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복싱협회와 사전 협의 없이 강행, 예산·정관 위반 주장도 증거 부족
회원 권리 박탈하는 중대한 처분, 2025년 5월 이사회 결의 무효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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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체육회가 관리단체 지정 근거로 내세운 예산·정관·경영공시 의무 위반 주장 역시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절차와 실체 양면에서 하자가 있다는 취지다.
울산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이연진)는 양산시복싱협회장 고명군씨가 양산시체육회를 상대로 낸 이사회결의무효확인 소송에서 지난 9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2025년 5월 27일께 양산시복싱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한 이사회 결의는 무효"라고 주문했다.
양산시체육회는 지난해 5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양산시복싱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했다. 관리단체가 되면 해당 종목단체의 모든 권리와 권한이 즉시 정지되고 체육회가 업무를 대신 처리한다. 소속 단체장도 회원종목단체 규정에 따라 직무가 정지되며, 협회 관계자들은 관련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재판부는 이처럼 관리단체 지정이 협회와 임원에게 중대한 권리 변동을 가져오는 처분인데도 양산시체육회가 내부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관리단체운영규정은 체육회가 관리단체 지정 사유와 지정일, 지정의 효력, 임원 인준 취소 등을 명확히 적어 해당 단체에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양산시체육회는 공문과 문자메시지로 관리단체 지정 사실만 알렸을 뿐 지정 사유와 지정일, 효력 등을 일절 통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사회 의결을 서면결의로 대체한 과정도 문제가 됐다. 양산시체육회 정관은 안건이 경미하거나 긴급한 경우에만 서면결의를 허용한다. 재판부는 관리단체 지정은 회원과 임원에게 중대한 권리 변동을 초래하는 만큼 경미한 사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긴급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지정 사유로 제시된 내용 대부분이 같은 해 3월 25일 감사를 통해 확인돼 관련 자료가 이미 확보된 상태였던 만큼 정식 이사회를 열지 못할 만큼 긴급한 사안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급 종목단체와의 사전 협의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 양산시체육회 정관은 회원종목단체를 관리단체로 지정하려면 해당 단체가 소속된 경남도체육회 회원종목단체에 미리 알리고 협의하도록 규정한다.
양산시체육회는 2025년 4월 경남도복싱협회에 관리단체 지정 예정 사실을 알리는 공문을 보냈지만, 법원은 이를 사전 협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산시체육회가 경남도복싱협회와 정관에서 정한 협의를 했다고 볼 만한 증거나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양산시체육회가 관리단체 지정 사유로 주장한 양산시복싱협회의 예산 편성·결산, 정관 변경, 경영공시 관련 의무 위반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산시복싱협회가 2022년 2분기부터 2024년 4분기까지 총회를 열어 예산 증감 내역을 논의한 것으로 보이고, 개정 정관도 체육회에 이메일로 발송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협회가 네이버 밴드를 통해 회기별 총회 결과와 회비 지출 내역 등을 공개한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양산시복싱협회가 관련 규정에서 정한 의무를 현저히 해태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결의에는 중대하고 명백한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지방체육회가 회원종목단체에 사실상 최고 수준의 제재인 관리단체 지정을 내릴 경우 내부 규정에 따른 통지와 협의, 적법한 의결 절차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상락 양산시체육회 사무국장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내부 논의를 거쳐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