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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물 축제 꾸짖은 밀양시의장, 정작 가뭄 농심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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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오성환 기자

승인 : 2026. 08. 1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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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오성환 기자 증명사진
오성환 기자
폭염과 가뭄으로 논밭이 타들어 가던 8월 초, 손문규 밀양시의회 의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밀양시를 향해 날을 세웠다.

시가 추진하던 '2026 밀양 수퍼페스티벌'을 두고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시민들의 고통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대규모 물 축제를 여는 것은 민심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모든 행정력을 농업용수 확보와 가뭄 극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타들어 가는 농심(農心)을 대변하는 듯한 목소리에 농민들은 시의회가 가뭄 문제를 적극적으로 챙길 것이라는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이후 손 의장의 행보는 앞서 내놓은 메시지와 온도 차를 보였다.

우선 비판의 시점이 석연치 않았다. 손 의장이 입장문을 낸 지난 6일은 이미 물 축제를 위한 무대와 물놀이장 담수시설 등 행사 준비가 마무리된 시점이었다. 축제 준비가 상당 부분 진행된 뒤 나온 공개 비판을 두고 지역사회에서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나흘 뒤 손 의장의 현장 행보다.

손 의장은 지난 10일 산내면 신명교 등 지역 주요 물놀이 안전관리 현장을 찾아 안전관리 근무자와 여성민방위기동대원들을 격려했다.

여름철 피서지의 안전을 점검하고 폭염 속에서 근무하는 안전요원들을 격려하는 것은 의회가 챙겨야 할 일이다. 문제는 무엇을 먼저 챙겼느냐는 데 있다.

불과 나흘 전 집행부를 향해 "논밭이 타들어 가는 재난 상황"이라며 농업용수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하라고 요구했던 의회 수장이다. 그렇다면 그 메시지에 걸맞게 가뭄 피해 농경지와 농업용수 부족 현장을 먼저 찾아 실태를 확인하고 대책을 점검하는 모습이 뒤따랐어야 했다.

농민들이 기대했던 현장도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피서지가 아니라 물 한 방울이 아쉬운 논밭이었을 것이다.

지역의 한 농민이 "물 축제를 반대할 때는 농민들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줄 알았는데 가뭄 현장보다 물놀이 현장을 먼저 찾는 모습을 보니 메시지의 선후가 바뀐 것 같다"고 씁쓸해한 이유다.

정치인의 메시지는 행동이 뒤따를 때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집행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면 그 비판의 기준은 의회 스스로의 의정활동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가뭄을 이유로 물 축제를 문제 삼았다면 저수율과 농업용수 공급 상황을 직접 살피고 피해 농가의 목소리를 듣는 후속 행보가 필요했다. 필요한 예산은 무엇인지, 긴급하게 손봐야 할 대책은 없는지 따지는 것이 집행부를 견제하는 의회의 역할이기도 하다.

가뭄 현장을 외면했다는 인상을 남긴 채 물놀이 안전 현장 방문이 먼저 부각된다면 앞서 내놓은 물 축제 비판의 진정성까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집행부를 향한 비판이 정치적 공세였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의회는 말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손 의장과 밀양시의회가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할 곳은 물놀이장만이 아니다. 물 한 바가지가 절실한 농민들이 버티고 있는 농경지다.

집행부를 향해 농민의 어려움을 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의회가 어디를 찾았고 무엇을 했는지 보여주는 것까지가 지방의회의 책임이다.
오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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