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재산·소득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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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매체 텡그리뉴스에 따르면 카라사이 지방법원은 22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의 조카이자 기업가 고(故) 볼라트 나자르바예프의 아들인 누르볼 나자르바예프가 수천억원대 채무를 이유로 3번째 신청한 파산 절차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누르볼 측이 실제 재산과 소득 현황을 충분히 제시하지 않았으며 상업용 부동산 임대수익과 배당금, 예금이자 등 주요 수입원에 대한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누르볼이 일부 고가 자산을 제3자 명의로 보유하고 있으면서 구체적인 재산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지급 불능 상태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카자흐스탄 검찰 역시 누르볼의 반복적인 파산 신청의 목적이 국가 자산 환수 절차를 지연시키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누르볼은 국가 자산환수위원회 등에 약 637억 텡게(약 1800억원)의 채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파산 및 채무조정 절차를 잇따라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되거나 각하됐다.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누르볼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카자흐스탄 대표 재벌 가운데 1명으로 꼽힌 데 있다.
포브스 카자흐스탄은 올해 초 그의 자산 규모를 약 1억7900만달러(약 2500억원)로 평가했다. 그는 당시 프라임 캐피털 인베스트, 프라임 캐피털 홀딩, PLS 투자건설회사 등의 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의 부친인 볼라트는 알마티 최대 도매시장인 '알틴 오르다'를 비롯한 대규모 토지·유통 자산을 보유한 사업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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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2019년 퇴임한 이후에도 국가안보회의 의장과 집권여당 대표직을 유지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후임자인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한때 '꼭두각시'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또 석유·가스, 금융, 통신, 건설, 유통 등 국가 핵심 산업 상당수가 대통령 일가와 친인척, 측근 그룹의 영향권 아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나자르바예프 일가의 권력은 2022년 1월 반정부 유혈시위인 이른바 '1월 사건' 이후 급격하게 약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 이후 집권한 토카예프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친 개헌 등 대대적인 정치 개혁을 단행했고 나자르바예프 세력은 사실상 축출됐다.
아울러 부패 수사가 본격화됐고 이 과정에서 나자르바예프 일가가 보유했던 대규모 토지와 자산이 국가에 환수됐다. 특히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첫째 딸인 다리가 나자르바예바 전 상원의장 등 가족·인척이 보유한 자산 역시 지속적으로 조사 대상에 올랐다.
카자흐스탄 당국은 그동안 약 1조1500억 텡게(약 3조원)에 달하는 불법 자산을 환수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나자르바예프 정권 핵심 인사들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5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한때 '황태자'로 불렸던 카이라트 사티발디로부터 약 14억 달러(약 2조원)에 달하는 재산을 몰수했다.
현지에서는 누르볼의 잇따른 파산 신청을 단순한 개인 채무 문제가 아닌 '탈(脫)나자르바예프 시대'를 상징하는 상황으로 보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한때 국가 경제를 좌우했던 권력 가문이 불과 몇 년 만에 몰락한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상당한 자산을 은닉한 것인지는 명확히 파악되지 않아 의혹이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