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발제 이후 소규모 토론과 패널 토론 이어져
당국 정책 검토 과정에서 토론회 제시된 의견 적극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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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광화문 한글 현판 병기'를 주제로 첫 번째 '모두의 토론회'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가 공동 주최한 '모드의 토론회'는 사전 모집을 통해 선정된 국민 200여 명과 문화유산, 역사, 한글, 도시경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것이 특징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추가하는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논의했다. 광화문 현판은 그동안 시대적 상황과 정책적 판단에 따라 한글과 한자,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왔다. 1968년 광화문 복원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필로 쓴 한글 현판이 처음 설치됐다. 이후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원형 복원을 이유로 한자 현판으로 교체됐고, 2023년 10월에는 기존 한자 현판의 균열로 인해 검정 바탕에 금색 글자로 된 현재의 한자 현판이 다시 설치됐다.
이날 행사에선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진행된 전문가 발제부터 치열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찬성 측 발제자인 박현모 세종국가경영연구원 원장은 "광화문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자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대한민국의 얼굴"이라며 "세종대왕 시기 한글이 창제된 역사적 의미와 국가 정체성을 반영해 한글 현판을 병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세계적으로도 문화유산의 원형 유지가 절대적인 원칙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와 새로운 가치를 반영하는 사례가 많다"며 "한글 현판 병기는 역사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이어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반대편 발제자인 김현경 한국전통문화대 국가유산관리학과 교수는 "광화문은 여러 차례 복원과 변화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하나의 현판만을 선택해왔다"며 "지금 제안된 한글 현판 추가는 과거의 변화와는 다른 중첩적 개입으로, 문화유산 보존 원칙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새로운 의미를 더하고 싶다는 취지가 문화유산의 형상을 변경할 충분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며 "현판 추가 대신 전시, 해설, 교육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글의 가치를 알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전문가 발제 이후 오후 행사에선 국민이 참여하는 소규모 토론과 전문가 패널 토론 등이 이어진다. 국민 참여자들은 소그룹으로 나뉘어 각자의 의견을 나누고, 전문가 패널들은 다양한 시각에서 쟁점을 심층적으로 논의한다. 행사 말미에는 현장 투표를 통해 국민 참여자들의 찬반 의견도 수렴한다.
정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향후 정책 검토 과정에서 적극 참고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누리집에 의견 게시판을 개설해 국민 여론을 추가로 수렴하고, 전문가 의견 조사와 대국민 설문조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축사에서 "(문체부는) 아무런 선입견 없이 오늘 토론회에 참여한 국민 여러분의 고견을 고르게 균형 있게 살피겠다"며 "오늘 토론회가 더 많은 국민들의 생각을 듣고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소중한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쟁점을 주제로 모두의 토론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모두의 토론회는 국민과 전문가가 함께 토론하고 숙의해 더 나은 정책을 만들어가는 공론의 장이자,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정책 결정 플랫폼"이라며 "다음 달에 열리는 두 번째 모두의 토론회의 주제는 '에스컬레이터 한 줄 타기냐, 두 줄 타기냐'다"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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