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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앞 작아지는 경찰, 배경엔 ‘계급’…‘계급정년 연장’ 두고 엇갈리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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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승인 : 2026. 09. 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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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늑장수사 배경으로 지목된 '계급정년'
연장 추진에 "수사 독립성 강화" 긍정론
"정년 연장 의미 없다"며 '계급 구조 개편' 필요성도 거론
경찰 마크. 송의주 기자
경찰 마크. /송의주 기자
경찰 계급정년 연장이 추진되며 '수사 독립성' 확보를 바라보는 경찰 안팎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권력형 수사 단계에서 거듭 불거지는 경찰의 소극적 수사 논란의 배경으로 조직 내 '계급 구조'가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정년 연장으로 베테랑 수사관들에게 최소한의 '신분 안정성'을 보장할 경우 수사 독립의 일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승진만능주의라는 근본적 체질 개선 없이 수사 독립성 확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정과 총경의 계급정년을 각각 연장하는 내용의 경찰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경정의 계급정년을 현행 14년에서 18년으로, 총경은 11년에서 12년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계급정년제는 경정 이상 경찰관이 해당 계급에서 정해진 기간 근무하고도 승진하지 못하면 퇴직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기준은 1998년 개정된 뒤 30년 가까이 별다른 변화 없이 유지됐다.

그동안 경찰 안팎에서는 계급정년이 인력 조기 유출이나 과열 경쟁을 부추긴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과열 경쟁의 경우 수사 독립성 저해 문제와 직결됐다. 직급이 오를수록 정원이 대폭 감소하는 경찰 조직의 특성상 계급 정년에 발이 묶이지 않으려면 승진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계급정년의 압박을 받는 수사 간부들이 정권이나 조직 인사권자의 눈 밖에 날 수 있는 권력형 비리 수사를 밀어붙이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책 결정권을 갖는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서 경찰의 소극적인 권력형 비리 수사 논란은 거듭 불거졌다. 김병기 무소속 의원의 금품 수수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대표적이다. 경찰은 지난해 9월 김 의원에 대한 수사 개시 후 1년 동안 사건을 종결짓지 못하며 '늑장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피의자에 대한 마지막 대면 조사 후 구속영장 신청까지 걸린 시간은 5개월이었다.

이에 현장에서는 계급정년 연장이 수사 독립성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 일선서 A 경정은 "(계급정년 연장 시) 베테랑 수사관들에게 최소한의 '신분적 안전지대'가 확보될 수 있다"며 "상부의 인사 압박에 옷 벗을 각오를 하지 않아도 돼 소신 있는 수사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4년이 길지 않아 보여도 정년이 닥친 사람들 입장에서는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반면 계급 구조 개편이 빠진 계급정년 연장은 승진 적체 현상만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핵심은 '정년'이 아니라 인사권자가 일방적으로 좌우하는 승진만능주의라는 지적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계급정년이라는 생명줄을 경찰 인사권자가 쥐고 있으니 직원들은 해바라기처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치권 앞에서 경찰이 매번 작아 보이는 이유"라며 "경찰 계급이 너무 많아 생기는 문제로도 볼 수 있다. 경찰은 경찰 그 자체로 실질적인 권한이 부여되는 것이지 계급이 중요한 역할이 아니다. 계급을 줄여 정년 부담을 덜면 인사권자의 영향력도 줄어들고 자연스레 공정한 수사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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