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사업 지연 막고 기업의 시간을 지켜서
혁신 이끌고 미래 경쟁력 키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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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P. 배런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는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면 시장 전략과 비시장 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비시장 전략을 정부로부터 특혜를 얻기 위한 기술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기업은 자신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정책과 규제, 사회적 쟁점을 미리 살피고, 정부와 의회,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의사결정 구조를 분석해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정당의 정책 방향과 공약, 국회의 입법과 예산, 정부의 규제와 지원 정책, 지방행정의 인허가와 도시계획은 기업의 투자 비용은 물론 사업 일정과 시장 진입 가능성까지 좌우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살펴야 할 비시장 환경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정책과 기술표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파악하고, 데이터와 근거를 갖춰 제도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또 공공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 기반 시설을 기술개발과 사업화로 연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 변화와 갈등 가능성을 사업성 분석에 반영해 인허가 지연과 계획 변경, 이해관계자 조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까지 계산해야 한다.
예를 들면, 테슬라는 독일 그륀하이데 공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2024년 법적 구속력이 없는 주민 의견 조사에서 약 65%가 확장안에 반대했고, 이에 테슬라는 산림 훼손 규모를 줄인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 사례는 투자 계획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우려를 미리 살피지 않으면 계획 변경과 추가 협의, 설계 수정에 따른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제2 본사를 세우는 과정에서 아마존은 버지니아주와 알링턴 지방정부와 함께 입지와 교통, 주거, 인재 양성을 아우르는 협력 전략을 추진했고 버지니아텍 혁신캠퍼스도 조성했다. 이러한 아마존 사례는 지역사회의 수용성과 공공의 신뢰가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지속적인 운영과 확장을 좌우하는 경영 조건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비시장 전략의 무대는 지역사회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제는 국경을 넘어 외교와 안보의 영역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AI와 반도체는 국가안보와 외교의 핵심 자산이 됐고, 글로벌 기술기업은 데이터와 연구 역량, 핵심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가에 준하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첨단기술이 외교 안보의 자산이 될수록 기업은 각국의 기술과 안보 정책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정부와 협력할 때는 데이터 활용과 연구 보안, 지식재산권의 범위와 책임도 미리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기업 현장과 지방행정을 모두 경험해 보니, 기업의 의사결정과 행정 절차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었다. 사업 계획 변경과 행정 협의가 장기간 이어진 현대자동차그룹 GBC 사례는 인허가와 공공기여, 이해관계자 조정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책임 주체와 판단 기준이 분명하지 않으면 기업은 여러 기관을 오가며 시간을 잃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책임 창구와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고, 협의 과정과 예상 처리 일정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기업 역시 지역 상생을 투자가 결정된 뒤 덧붙이는 사회공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성장전략의 일부로 설계해야 한다.
기업이 사업 계획과 투자 규모를 확정했다고 해서 투자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비시장 전략의 핵심은 문제가 생긴 뒤 비용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행정의 흐름을 미리 읽어 기업의 시간을 지키는 데 있다. 기업이 지역사회와 신뢰를 쌓고 정부가 예측 가능한 제도로 이를 뒷받침할 때, 기업은 투자와 혁신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그렇게 지켜낸 기업의 시간은 지역 인재와 산업 생태계를 함께 키우고, 나아가 대한민국 미래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김민경 외국 변호사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인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민경 외국 변호사 (미국 워싱턴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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