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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소 “안 하던 짓을 해라”…예상하지 못한 것에서 찾은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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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8. 2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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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뮤지엄서 반세기 실험 집대성한 개인전
'던지기 조각'부터 회화·설치·판화까지 150여 점
Installation view, Lee Kang So Emergence and Dissolution, LOTTE Museum o...
이강소 개인전 '일어나고 사라지는(Emergence and Dissolution)' 전경. /롯데뮤지엄
전시장 바닥에 흙덩이들이 놓여 있다. 매끈하게 다듬은 조각과는 거리가 멀다. 누군가 흙을 움켜쥐고 내던진 듯한 불규칙한 형상이다. 한국 현대미술 거장 이강소(83)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관심 있게 봐달라고 한 '던지기 조각'이다.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강소는 "흙을 던져서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재미있는 모양이 나오고, 그것을 그대로 구워 조각으로 만들었다"며 "손끝을 떠나서 만들어지는 조각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 하던 짓을 해보니 또 재미있는 영역이 생겼다"며 "은연중에 자랑하고 싶은 영역 중 하나였는데, 이번 전시에서 저렇게 많이 깔리니까 더 강렬하게 보인다"고 했다.

롯데뮤지엄은 21일부터 이강소 개인전 '일어나고 사라지는(Emergence and Dissolution)'을 연다. 회화·조각·설치·판화·사진·영상 등 150여 점을 통해 1970년대 실험미술부터 최근 작업까지 반세기 넘게 이어온 그의 실험을 조명한다.

[작가사진] Copyright by Lee Kang So, Photo by Chanoo Park, Courtesy of Lee Kang So Zagupsil
이강소 작가. /롯데뮤지엄
이강소의 작업을 관통하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예상해서, 의도적으로 그리지 않는다"며 "기분이 괜찮을 때, 편안할 때 붓을 마음대로 놀린다"고 했다. 그렇게 붓을 움직이다 보면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 화면에 나타나고, "인위적으로 제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굉장한 신비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안 하던 짓을 해라'는 그의 작업 태도도 이번 전시의 중요한 열쇠다. "하던 짓을 하면 그것은 개념적으로 이미 내가 한 것"이고 "안 하던 짓을 하면 그것은 내가 처음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안 하던 짓을 해보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부터 회화의 틀을 벗어나 조각과 설치, 퍼포먼스, 판화, 사진, 영상 등으로 영역을 넓혀온 그의 작업 궤적은 이 말을 그대로 보여준다. 작품을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행위와 시간, 공간과 관계가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확장해온 것이다.

전시장 초입에서는 대표 회화 연작 '청명'을 바탕으로 한 LED 신작이 관객을 맞는다. 원작과 같은 크기의 화면이 맞은편 거울에 반사되고, 세 폭 사이의 틈도 그대로 드러난다. 실재와 이미지의 경계가 흔들리는 공간이다. 이어 '청명' '무제' '섬에서' 등 주요 회화 연작 11점이 펼쳐진다. 어렴풋한 오리와 사슴, 배의 형상 사이로 붓질과 여백이 두드러진다.

Installation view, Lee Kang So Emergence and Dissolution, LOTTE Museum o... (1)
이강소 개인전 '일어나고 사라지는(Emergence and Dissolution)' 전경. /롯데뮤지엄
이번 전시에서는 화선지와 먹을 활용한 한국화 형식의 신작도 처음 공개한다. '바람이 분다' 연작을 새로운 재료로 실험한 작업이다. 오래 이어온 회화적 탐구를 또 다른 방식으로 확장한 결과다.

1970년대 실험미술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낙동강변 갈대를 전시장으로 옮긴 설치 '여백', 석고가루 위를 닭이 돌아다니며 남긴 흔적을 작품화한 '무제-75031' 등이 대표적이다. 1973년 첫 개인전에서 선술집의 탁자와 의자, 술잔을 전시장에 들여놓고 일주일간 운영했던 '소멸'도 재해석했다. 이번에는 한국의 마당 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평상을 마련해 관객이 앉아 머물고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후반부에는 실제 작업실에서 조각을 천으로 감싸 보관하던 방식에서 착안한 '유령조각' 20여 점이 등장한다. 천 사이로 형상의 일부만 드러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경계를 만든다. 작가가 사용한 대형 붓과 작업 도구, 사진과 기록물도 함께 선보여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Installation view, Lee Kang So Emergence and Dissolution, LOTTE Museum o... (2)
이강소 개인전 '일어나고 사라지는(Emergence and Dissolution)' 전경. /롯데뮤지엄
전시 제목 '일어나고 사라지는' 역시 이강소가 바라보는 생성과 소멸의 문제를 담았다. 이날 그는 "일어나는 것 자체도 신비롭고, 사라지는 것도 신비롭다"며 "지금 우리가 살아 있는 그 자체가 정말 신비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슬픈 것이 아니라 아름다울 수도 있고, 너무나 멋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에게 작품은 완성되는 순간 끝나지 않는다. 붓질이 예상하지 못한 이미지를 만들고, 흙이 손을 떠나 우연한 형태를 만드는 것처럼 관객과 만나는 순간에도 새로운 의미가 생겨난다. 결국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은 형상뿐 아니라 시선과 기억, 경험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이강소가 반세기 동안 해온 실험을 과거의 성취로 묶어두지 않는다. 오히려 '안 하던 짓'을 계속하며 새로운 것을 만나는 현재진행형의 작가를 보여준다. 이강소가 "마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해주셨다"고 말한 '던지기 조각'은 그가 여전히 예상하지 못한 것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전시는 11월 1일까지.

2. Lee Kang So. Disappearance, 1973, Tables, chairs, display case,standing boards, makgeolli, Dimensions variable
이강소의 '소멸'. /롯데뮤지엄
4. Lee Kang So, Becoming-16-C-113, 2016, Ceramic. 47x18x50cm.
이강소의 'Becoming-16-C-113'. /롯데뮤지엄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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