, 5주간 공습 뒤 4월에 단행한 해상 봉쇄가 두 번째였다. 6월 18일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봉쇄를 해제했으나, MOU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봉쇄 복원과 제한적 공습 병행이라는 세 번째 전략을 선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 통과 화물 가치의 20%를 통행료로 징수하겠다는 전날 방침도 하루 만에 철회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중동 지도자들과의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바탕으로, 20% 미국 보상 수수료(United States Reimbursement Fee)를 다양한 중동 국가들의 대미 무역·투자 협정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쿠웨이트 지도자들이 직접 전화해 "다른 방식으로 투자하겠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어떤 걸프 국가가 구체적인 신규 투자 약속을 했는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 통과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은 13일 하루 10척으로 전쟁 전 하루 약 130척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고 선박 추적 업체 케이플러(Kpler)가 집계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1.7% 오른 배럴당 84.73달러(12만6332원)로 약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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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측이 무차별 전면전 대신 선별된 표적 타격으로 신호를 주고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군은 이란 남부의 군사시설과 해안 방어체계 등 수백 곳을 타격하면서도 테헤란과 주요 대도시는 피했다.
FT는 이란 북동부 러시아·중국과 연결되는 철도 교량을 타격한 것은 전면전 재개 시 육상 봉쇄도 가능하다는 신호였다고 짚었다.
이란은 바레인·쿠웨이트·요르단의 미군 시설을 공격했으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공격하지 않았다. FT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재참전을 유발할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전의 핵심 변수는 양측의 군사적 제약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이란은 4월 잠정 휴전 이후 3개월간 미사일 전력을 복구했다. FT는 최근 걸프 미군기지 공격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정확도 향상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반면 WSJ는 미국의 무기 재고 감소가 지속적인 타격 능력을 제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에 배치됐던 B-52 폭격기 6대의 귀환도 미군의 전력 운용 변화를 보여준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인 케네스 폴락 중동연구소 부회장은 WSJ에 "우리는 지금 강압적 소모전에 갇혀 있으며, 양측이 상대를 알 수 없는 고통의 임계점 너머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이란이 호르무즈 통제권을 유지해 미국의 무력 압박에 맞설 협상 지렛대를 지키려 한다고 분석했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ICG) 분석관은 FT에 "양측이 전쟁을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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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내부에서는 고조된 민족주의 열풍이 외교적 타협 공간을 급격히 좁히고 있다고 WSJ가 보도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강경파는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피살 이후 장례식에서 분출한 애국 정서를 활용해 온건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의 타협 여지를 옥죄고 있다.
장례식에서 군중은 "정상화를 원하는 자들에게 죽음을", "배신자들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쳤으며, 아라그치 장관은 복수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을 든 군중에게 쫓기며 정체불명의 물체를 맞았다고 WSJ는 전했다.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리 지도자와 인민을 암살한 범죄자들의 죽음은 침대에서의 자연사가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경파 일간지 함샤리(Hamshahri)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수배 전단식 이미지를 게재했다.
강경파 의원이자 전 협상단 구성원인 마흐무드 나바비안 이란 의원은 11일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관리 방안을 협상 대상으로 삼은 것이 합의의 '명백하고 확연한 약점'이라며 "혁명수비대가 어떤 일이 있어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배타적 통제권을 관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베흐남 벤 탈레블루 이란 프로그램 선임국장은 WSJ에 "모즈타바는 이란 외교관들에게 한번 해보라는 신호를 보내면서도 어차피 결론은 없다는 것을 암시했다"며 "협상가들을 협상력 없이 무대 위에 세운 격"이라고 분석했다.
민족주의 정서는 반정부 성향 시민들까지 흡수하고 있다. 2022년 히잡 시위에 참가했고, 1월 시위에서 최루탄을 맞았던 34세 스타트업 창업자가 친척 집이 공습으로 파괴된 후 입대해 군복 사진을 공개했다고 WSJ은 전했다.
외국 기업 대상 이란 지정학 컨설턴트 무스타파 파크자드는 "IRGC는 호르무즈를 지배하는 한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국내 권력에서도 주도권을 유지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며 "민족주의는 일시적으로 편리한 감정"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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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안사룰라(후티) 반군이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봉쇄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이란의 추가 압박 카드로 떠올랐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라는 두 핵심 해상 통로가 동시에 위협받는 구도로 분쟁이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사룰라 정치국원 모하메드 알파라는 "상황이 악화되면 바브엘만데브와 호르무즈 해협이 작전 연동을 통해 동시에 봉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라는 양대 에너지 동맥을 동시에 위협하는 구도로 분쟁을 확장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안보학과 안드레아스 크리그 선임강사는 로이터에 바브엘만데브 봉쇄를 "호르무즈에 이은 이란의 또 하나의 핵 옵션"으로 규정하면서 미국이 이란의 핵심 기반시설에 대한 타격을 강화할 경우 이란이 이 카드를 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소재 걸프연구센터의 압둘아지즈 사게르 의장은 로이터에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항행을 교란할 능력은 보유하고 있지만, 이란 정권의 명시적 지시 없이 실행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멘에서도 긴장이 재고조됐다. 후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조문단을 태운 이란 항공기의 착륙을 막기 위해 사나 국제공항을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후티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사우디 아브하 국제공항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 사우디 당국은 사나 공항 공습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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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란전 수행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국방예산 심의까지 흔들었다. 상원은 이날 1조1400억달러(1699조1700억원) 규모의 국방수권법(NDAA)의 토론 개시 표결에서 찬성 50표·반대 46표로 필요 정족수 60표에 미달해 절차 자체가 차단됐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NDAA가 우리가 이란에서 목격하고 있는 무모한 행동에 대한 허가증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태미 덕워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통제 불능의 군사작전에 돈을 더 쏟아붓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영구전으로 가는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지렛대를 장기적으로 약화하기 위한 우회로 확보에도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가 이라크 키르쿠크에서 시리아 지중해 연안 바니야스를 잇는 약 500마일(800km) 원유 파이프라인 복원을 추진 중이라며 토머스 배럭 시리아·이라크 특사가 이라크·시리아 당국자 및 셰브론(Chevron) 등 기업들과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초기 이후 수십 년째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협상 재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AP는 파키스탄 주도 중재가 진행 중이며 지역 중재국들이 미국과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되돌리기 위해 24시간 가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다나 스트룰 전 국무부 중동 담당 관리는 FT에 "어느 쪽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오판의 위험은 매우 높아 더욱 확전적인 사이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셉 보텔 전 중부사령관은 WSJ에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통제 집착과 미사일·드론을 통한 역내 위협, 핵 프로그램을 동시에 다루는 장기 전략을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며 "이것은 장기적인 노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