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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날이 밝기 전이었다. 메신저 알림이 연달아 울렸다.
“선생님, 됐어요. ○○가 붙었어요. 조금 전에 발표가 났어요. 정말 감사해요.”
가까운 지인의 아들이 세계적인 명문으로 꼽히는 미국 M공대에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이었다.
아들을 위해 오랫동안 마음을 졸여온 어머니의 모습을 알고 있었기에 나 역시 진심으로 기뻤다.
그런데 이 합격 소식은 내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20여 년 전, 이 아이가 태어날 날짜를 정하는 출산택일(出産擇日)을 내가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후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미국 유학을 권한 것도 나였다.
조카처럼 지켜본 아이였지만, 한편으로는 아이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 관여했다는 책임감도 늘 마음 한쪽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쁨과 함께 오래 묵은 숙제를 하나 내려놓은 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런데 당시 내가 이 아이의 출산 날짜를 정했을 때 주변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아이의 사주에 명리학에서 흔히 ‘흉신(凶神)’으로 분류하는 칠살(七殺)이 강하게 작용하는 날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출산택일을 하면서 굳이 무섭다는 칠살을 넣어야 합니까?”
당연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피할 수 없다면, 제압할 힘을 만든다
당시 출산이 가능한 날짜들을 살펴보니 공통적으로 ‘겁재(劫財)’의 기운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겁재를 한자로 풀어보면 뜻을 짐작하기 쉽다.
‘겁(劫)’은 위협하거나 빼앗는다는 의미가 있고, ‘재(財)’는 재물을 뜻한다.
글자 그대로만 보면 ‘재물을 위협하는 기운’인 셈이다.
명리학에서는 겁재를 경쟁과 충돌, 강한 승부욕 등을 상징하는 기운으로 보기도 한다. 잘 활용하면 강한 추진력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면 갈등이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해석한다.
그렇다면 이런 강한 기운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나는 전쟁터를 떠올렸다.
상대 진영에서 사납기로 유명한 장수가 선봉에 섰는데, 우리 쪽에서는 마음씨 착하고 온순한 사람을 내보낸다면 어떻게 될까.
싸움이 되기 어렵다.
강한 상대를 맞으려면 그보다 강한 장수가 필요하다.
명리학적으로 겁재를 제어할 수 있는 강한 힘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칠살(七殺)이다.
칠살 역시 일반적으로는 거칠고 강한 기운으로 설명된다. 압박과 경쟁, 권위, 결단력 같은 성향을 상징하기 때문에 명리학에서는 대표적인 흉신 가운데 하나로 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흉신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강한 기운을 또 다른 강한 기운으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눈에는 눈’, 혹은 ‘이열치열(以熱治熱)’과 비슷한 원리다.
나는 겁재라는 강한 기운을 피하기보다 칠살이라는 더 강한 힘을 이용해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선택했다.
명리학에서 말하는 ‘중화(中和)’다.
사주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기운이 무조건 좋고 나쁜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운들이 얼마나 균형을 이루느냐에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흉신도 쓰기에 따라 달라진다
이 아이는 이후 캘리포니아의 유명 사립대인 S대학에도 합격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도 나는 새벽에 메신저를 확인해야 했다.
M공대와 S대학 가운데 어디를 선택할지를 놓고 가족의 고민도 깊었다.
대학 순위만 본다면 M공대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S대학을 권했다.
“랭킹은 M공대가 더 높은데 S대학을 가라고요?”
아이의 어머니는 의아해했다.
다행히 아이의 생각도 나와 비슷했다. 결국 S대학을 선택했고, 이후에도 자신의 분야에서 여러 성취를 이어가고 있다.
이 사례를 통해 내가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 있다.
명리학에서 흉신이라고 부르는 기운을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독(毒)도 잘 사용하면 약(藥)이 된다.
반대로 아무리 좋은 약도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다.
칠살 역시 마찬가지다.
거칠고 강한 기운이라고 무조건 제거해야 할 대상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경쟁을 이겨내는 힘이 되고, 결단력과 추진력이 될 수도 있다.
흉신이라는 이름만 보고 겁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적토마를 탄 장수가 방천화극을 들고 나를 향해 돌진한다면 무서운 적이다.
하지만 그 장수가 내 편이 되어 적진을 향해 달려간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보다 든든한 장수가 또 어디 있겠는가.
명리학에서 중요한 것도 결국 같다.
좋은 기운만 모으는 것이 아니라, 강한 기운도 내 편으로 만들 줄 아는 것.
나는 그것이 사주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