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취재후일담] 美 우선주의가 만든 장벽…고려아연·효성·한화가 찾은 기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818010005794

글자크기

닫기

손강훈 기자

승인 : 2026. 08. 18. 18:00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손강훈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될 때마다 국내 산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관세 장벽은 높아지고 현지 투자 압박까지 거세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는 기술과 현지 생산기반을 앞세워 높아진 장벽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는 국내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려아연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무부에서 열린 광업계 원탁회의에서 고려아연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현지 투자자들이 추진하는 총사업비가 74억달러에 달하는 통합제련소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핵심광물 공급망 투자 사례로 거론했습니다.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의 전략과 고려아연이 수십 년간 축적한 제련·정제 및 희소금속 회수 기술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효성중공업도 미국 시장의 변화를 일찌감치 읽었습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2020년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인수부터 증설까지 총 3억달러를 투입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노후 전력망 교체로 전력기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 2월 미국 유력 송전망 운영사로부터 약 7870억원 규모의 765킬로볼트(kV) 초고압변압기·리액터 공급계약을 따냈습니다.

한화솔루션도 같은 맥락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무역확장법 Section 232에 따라 폴리실리콘과 파생제품에 최저수입가격(MIP)을 적용하고 잉곳·웨이퍼·셀·모듈 등에는 15%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했습니다. 해당 조치는 오는 12월 4일 시행됩니다. 저가 수입품의 가격이 오르면 조지아주에 생산시설을 갖춘 한화큐셀의 미국산 셀·모듈은 상대적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습니다. 무역장벽이 현지 생산에 먼저 나선 기업에는 보호막이 되는 셈입니다.

물론 세 기업의 성과와 기대를 모두 미국 우선주의 덕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고려아연은 제련·정제 기술을 갖췄고, 효성중공업은 초고압변압기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으며, 한화솔루션은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 현지 생산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기업이 미국의 정책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대응 방식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준비된 기업에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장벽이 아니라 경쟁자를 앞설 기회가 된 것입니다.

미·중 전략경쟁과 미국의 자국 우선 기조는 개별 기업이 바꾸기 어려운 변수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변화가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지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방향을 먼저 읽는 일입니다. 자신만의 기술을 쌓고, 현지 생산체계를 갖추고, 남들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 높아진 장벽을 넘기 위한 '답'은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손강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