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도시 연담화를 가져온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이들 지역의 경우 시장 논리에 따라 집값이 차등화되면서 수요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졌고, 이는 주거밀도를 낮추고 주거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형적인 요인에 의해 남쪽으로 주거 벨트가 우선 형성된 것이지만 북쪽으로 일산신도시 주변, 동쪽으로 남양주권역 등도 비슷한 신도시 및 택지지구가 개발되어 주택수요를 충족시켜 왔다. 소득 항상 등으로 주택 소유와 품질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일었던 베이비 붐 세대의 주거난 해소에는 대량 공급과 속도전(?)이 가능한 수도권 신도시 및 택지개발이 주효했으며 이로 인해 주택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출산과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현재 상황은 당시와는 사뭇 다르다. 우선 과거처럼 주거수요의 급팽창을 기대할 수 없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노인인구의 급증은 주택을 소화할 수 있는 시장 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되레 빈집이 늘어 새로운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시골은 물론 수도권, 심지어 서울에서조차 빈집이 늘어 대책을 세우느라 부산한 처지다. 일본의 경우 빈집이 천만 가구 이상으로 급증하자 수선 지원에서 철거지원으로 전환한 사례가 말해주듯 우리도 향후 빈집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한 동이 비어있는 끔찍한 일이 현실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정부가 공급 창구로 기대하고 있는 인천 계양, 하남, 남양주 왕숙 등 수도권 3기 신도시의 분양과 입주가 극히 우려스러울 정도다. 장기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는 지역의 주택 과잉 공급과 파장이 머지않아 수도권에도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 정원 미달 사태와 생산가능인구 감소, 노인인구 급증은 바로 이를 가속하는 요인이 될 것이며 첨단 생산 기반 시설 역시 제로섬게임으로 다른 지역 젊은 인구를 끌어오는 인구 재배치 기능을 할 뿐이다.
이는 곧 외곽 택지개발과 주택공급을 지양하고 도시 내부의 재정비로 주택수요를 충족시키는 혁신적 해법의 당위성을 제공한다. 주택난의 핵심지역인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기존 도시의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공급 부족과 주거 불안정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열망과 더 나은 주택에 살고자 하는 품격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효 시장 대책을 내놓고 합리적으로 이를 수용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집을 구하는 수요는 도심인데 외곽에 이를 건설해 충족시키는 연목구어 방식의 해결은 불가하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시의 독주로 출발한 주택시장은 초양극화로 가속화되고 있다. 강남 반포권에서 출발한 재건축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면서 수십억 원대의 초고가단지로 변했고, 이는 전체 주택시장을 흔드는 폭발물이 되는 것이다. 고급 선호지역인 한강 벨트의 재건축 사업 진행의 위축이 불러온 또 다른 역효과다. 유효수요가 많은 선호지역의 장단기 공급 확대를 위한 답은 정비사업의 단계별 활성화다.
수도권 기존 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땅을 개발해 주거지로 활용하는 것보다 기반시설이 존재하는 기존 도시의 낡은 주택을 헐고 시대에 맞게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유효하면서도 직접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다. 서울 중심 주거 분산을 위해 수도권 지역의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밀도와 기부채납 등을 달리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가 되는 청년 주거 사다리 구축과 전월세난, 출퇴근으로 인한 교통 등의 문제 역시 정비사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대출 규제를 비롯해 토지거래구역 지정, 조합원 갈등, 건축비 급등 등의 난제를 풀어 이를 합리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먼저 수립하고 공급 대책으로 내놓는 게 순리다. 무작정 수치 제어식 물량 규모만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도시는 그 나라의 얼굴이자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지난 1970년대 이후 개발 시대에 마구잡이식으로 지어진 주택을 AI 시대에 걸맞게 도시의 재구축(Restructuring), 스마트홈으로의 재건축, 새로운 주거 커뮤니티 시스템 구축 등으로 혁신하는 일은 필연이다. 이는 한류 열풍과 AI 강국의 위상을 한 단계 높여 미래 국가 자산을 키우는 것이다.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