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오는 16~17일 단행할 자민당 간부 인사와 내각 개조에서 아소 다로 부총재와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을 유임시키는 방향으로 굳혔다. 높은 내각 지지율을 바탕으로 대폭적인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정권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당내 기반이 약한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에서 유일하게 존속하는 60명 규모의 아소파를 무시하고는 정권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9일 총리관저에서 아소 부총재와 약 30분간 만나 인사와 향후 정권 운영을 협의했다. 지난달 25일에도 취임 후 처음으로 아소 부총재와 단둘이 오찬을 했다. 일본 정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앞두고 다카이치 총리가 아소 부총재의 의향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현직 각료는 아사히신문에 다카이치 총리는 지지율은 높지만 당내에 자신의 조직이 없다며 "아소를 무시한 정권 운영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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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지요다구 나가타초의 자민당 본부 /최영재 도쿄 특파원
실제 이번 인사의 핵심은 '아소 라인'의 잔류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소 부총재뿐 아니라 아소파 중진인 스즈키 간사장도 계속 기용할 방침이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정조회장도 유임하는 방향이다. 일본유신회가 연정 참여를 한 단계 높여 각료를 처음 배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자민당 핵심 인사는 쇄신보다 연속성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아소 부총재의 힘은 '60명'에서 나온다. 정치자금 문제를 계기로 옛 아베파와 니카이파 등 자민당 파벌이 잇따라 해산했지만 아소파는 살아남았다. 지난 2월 총선에서 당선된 신인 등을 받아들이면서 소속 의원은 60명까지 늘었다. 현재 자민당 내 유일한 정식 파벌이자 최대 규모의 조직표다.
아소파는 지난해 10월 자민당 총재선 결선투표에서 다카이치를 지원해 총리 탄생의 결정적인 발판을 제공했다. 이후 아소 부총재가 당 부총재를 맡고 스즈키가 간사장에 기용되는 등 정권 핵심부에 아소파 인사들이 배치됐다. 내년 가을 다시 총재선에 나서야 하는 다카이치 총리로서는 60명의 조직표를 가진 아소파의 지지가 재선 전략에서도 중요하다. TV아사히도 이번 인사의 초점을 "2027년 총재선에서의 재선"에 맞춘 당내 기반 강화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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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026년 4월 12일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전당대회에서 아소 다로 전 총리(맨 오른쪽),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과 함께 당가를 부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소 부총재의 영향력은 인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다카이치 총리가 추진한 식료품 소비세 감세에서도 확인됐다. 재정건전성을 중시해 온 아소 부총재와 스즈키 간사장은 당초 감세에 신중했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월 말 직접 이해를 구하자 최종적으로 총리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이후 당내 반대론도 급속히 정리됐다. 정부는 내년 4월부터 2년간 식료품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이번 개각은 높은 국민 지지율과 취약한 당내 기반이라는 다카이치 정권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실력주의'를 내세우지만 실제 인사와 주요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아소파의 조직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다카이치 정권 출범의 킹메이커였던 아소 부총재가 내년 총재선까지 다시 정권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