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200억원 공동 R&D…AI·로봇·무인함정 기술 현지 실증
美 조선소 현대화·인력 양성·공급망 구축 지원…실제 발주·투자 연결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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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출범과 함께 한국 조선 3사와 미국 조선소·기술기업·대학 등이 공급망과 인력, 연구개발 분야에서 15건의 협약을 체결하면서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MASGA'도 구체적인 실행 틀을 갖추게 됐다. 다만 센터와 협약이 미국 함정 건조·유지보수정비(MRO) 수주와 실제 투자 집행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어지느냐가 향후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
산업통상부는 23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메이플라워호텔에서 미국 상무부와 '한미 조선협력센터(KUSPC·Korea-U.S. Shipbuilding Partnership Center)' 개소식을 공동 개최했다.
행사에는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비롯해 양국 정부·의회·기업·유관기관 관계자 13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 조선업계에서는 김형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유상철 HJ중공업 대표이사 등이 자리했다.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을 비롯해 HJ중공업, HMM과 정책금융기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도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러트닉 장관과 훙 까오 해군부 장관대행,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 연방의회 및 해사청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이번 센터 출범은 양국 산업당국이 지난 5월 8일 체결한 '한미 조선협력 파트너십 이니셔티브' MOU의 후속 조치다. 양국은 합의 이후 약 두 달 만에 미국 현지에서 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김 장관은 "KUSPC는 전 세계 유계가 없는 조선분야 협력 플랫폼으로서,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돕겠다는 한국의 굳은 의지와 약속의 상징"이라며 "KUSPC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의 우수한 조선기술이 미국 해안벨트 곳곳에 뿌리내리게 돕는 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500억불에 이르는 조선협력투자도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며 미국 측에 지속적인 선박 발주와 투자 인센티브, 규제 완화 등 사업 여건 개선을 요청했다.
◇조선 3사 '팀 코리아' 구축…美 조선소 현대화·공급망 참여
KUSPC는 한국 조선기업과 미국 조선소·기술기업·연구기관을 연결하는 현지 허브 역할을 맡는다. 미국 조선소 생산성 개선부터 숙련인력 양성, 기자재 공급망 구축, 공동 기술개발, 직접투자 사업 발굴까지 한미 조선협력 전반을 지원한다.
센터 대표로 선임된 이종건 센터장은 "한미 정부와 조선소, 대학·연구기관, 투자를 하나로 잇는 허브로서 미국 조선 전문인력 양성과 핵심 조선소 생산성 컨설팅, 한미 공동 기술개발을 추진하겠다"며 "1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도록 뒷받침해 미국 조선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을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개소식에서는 '팀 코리아' 구축, 공급망 협력, 인력 양성, 공동 기술개발 등 4개 분야에서 총 15건의 MOU와 계약이 체결됐다.
우선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KRISO, KUSPC는 미국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팀 코리아'를 구성했다. 조선 3사는 미국 조선소 현대화와 기자재 생태계 조성을, KRISO는 미래 조선·해양기술 연구와 실증을, KUSPC는 현지 정보와 네트워크 제공을 각각 맡는다.
공급망 분야에서는 국내 조선기업과 미국 기업 간 협력이 구체화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멘스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와 차세대 선박 설계·생산용 디지털 솔루션 구축 및 사업화를 추진한다. 미국 프레이저 인더스트리에는 조선소 생산성 진단과 자동화 기술 적용을 지원한다.
한화오션은 필라델피아 광역상공회의소와 현지 제조기업의 조선산업 공급망 참여를 확대한다. 국내 기자재 전문기업 JJ앤컴퍼니스는 니컬러스 브라더스와 에버렛 십 리페어에 기자재와 선박 수리 기술을 제공해 현지 MRO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HD현대삼호는 미국 워싱턴 유나이티드 터미널과 타코마항에 최신 항만크레인 4기를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조선소뿐 아니라 항만 인프라 현대화까지 협력 범위를 넓힌 것이다.
◇용접 교육부터 채용까지…美 인력난 해소 지원
미국 조선산업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숙련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된다.
한화필리조선소는 펜실베이니아주 델라웨어카운티 커뮤니티칼리지에 용접·도장 등 조선 기술교육을 지원하고 교육생의 현장실습과 채용을 연계하는 인력 공급 체계를 구축한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비거 마린그룹과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용접교육 시스템을 갖춘 인력양성센터를 공동 설립한다. KRISO와 조선협회, KUSPC는 미국선급협회(ABS)와 기술자격·안전훈련·인증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해 미국 조선 현장의 실무교육에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조선소에 국내 퇴직 기술자와 생산 전문가를 파견해 공정 효율화와 야드 운영 최적화, 품질관리, 환경경영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미국 조선소 관리자와 엔지니어가 국내 조선소에서 1~2개월간 현장 경험을 쌓는 산업 견습과정도 운영한다.
◇5년간 1200억원 공동 R&D…'한국 생산력+미국 AI' 결합
공동 연구개발은 KUSPC 사업의 또 다른 축이다. 산업부는 향후 5년간 총 1200억원을 투입해 한미 조선 공동연구를 지원한다.
한국 7개 기업·기관과 미국 9개 기업·기관은 한국의 선박 생산·건조 역량과 미국의 인공지능·로봇 원천기술을 결합해 총 8개 과제를 수행한다.
주요 과제는 'AI 기반 통합 선박설계 최적화' '3D프린팅을 활용한 5m급 핵심 기자재 제작' '알루미늄 함정 패널 자율용접' '대형 블록 외판 도장 자동화' '초대형 블록 운반용 자율주행 트랜스포터' '24시간 무인 배관 스풀 생산' 'AI 에이전트 기반 VR 교육' '소프트웨어 정의 무인함정의 자율항해·기관 제어' 등이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방산기술기업 안두릴과 무인함정의 자율항해·기관 자동화 플랫폼을 개발해 해상 실증에 나선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사로닉 테크놀로지스와 무인수상정 공동개발과 현지 조선소 자동화 적용을 추진한다.
한화오션은 미국 함정 설계기업 깁스앤콕스와 글로벌 고속수송함을 공동 설계하고, HD한국조선해양은 ABSG컨설팅과 차세대 자율운항선박 운용 플랫폼 개발 및 검증을 진행한다.
KUSPC는 올해 정부 예산 66억원을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전체 사업기간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이며 사업비는 199억3200만원이다. 센터는 워싱턴DC 한국무역협회 지부 건물 내 비영리법인 형태로 운영된다.
정부는 지난달 구성한 '한미 조선협력투자 협의체'와도 KUSPC를 연계한다. 한미전략투자공사와 수출입은행·산업은행·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미국 조선소 투자와 선박 건조 협력에 필요한 금융을 지원할 방침이다.
KUSPC 개소로 한미 조선협력은 현지 실행조직과 금융지원체계, 기업 간 협력사업을 모두 갖추게 됐다. 그러나 협력의 성패는 MOU 숫자보다 실제 사업성과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MRO·함정 수주 전환은 한미가 풀어야 할 '숙제'
국내 조선업계는 KUSPC 출범을 한미 조선협력이 정부 간 선언을 넘어 개별 사업을 발굴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 조선사들이 강점을 가진 설계·생산관리·스마트야드 기술을 미국 조선소 현대화와 연결하고, 인력 양성과 기자재 공급망까지 협력 범위를 넓힌 점은 향후 미국 시장 진출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미국 측이 국내 조선사들에 전투함과 군수지원함 관련 정보요청을 보내는 등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점도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15건의 협약과 센터 개소 자체보다 실제 발주와 사업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해군 MRO는 국내 조선사들이 시장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지만, 단발성 정비 물량을 넘어 다년 계약과 패키지 수주로 이어져야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조선소 투자 역시 1500억달러 규모의 협력자금이 어떤 조건과 방식으로 집행되는지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참여 속도와 범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함정 건조와 MRO 발주가 국내 조선사 수주로 얼마나 연결될지, 1500억달러 투자 가운데 기업이 감당할 사업과 정책금융이 지원할 영역을 어떻게 나눌지, 미국 내 규제와 자국산 우선 원칙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남은 과제다. 정부는 앞서 조선 3사와 한미전략투자공사,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사업 발굴과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했지만, 개별 사업별 투자 구조와 지원 조건은 앞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업계 다수 관계자는 "조선업계에서 KUSPC가 단순 연락사무소가 아니라 미국 정부·의회와 발주기관, 현지 조선소를 잇는 사업개발 조직으로 안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센터 출범으로 MASGA가 닻을 올렸다면 앞으로의 성적표는 미국 함정과 상선 수주, MRO 장기계약, 조선소 투자 집행 실적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