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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언론, 재일동포 야구선수 장훈 별세 대서특필…3085안타·피폭·가난 극복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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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9. 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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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재일한국인 2세…전쟁반대 피폭자"·요미우리 "3085안타 뒤 상상 못할 고뇌" 마이니치, 본명 '장훈' 명시 '안타제조기·야구계 쓴소리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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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인 일본프로야구의 영웅 장훈(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 해설위원이 별세했다. 향년 86세. 사진은 1978년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선수 시절 장훈. /연합뉴스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3000안타를 달성하고 통산 최다인 3085안타를 남긴 재일동포 장훈(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 씨가 9일 86세로 별세하자 일본 주요 언론들이 그의 야구 기록뿐 아니라 한국계 뿌리와 피폭, 가난, 오른손 부상을 극복한 삶을 비중 있게 조명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0일 장씨의 별세를 주요 기사로 전하면서 그를 "재일한국인 2세"라고 소개했다. 통산 3085안타와 타율 0.319, 504홈런 등 기록과 함께 5세 때 히로시마에서 원폭을 겪었다는 사실도 상세히 전했다. 또 별도의 기사에서는 장씨가 은퇴 뒤 피폭 경험을 공개하고 젊은 세대에게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데 힘썼다며 '피폭자로서 전쟁은 안 된다고 호소했다'는 점을 집중 조명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1일 그의 3085안타 뒤에 "상상하기 어려운 고뇌"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장씨는 4세 때 큰 화상을 입어 오른손 손가락 일부가 제대로 펴지지 않았지만 그 손으로 일본 프로야구 최다 안타 기록을 세웠다. 현역 은퇴 뒤 '타격의 신'으로 불린 가와카미 데쓰지가 그의 손을 처음 보고 놀랐다는 일화까지 소개하며 기록 이면의 삶을 부각했다.

장씨는 히로시마에서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한국인 2세다. 1945년 8월 6일, 5세 때 히로시마 원폭을 겪었다. 전후 아버지를 일찍 잃은 뒤 일본어가 능숙하지 않았던 어머니가 음식점을 운영하며 가족을 부양했다. 장씨가 프로야구 선수를 꿈꾼 것도 "어머니에게 좋은 생활을 시켜드리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마이니치신문은 장씨의 일본 이름과 함께 "본명 장훈(張勲·チャンフン)"을 명시했다. 그를 '안타제조기'이자 은퇴 후에는 '야구계의 의견번'으로 활동한 인물로 소개하면서 재일한국인 2세이자 히로시마 피폭자라는 이력도 함께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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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야구 해설가 장훈의 2018년 모습. /연합뉴스
지지통신은 한발 더 나아가 장씨가 일찍부터 재일한국인 2세라는 사실을 공개했고, 한국 프로야구 커미셔너 특별보좌관을 맡는 등 한국 야구 발전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서 세운 기록만이 아니라 한국과의 연결까지 짚은 것이다.

장씨의 야구 기록은 일본 프로야구사의 한 페이지다. 1959년 도에이에 입단해 첫해 신인왕에 올랐고 수위타자 7차례, 3할 타율 16차례를 기록했다. 1980년에는 일본 프로야구 최초로 통산 3000안타를 넘어섰다. 23년간 2752경기에 출전해 3085안타, 504홈런, 1676타점, 319도루를 남겼고 1990년 일본 야구전당에 헌액됐다. 일본프로야구 명구회는 장씨의 타격 기록과 야구에 대한 엄격한 자세가 "폭넓은 팬들에게 사랑받았다"고 추모했다.

동시대를 함께한 일본 야구계의 추모도 이어졌다. 장씨와 동갑이며 자이안츠에서 4년간 함께 뛴 왕정치 소프트뱅크 구단 회장은 "서로 라이벌로 의식하며 열심히 하려 했던 것이 성적에도 플러스가 됐다"고 회고했다.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했던 두 거장이 반세기 넘게 경쟁하고 교류했던 관계를 떠올린 것이다.

그는 은퇴 뒤에는 일본 가정의 안방에서도 친숙한 인물이 됐다. TBS '선데이 모닝'에서 좋은 플레이에는 "아っぱ레!(훌륭하다)", 잘못된 플레이에는 "喝!(갈!)"을 외치는 직설적인 해설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프로그램 측은 그의 별세에 "진심을 담아 '아っぱ레!'를 보낸다"고 추모했다. 아사히신문도 이 추모 소식을 별도 기사로 다뤘다.

그러나 일본 언론이 이번 별세 보도에서 거듭 되짚은 또 하나의 장훈은 피폭자 장훈이었다. 그는 현역 시절에는 피폭 사실을 공개하기 어려웠지만 은퇴 뒤에는 전쟁과 핵무기의 참상을 알리는 일에 나섰다. TV아사히도 10일 밤 장씨가 평생 짊어졌던 피폭의 기억과 평화를 향한 메시지를 별도 보도로 조명했다.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일본 사회의 차별과 전후의 가난, 피폭과 불편한 오른손을 딛고 일본 프로야구 최고 기록을 세운 장훈. 일본 주요 언론들은 그의 죽음을 단순한 야구 스타의 부고로 다루지 않았다. 재일동포 장훈이 전후 일본 야구와 대중문화의 한 시대를 함께 만든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꺼내 들며 그의 86년을 조명하고 있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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