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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무기 개발해도 전력화는 지지부진”… K-방산, 낡은 획득제도 바꿔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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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10. 2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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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제연구원, 국방·방산 법제 개편 포럼… 기술위험·절차위험 구분 강조
레이저 등 게임체인저 무기 신속 전력화 위한 규제혁신
개발·시험·양산 과정 제도 개선 과제…민·관·군 협력체계 구축도 쟁점
1021 김진기 이국운
포럼 기조 연설중인 김진기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사진 왼쪽)과 이국운 한국법제연구원 원장. 한국법제연구원은 21일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국방방위산업 혁신을 위한 규제혁신 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제29차 규제혁신법제포럼을 개최했다. / 사진=한국방위산업학회 제공
레이저와 인공지능(AI), 무인체계 등 첨단 무기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기존 방위사업 획득제도의 전면적인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 개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복잡한 획득 절차와 경직된 규제가 첨단 무기체계의 신속한 전력화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K-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무기 개발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법·제도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법제연구원은 21일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국방방위산업 혁신을 위한 규제혁신 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제29차 규제혁신법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첨단 무기체계의 신속획득과 방위사업 관련 규제 현안을 점검하고, 급변하는 기술·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 방향을 집중 논의했다.


◇ 첨단 무기 개발 속도 못 따라가는 획득제도

김진기 한국방위산업학회(KADIS) 회장은 '방위사업 법제의 대전환: K-방산에서 들어내어야 할 것과 채워야 할 것'을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섰다.

이번 기조발제의 제목이 시사하는 핵심 과제는 방위사업 제도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정비하는 동시에 신기술 도입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다.

기존 무기체계 획득제도는 장기간의 연구개발과 시험평가, 양산을 거쳐 안정적인 성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둬 왔다. 그러나 AI와 드론, 전자전, 레이저 등 첨단 무기체계는 소프트웨어와 핵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기존 방식만으로는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된 드론과 전자전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무기체계 획득 속도가 실제 전투력과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전력화가 지연되면 군이 실전에 배치하는 시점에는 이미 기술적 우위가 약화될 수 있다. 방위사업 규제혁신이 단순한 행정절차 개선을 넘어 국가안보와 군사적 경쟁력의 문제로 연결되는 이유다.


1021 법제포럼 김진기 회장_인포그래픽
포럼 주요 과제로 신속획득제도 확대, AI·레이저·무인체계 등 신기술 맞춤형 평가기준 마련, 기술위험과 절차위험의 구분, 민간 첨단기업의 방산 참여 확대 등이 제시됐다. 포럼 의제를 바탕으로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규제혁신 방향을 재구성한 인포그래픽. / AI생성이미지, 자료=한국법제연구원
◇ 레이저 등 지향성에너지무기, 신속 전력화 제도 필요

이번 포럼에서 주목된 분야는 레이저를 비롯한 지향성에너지무기(DEW)다. 박세훈 한국법제연구원 규제혁신법제팀장은 '게임체인저 지향성에너지무기 전력화를 위한 방위사업 규제합리화 법제 방안'을 발표했다.

지향성에너지무기는 고출력 레이저나 고출력 마이크로파 등 에너지를 이용해 표적을 무력화하는 차세대 무기체계다. 특히 레이저 대공무기는 소형 무인기 대응 분야에서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지향성에너지무기는 기존 유도무기와 작동 원리와 운용 특성이 달라 새로운 시험평가 기준과 안전성 검증체계가 필요하다. 레이저 출력과 표적 파괴 효과뿐 아니라 기상조건, 지속 운용 능력, 전력 공급, 주변 장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속한 전력화를 추진하면서도 군의 작전 요구 성능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획득 절차를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 기술위험과 절차위험 구분… 획득체계 개편의 핵심

김동범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첨단전력 획득체계 정립을 위한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김종철 서울대학교 산학협력중점 교수는 한미 무기체계 획득제도의 변천과정을 바탕으로 '기술위험과 절차위험'을 규제합리화의 판단기준으로 제시하는 주제를 다뤘다.

여기서 기술위험은 신형 무기체계의 성능과 신뢰성, 안전성 등 기술적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절차위험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적·법적 문제와 의사결정 지연 등의 위험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두 위험을 동일하게 취급하면 기술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검증 절차가 과도한 행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신속획득만을 강조해 필수적인 시험평가를 생략하면 군의 전투력과 장병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첨단 무기체계의 기술적 특성과 개발 성숙도에 따라 시험평가와 획득 절차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신속한 기술 도입을 위한 다양한 획득 경로와 시제품 개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미국의 제도를 단순히 모방하기보다 국내 방위사업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신속성과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분석이다.


◇ 민·관·군 협력 없이는 규제혁신도 한계

두 번째 세션에서는 장원준 전북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첨단 방위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민·관·군 법제 협력 방안'을 주제로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하정민 방위사업청 사업검증담당관, 허용도 방위사업교육원 교수, 홍재기 남양넥스모 고문, 안상남 한국방위산업진흥회 경영기획본부장, 장민영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첨단 방위산업은 전통적인 방산기업뿐 아니라 AI·반도체·로봇·통신 등 민간 첨단기술 기업과의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민간의 우수한 기술을 군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요구 성능과 보안 기준, 계약제도, 시험평가,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제도적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특히 중소·벤처기업이 첨단 방위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합리화하면서도 방산기술 보호와 사업관리의 책임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방산 수출 확대 역시 이러한 제도적 혁신과 무관하지 않다. 해외 구매국은 무기의 성능뿐 아니라 납기, 후속군수지원, 기술개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국내 획득제도가 기술개발과 성능개량을 지연시키면 장기적으로 수출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K-방산 다음 경쟁력은 '기술' 넘어 '제도'

박세훈 한국법제연구원 규제혁신법제팀장은 "급변하는 기술과 안보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첨단 무기체계의 신속획득과 방위사업 관련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며 "이번 포럼이 국방·방위산업 혁신을 뒷받침할 합리적인 법제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방위산업은 K2 전차와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천궁-Ⅱ 등 주요 무기체계의 수출을 통해 국제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쟁은 기존 무기의 성능과 가격을 넘어 신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개발하고 군에 배치하며 지속적으로 개량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방위사업 규제혁신의 핵심은 모든 절차를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기술검증과 사업관리의 책임성은 유지하되 불필요한 행정적 지연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첨단 무기를 만드는 기술력과 이를 제때 전력화하는 제도적 역량이 결합될 때 K-방산의 경쟁력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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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제연구원이 21일 개최한 제29차 규제혁신법제포럼의 주요참석자는 (사진 왼쪽부터) 장민영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의성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김동범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홍재기 남양넥스모(주) 고문, 박세훈 학국법제연구원 규제혁신법제팀장, 장원준 전북대학교 교수, 김진기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사진 중앙), 이상윤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하정민 방위사업청 사업검증담당관, 안상남 한국방위산업진흥회 경영기획본부장, 김종철 서울대 교수, 허용도 방위사업교육원 교수 / 사진=한국방위산업학회 제공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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