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지배 확립하고 소수자 권리 보호해야 사회통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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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70주년을 맞은 한국법학원의 이기수 원장은 제1회 세계법률가대회 개최를 계기로 법치주의가 사회통합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정치·사회적 갈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법의 공정한 적용과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절차가 중요하다며, 인공지능(AI)과 기후변화, 형사사법제도 개혁 등 각국이 직면한 법적 과제에 대해서도 세계 법률가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1956년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법학원은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 실무가와 법학교수들을 회원으로 포함하고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포괄적 법률가 단체다. 해당 단체를 이끄는 이기수 원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석사, 독일 튀빙엔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고려대 법대 교수,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제17대 고려대 총장, 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 1월 학자 출신 최초로 제16대 한국법학원 원장에 취임했으며 2024년 제17대, 2026년 제18대 원장으로 연이어 선출돼 3연임 중이다.
한국법학원은 법조 실무계와 학계를 잇는 구심점으로서 한국 사법행정과 법률문화의 발전을 뒷받침해 왔으며 창립 70주년을 맞은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한국 법조계와 법학계의 성과를 세계와 나누고 각국 법률가들이 공통의 법적 과제를 논의하며 서로의 경험에서 해법을 찾도록 함으로써 국제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고 법을 통한 사회통합에 기여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끊임없이 학문을 탐구하는 '공부하는 법률가'를 강조해 온 이 원장의 신념이자 한국법학원을 국제사회와 활발히 소통하는 기관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기존 국내 중심의 법률가대회를 국제적 행사로 확대한 배경은 무엇인가. 이번 대회가 한국 법조계와 세계 법률가들에게 갖는 의미는.
"70년간 쌓아 온 우리 법률문화의 성과를 세계와 나누고 외국의 법문화에서도 배울 단계가 됐다고 판단했다. 인공지능(AI), 기후변화, 국제거래처럼 한 나라의 법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가 늘고 있다는 현실도 배경이다.
지난 제14회 한국법률가대회에서 독일법률가대회와 사법통일국제연구소(UNIDROIT)를 초청해 시험적으로 확인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제1회 세계법률가대회를 함께 열게 됐다. 국내 법조계에는 비교법적 시야를 넓히고 우리 제도와 경험을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해외 법률가들에게는 한국의 법제와 법률가들을 이해하고 협력의 기반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에 맺은 인연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어지도록 하겠다."
-이번 대회의 대주제를 '법을 통한 사회통합'으로 정했다. 정치·사회적 갈등과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사회통합을 위한 법의 역할은 무엇이며 법률가들은 어떤 책임과 사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사회통합에서 법의 첫 번째 역할은 모든 사람이 같은 규칙 아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법이 특정 집단에 유리하게 쓰이는 '법률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권력자든 일반 국민이든 법 아래 있는 '법의 지배'가 서야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둘째, 법은 소수의 목소리가 배제되지 않도록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 다수결로 결정하더라도 소수 의견을 경청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해법을 찾는 과정이 통합의 토대이다.
셋째, 법의 보호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장애인의 사법절차 참여, 디지털 소외 문제를 다룬다. 법률가에게는 세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법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지 말 것, 권리를 잃은 국민을 구제하는 소명을 잊지 말 것, 법을 아는 사람이 먼저 법을 지킬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AI, 기후변화, 국제거래, 형사사법제도 개혁 등 다양한 법적 현안을 논의한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기존 법 체계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보는가.
"법 체계는 세 가지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첫째, 기술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AI는 법이 뒤따라가면 이미 늦다. 혁신은 지원하되 기존 영역에 역차별이 생기지 않게 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법률가가 AI를 도구로 쓰더라도 최종 판단과 책임은 사람이 져야 한다.
둘째, 기후변화처럼 국경을 넘는 문제는 국제 협력과 비교법적 접근이 필수다. 국제거래 분쟁도 소송에만 의존하지 않고 중재와 조정 같은 소송 외 분쟁해결 제도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형사사법제도 개혁은 기본권 보호와 절차적 정당성, 국민의 신뢰를 기준으로 신중하게 설계돼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각국의 제도 개혁 경험을 비교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이번 대회가 한국 법조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어떤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가. 한국의 법 제도와 사법 경험이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한국 법률가들이 세계 법률가들과 직접 교류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그동안 한국법학원이 국내 법률가를 연결해 왔다면 이제는 미주·유럽·아시아의 법률가 조직과 협력하는 등 활동 범위를 넓혀야 할 단계다. 한국 법조계가 국제 논의에서 소개되는 대상에 머물지 않고 의제를 함께 만드는 주체가 되도록 하겠다.
한국은 짧은 기간 동안 압축적인 산업화를 이뤘다. 민주화 과정에서 법제를 빠르게 정비해 온 경험과 헌법재판 제도의 운영 경험, 전자 소송 등 사법 분야의 정보기술 활용 경험은 중요 자산이다. 이러한 경험은 법제를 정비하는 여러 국가에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도 타국의 시행착오와 성공 사례에서 배울 점이 많다. 법을 통한 사회통합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이번 대회가 서로 배우는 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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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률가대회는 1998년 건국 50주년을 기념해 한국법학교수회가 주관해 개최한 제1회 한국법학자대회에서 출발했다. 2000년부터는 법률가 전체가 참여하는 대회로 확대됐고 2007년 한국법학원육성법이 공포된 뒤로는 한국법학원이 주관해 2년마다 짝수년에 개최하고 있다.
대법원·헌법재판소·법무부·대한변호사협회·한국법학교수회 등이 함께 하면서 재조·재야·실무계·학계가 한자리에 모여 법률 현안을 논의하는 대표적인 자리로 자리 잡았다고 본다. 제14회부터는 학회 중심에서 법조 주요 기관이 함께 발표와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바꿔 실무계와 학계 간 소통과 인적 교류를 넓혔다.
앞으로의 목표는 세 가지다. 국제 교류를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협력으로 정착시키고 법조실무계와 학계의 교류를 넓혀 '공부하는 법률가'를 기르며 디지털 전환 시대에 걸맞은 법률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올해 발간할 '한국법학원 70년사'로 지난 역사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70년 방향도 가다듬겠다."
한편 대회 첫날에는 강일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생성형 AI에서 에이전틱 AI로: 정책 대안, 위험 배분 및 법적 대응' '노동 관할권, 헌법적·인간적 책무' '대한민국 헌법재판소 기후소송 결정의 의미'를 주제로 한 세션이 진행됐다. 대회는 오는 28일까지 진행되며 둘째 날에는 국제거래 분쟁 해결과 AI의 법적 쟁점을, 마지막 날에는 장애인 사법절차 참여권과 디지털 소외, 형사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