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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잠재 부실기업 ‘역대 최대’… 건전성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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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6. 09. 0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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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신용평가 부실우려 기업 175곳
연체율 1% 재돌파… 무수익여신도 늘어
정책금융 역할 속 리스크 관리 시험대
IBK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기업 가운데 향후 부실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기업의 수가 올해 급증했다. 경영 악화로 인해 신용위험평가 대상에 오른 기업이 크게 늘어나면서 그동안 잠재돼 있던 부실 위험이 한층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다. 같은 기간 부실우려 기업이 줄어든 주요 시중은행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최근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과 부실대출 규모도 동반 상승하고 있어 기업은행의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기업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취약기업을 중심으로 부실이 빠르게 번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국책은행인 특성상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금융 역할을 지속해야 하는 만큼, 건전성 부담만을 이유로 대출을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잠재 부실에 대한 기업은행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하반기 실적을 판가름할 핵심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올해 상반기 실시한 기업신용위험 상시평가에서 '부실징후기업이 될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분류한 기업의 수는 175개로 집계됐다. 지난 2008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다. 이전에 최대치였던 2024년(121개)과 비교해도 50여 개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기업신용위험평가는 은행이 돈을 빌려준 기업의 재무 상태를 점검해 부실 가능성을 미리 가려내는 절차다. 최근 수년간 현금흐름이 좋지 않거나, 신용등급이 빠르게 떨어지는 등 경영상 위험 신호가 나타난 기업이 대상이다. 은행은 평가 결과에 따라 기업을 A~D 등급으로 나누는데, 이 중 부실징후기업이 될 가능성이 큰 기업은 B 등급에 해당한다. 빚을 갚지 못해 구조조정이 필요한 C·D 등급보단 사정이 낫지만, 향후 재무상태가 악화될 우려가 있어 잠재적인 부실기업으로 여겨진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작년에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등급이 하반기에 확정되면서 상반기 평가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적극적인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신용위험평가 대상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작년보다 사정이 나아진 시중은행과 대조적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부실 우려 기업 수는 작년 상반기 834개에서 올해 788개로 46개 줄었다. 평가대상 기업 수가 40여 개 감소한 영향도 있지만, 기업부실이 심화되는 국면에서 우량자산을 중심으로 여신을 확대해 온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최근 건전성 지표 흐름도 좋지 못하다. 기업은행의 6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1.01%로 작년 말보다 0.07%포인트 상승하며 다시 1%를 넘어섰다. 시중은행의 평균 기업대출 연체율(0.48%)보다 두 배 정도 높은 것이다. 여기에 이자도 받지 못하는 무수익여신 잔액도 기업대출에서만 일 년 새 5000억원 넘게 늘었다. 향후 추가적인 건전성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이 지난 7·8월에 기준금리를 연달아 올리면서, 늘어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기업을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다만 중소기업 고객이 많은 기업은행 특성상 기업 부실이 확산되는 국면에서는 건전성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다. 국내 중소기업대출 시장의 약 25%를 차지할 만큼 중소기업 금융 비중이 높은 만큼, 경기 변화에 취약한 차주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국책은행으로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이어가야 해, 시중은행처럼 건전성 부담을 이유로 대출 문턱을 높이거나 대기업대출을 취급하기도 쉽지 않다. 건전성 우려에 앞서 기업은행이 맡고 있는 정책금융 역할과 여신 포트폴리오의 특수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다.

기업은행도 건전성 대응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올해 하반기에 최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동시에 기업금융 데이터를 AI(인공지능)와 결합해 여신심사와 건전성 관리를 고도화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 자금 공급을 줄이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대출 문턱을 일률적으로 높이기보다는, 부실채권은 신속히 정리하고 잠재 위험은 조기에 걸러내는 방식으로 건전성 리스크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리스크 수준에 따라 별도 감리등급을 부여하고,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권고하고 있다"며 "건전성 관리체계 구축 등 연체율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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