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코로나19에도 인력감축 無…그 사람들이 성장해 회사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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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산업이라는 말조차 낯설던 시절부터 38년째 현장을 지켜온 조수연 FM커뮤니케이션즈 회장이 줄곧 붙들어 온 화두는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힘'이다. 관객의 마음을 읽고 움직이는 그 힘이 FM커뮤니케이션즈를 오늘날까지 이끌었다.
조 회장은 16일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행사의 겉모습은 따라 할 수 있어도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어떤 감정을 남길지는 쉽게 흉내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각의 출발점에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 있었다. 개·폐막식에서 수많은 사람이 함께 환호하고 감동하는 모습을 본 조 회장은 문화와 경험의 가치가 커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회장은 이듬해 FM커뮤니케이션즈를 세우고 이벤트 산업에 뛰어들었다.
조 회장은 "서울올림픽 개·폐막식을 보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대한민국 국민의 문화 수준과 눈높이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며 "'앞으로는 문화와 예술, 경험의 가치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들도 제품 자체만이 아니라 브랜드와 문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벤트'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당시 관련 산업은 황무지에 가까웠다. 기업 행사는 대부분 사내 총무부서가 직접 준비했고, 기획과 운영을 전문적으로 맡는 대행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산업과 시장 자체를 만들어가야 하는 환경이었다.
조 회장은 "서울올림픽이 끝나면서 국민들이 문화를 바라보는 수준이 올라갔고, 기업들도 그때부터 문화 행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당시에는 기업 내 총무부서에서 행사를 모두 만들었고 전문적인 대행사가 없었다. 그 시장을 우리가 만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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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이 추구하는 감정의 연결은 회사 이름에도 담겼다. 창립 당시 FM은 '미래를 경영한다'는 뜻의 'Future Management'였다. 회사가 15년가량 됐을 무렵 조 회장은 FM에 'Feel & Move'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조 회장은 "'Future Management'는 회사가 15년 정도 지나니 다소 낡은 표현이 됐다. 그렇게 다시 의미를 찾게 된 것이 'Feel & Move'"라며 "우리말로는 '느끼면서 움직여라'라는 의미이자 '느낄 감(感)'과 '움직일 동(動)', 감동 그 자체"라고 말했다.
'감동'은 FM커뮤니케이션즈 구성원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3년여에 걸쳐 임직원들에게 왜 이 일이 좋은지 물었다. 답은 하나같았다. 자신이 기획한 행사가 현장에서 펼쳐지고 관중이 감동받는 모습을 볼 때 자신들도 감동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조 회장은 "그게 이 일을 하는 가장 큰 보람이라는 답이 공통적으로 나왔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들이 감동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감동을 받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다. 그래서 우리는 '감동 메이커'"라고 말했다.
감동을 현장에서 현실로 만드는 힘은 기획이다. FM커뮤니케이션즈는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왜 이 행사를 열어야 하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어떤 감정을 남길지를 먼저 정한다. 무대와 프로그램, 연출은 그 답을 하나의 경험으로 구현하는 과정이다.
조 회장은 행사의 규모나 화려함보다 관객의 마음에 남을 이야기와 메시지를 먼저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행사 전체를 관통하는 콘셉트가 있어야 같은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하나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창립 초기의 분위기는 달랐다. 행사 프로그램과 예산 등 눈에 보이는 결과를 중시하던 분위기에서 콘셉트와 이야기의 중요성을 이해시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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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기획을 앞세운 FM커뮤니케이션즈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비롯해 2023년 'BTS 10TH ANNIVERSARY FESTA @YEOUIDO', 2026년 'BTS COMEBACK LIVE : ARIRANG' 등 굵직한 행사에 참여했다. 같은 시기에 출발한 이벤트 산업 1세대 기업 상당수가 사라지는 동안에도 현장을 지켰다.
그렇게 이어온 38년이 늘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치자 기업들이 행사를 중단했다. 코로나19 사태 때는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이벤트 산업 전체가 멈춰 섰다.
FM커뮤니케이션즈도 몇 달 사이 매출의 80~90%가 사라졌다. 2년 가까이 정상적인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주변에서는 직원 70명 규모였던 회사가 4~5명만 남기고 인력을 줄이는 일도 벌어졌다.
조 회장의 선택은 사람을 지키는 것이었다. 행사를 기획하고 현장에서 구현하는 직원들이 회사의 경험이자 경쟁력이라고 판단했다. 당장의 숫자만 보고 사람을 내보내면 위기가 끝난 뒤 다시 일어설 기반까지 잃을 수 있다고 봤다.
조 회장은 "우리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직원 한 명도 내보내지 않겠다고 결정했다"며 "대출을 받고도 부족해 마지막에는 사옥까지 담보로 잡았다. 회사를 접어야 하는지를 고민한 순간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 시기를 회사의 역량을 정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로 삼았다.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사내 인트라넷을 구축하고, 오프라인 현장에서 쌓은 역량을 온라인으로 옮기기 위해 혁신 기술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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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은 "위기일 때 사람을 내보내지 않고 새로운 기술에 투자한 것이 핵심이었던 것 같다"며 "시장이 다시 열렸을 때 다른 회사들은 사람을 다시 뽑아야 했지만 우리는 경험 많은 직원들이 그대로 있었다. 결국 위기 때 지킨 사람들이 회사를 살렸다"며 "경영은 숫자가 중요하지만, 숫자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사람을 지키면 그 사람이 언젠가 회사를 지킨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앞으로도 감정을 연결해 감동을 만들고, 그 힘으로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 일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의 감정과 감정을 연결해 감동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꿀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감정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마지막에 딱 하나만 남길 수 있다면 '감동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평생 만들고 싶었던 것은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공연이 끝나고 조명이 꺼지고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그 감동"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