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아틀라스 투입해 리스크 분석
재교육·배치전환 등 노사합의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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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그룹의 AI 전환 구상은 생산현장에서 구체적인 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해 부품 서열 작업을 맡기고,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국내 공장의 도입 공정과 시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공장에서 먼저 기술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검증한 뒤 국내 현장에 단계적으로 적용하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로봇의 성능뿐 아니라 실제 작업환경에서의 안전성과 품질 개선 효과를 확인하고, 현장 혼선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현장에서 사람이 하기 어려운 위험한 작업은 로봇이 맡고, 작업자는 더 나은 환경에서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는 구조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봇 도입을 생산성 향상에만 국한하지 않고 작업환경 개선과 직무 변화까지 연계하겠다는 취지다. 정 회장도 AI를 직접 경험하며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살피고 있다. 지난 8월 12일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열린 'AX 성과 발표회'에서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정 회장이 직접 코딩해 보고 싶다며 경영진 대상 바이브 코딩 교육에 자원한 일화를 소개했다. 진 사장에 따르면 정 회장은 교육 이후 AI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고,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파악해 필요한 곳에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영진부터 기술을 이해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생산현장에서 AI 전환을 실행하려면 기술적 판단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자의 직무와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노사 간 구체적인 협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월 아틀라스 도입이 고용에 미칠 영향을 제기하며 노사 합의 없는 로봇 도입에 반대했다. 이후 8월 21일에는 임금협상 난항 속에 2016년 이후 10년 만의 하루 8시간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당시 주요 쟁점은 임금과 상여금,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 등이었다. 파업의 직접적인 원인을 로봇 도입으로 볼 수는 없지만, 신기술 도입을 둘러싼 고용 불안과 노사 협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파업 이후 노사는 미래 기술 도입을 논의할 제도적 출발점을 마련했다. 양측은 지난 8월 25일 도출한 임금교섭 잠정합의에서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등 신기술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신사업·신기술의 진행 경과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산업 전환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투표에서 가결됐고, 노사는 9월 2일 임금협약서에 서명했다. 고용과 관련해서는 신규 채용 규모도 합의했다. 노사는 2027년 하반기 기술직 200명, 2028년 3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국내 1공장과 42라인 재건축에 따라 해당 공장 근무자들의 대규모 배치전환이 예정된 상황에서 채용 규모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신규 채용 합의는 산업 전환 과정에서 고용 문제를 함께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기존 인력을 어떤 직무에 배치하고, 변화한 생산환경에 필요한 역량을 어떻게 갖추도록 할지는 여전히 구체화해야 할 과제다.
향후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공정별 도입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다. 미국 공장에서 예고한 부품 서열 작업처럼 국내에서도 로봇을 적용할 공정과 안전성·품질 검증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시험 운영 시점과 현장 설명 절차까지 정해야 작업자와의 실질적인 협의가 가능하다. 노사가 신기술 진행 경과를 투명하게 공유하기로 했지만, 공개된 합의에는 국내 공정별 적용 일정이나 세부 절차가 담기지 않았다. 둘째는 직무 전환과 재교육이다. 단순 반복·고중량 작업을 로봇이 맡게 되면 기존 작업자의 업무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설비 운영과 오류 대응, 품질 확인 등 새로운 역할을 확대하려면 직무별 교육과 재배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작업자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 기회와 준비 기간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 중심의 로보틱스라는 목표가 현장에서 실현되려면 기술 도입과 인력 전환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셋째는 노동조건과 데이터 활용 원칙이다. AI가 생산 과정에서 작업 데이터를 수집·활용한다면 수집 목적과 범위, 접근 권한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로봇 도입으로 업무 강도와 근무 방식이 달라질 경우 임금과 평가에 미치는 영향도 노사 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술 도입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줄이려면 관련 기준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 메시지에서 "AI는 단순히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기업과 산업의 '작동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경영진이 직접 기술을 익히고 가능성과 한계를 살피는 것은 변화의 방향을 정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방향을 생산현장의 실행 규칙으로 구체화하는 일이다. 노사가 합의한 공동 대응을 공정별 도입 기준과 직무 전환, 노동조건에 관한 구체적인 원칙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정 회장 체제의 AI 전환을 가늠할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