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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사법부의 갈등은 올해 1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가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와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추천하면서 촉발됐다. 청와대와 사법부가 우선순위로 고려한 인물이 달라서다.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관례에서 벗어난 '서면 제청'을 했다. 결국 청와대는 해당 서면 제청을 반려하면서 재제청을 요청했고 대법관 한 자리를 둘러싼 갈등은 7개월째 봉합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인선 갈등의 여파가 고스란히 대법원 사건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이 3개 소부를 구성해 상고심 사건을 처리한다. 대법관 한명의 공백이 전체 재판을 마비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각 소부가 담당해야 할 사건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아울러 노경필 대법관이 지난 7월 신임 법원행정처장으로 취임하면서 재판 업무에서 빠졌다. 곧 퇴임할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임명된다면 추가 공백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후 대통령이 김 부장판사를 임명하는 데까지 절차가 남은 지라 이 대법관 퇴임 때까지 자리가 메꿔질 지도 미지수다.
노 전 대법관 후임의 실제 임명까지는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만약 새로 추천위를 구성한다면 인선에 소요될 시간은 더욱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2년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을 당시 대법원이 추천위를 새로 구성해 절차를 다시 진행했으나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약 3개월이 걸렸다.
그렇다 하더라도 서로 마음에 드는 사람을 제청할 때까지 핑퐁이 이어지는 것은 곤란하다. '누가 인사권을 더 많이 행사하느냐'의 문제가 아닌 대법원이 대법원으로서의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대법관은 대통령이나 대법원장을 위해 존재하는 자리가 아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자리이다. 그렇다면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모든 논의의 출발점 역시 국민이어야 한다.
2025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대법관 12명이 1인당 처리하는 사건 수는 4600건에 육박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받을 권리는 단순히 법원에 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역시 핵심적인 가치다.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사법부의 논쟁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국민의 권리가 후순위로 밀려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