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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세계은행 연차총회 방콕서 개막…중동전쟁·부채 위기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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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10. 1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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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30~40개국과 위기 지원 협의 중”
베선트 美 재무장관 불참…워시 연준 의장은 참석
개도국 올해 대외 채무 상환액 약 4000억달러
THAILAND IMF WORLD BANK <YONHAP NO-6353> (EPA)
지난 8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퀸 시리킷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시민들이 2026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로고 옆을 지나가고 있다/EPA 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8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12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개막했다. 18일까지 열리는 이번 총회는 2023년 10월 모로코 총회 이후 3년 만에 미국 워싱턴 밖에서 개최됐다.

로이터통신은 중동 전쟁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번 총회의 공식 의제는 물론 회의장 밖 논의까지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공급 충격과 금리 상승이 가뜩이나 부진한 세계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각국 재무 당국자들이 모였다는 것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참가 등록자가 1만8000명으로 모로코 때보다 4000명 많다고 말했다.

참가 규모는 커졌지만 일부 재무장관은 자리를 비웠다. 미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국내 일정을 이유로 고위 관리 2명을 대신 보냈다. 베선트 장관은 올해 미국이 의장국을 맡은 주요 20개국(G20)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다른 재무장관 여러 명도 예산·선거 등 국내 일정 탓에 불참하지만 중앙은행 총재는 대부분 참석한다고 전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16일 게오르기에바 총재와 공개 행사에 나설 예정이다.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경제 압박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세계 원유의 약 20%가 막혔을 때만 해도 세계 경제 성장이 우려보다 잘 버텼지만, 지금은 경유·비료 가격이 치솟고 '슈퍼 엘니뇨'까지 다가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슈퍼 엘니뇨로 폭염 관련 사망자가 45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방가 총재는 엘니뇨 하나보다 비료 가격과 에너지 비용, 부채 문제가 한꺼번에 맞물리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짚었다.

방가 총재는 이런 압박 탓에 앞으로 몇 달 새 세계은행 자금을 찾는 나라가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은행은 현재 30~40개국과 위기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 전쟁 직후인 2월 말 마련한 250억달러 규모 긴급 자금은 AI 투자 확대와 원유 수급 조정으로 세계 경제가 비교적 견조했던 덕에 신청이 많지 않았다. 방가 총재는 여기에 기존 승인 사업 자금을 돌려 쓸 수 있는 350억달러를 더해 1차로 500억~600억달러를 쓸 수 있다며, 상황이 악화하면 최대 1000억달러까지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집행한 700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에너지 가격을 누르기 위한 비축유 방출도 이어지고 있다. 주요 7개국(G7)은 11월 선거 전에 휘발유값을 낮추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속에 비상 비축분에서 경유·원유 1억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세계 시장에 경유를 추가 공급하고 대러 제재를 한시 면제하는 내용의 러시아와의 합의를 발표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즉각 비판했다.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 이후 주로 육상 상업 재고에서 10억배럴 넘는 원유가 풀렸다. 업계 경영진들은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재고가 줄어들면서 시장이 더 취약해지고 가격 압력도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IMF도 비슷한 경고를 내놨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지난주 총회를 앞두고 한 연설에서 "겨울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IMF는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 3%를 거의 바꾸지 않고 내년 전망치는 소폭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다만 전쟁 5년째인 우크라이나, 이란의 공격과 에너지 수출 급감으로 타격을 입은 걸프 국가 등은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

정책 당국자들의 큰 고민은 성장을 갉아먹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는 공공부채다. IMF에 따르면 세계 공공부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2030년 이전에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설 전망이다. 부채 비율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가장 높지만, 미국의 높은 금리를 좇는 자본 유출과 엘니뇨, AI 투자 부족이 겹친 신흥국과 저소득국이 특히 취약하다. 세계은행 추산으로 개발도상국이 올해 대외 채권자에게 갚아야 할 돈은 약 4000억달러이고, 이 중 3분의 1이 이자다. 이자 지급액은 이미 평균적으로 재정 수입의 10%를 넘는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초기처럼 최빈국의 부채 상환을 유예하자는 움직임은 찾기 어렵다. G20 외교관들은 높은 부채 수준과 정치적 압박이 이번엔 더 큰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저소득국 상당수는 대출 조건으로 개혁 과제 수는 줄이되 강도는 높이라는 IMF의 새 권고가 고통스러운 긴축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유럽부채개발네트워크에서 부채 문제를 다루는 이올란다 프레스니요는 "부채 상환액이 늘고 IMF 조건 때문에 각국은 이미 지출을 줄이고 있다"며 "이번 조건 재검토가 상황을 더 악화시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케냐가 공공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올려 채무 재조정은 피했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위가 일었다고 지적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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