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르포] 실패에서 찾은 ‘집념’…‘제네시스 GV90’ 럭셔리의 새 기준 바꾸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1028010010002

글자크기

닫기

영종도 남현수 기자

승인 : 2026. 10. 29. 08:30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70㎏ 코치 도어 구현 위해 가구 박람회까지 찾아가
B필러 없는 차체 첫 강도 시험 실패…14톤 하중 견뎌
세계 최초 루프 에어백…실차 40대로 안전성 검증
전용 eMP 플랫폼·알루미늄 72% 적용…주행·정숙성↑
(사진4)GV90 테크데이
GV90 테크 데이에서 발표하는 허광훈 제네시스개발담당 상무./제네시스
"첫 시험에는 실패했습니다."

'GV90 테크 데이'. 제네시스 개발진은 완성된 차의 화려한 디자인 대신 실패의 순간부터 꺼내 들었다. 차체 중앙의 기둥을 감추고 문을 여는 방식부터 전복 사고에 대비한 에어백까지. 세계 최초를 내건 기술 뒤에는 한 번에 답을 찾지 못한 연구원들의 시행착오와 집요한 검증이 있었다.

지난 28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제네시스 GV90 테크데이가 열렸다. 약 1060㎡(320평) 규모로 마련된 전시관에는 GV90의 차체와 전용 플랫폼, 도어 힌지 등 주요 부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완성차에서는 쉽게 들여다볼 수 없는 내부 구조를 마주한 자리. 연구원 30여명은 각 부품 앞에서 설계 의도와 기술적 난제를 설명했다. 매끈한 외관 뒤에 감춰진 것은 단순한 고급화가 아니라, 기존 자동차의 설계 문법을 다시 써 내려간 개발 과정이다.

먼저 시선을 붙든 것은 앞문과 뒷문이 독립적으로 열리는 '네오룬 아치 게이트'이다. 차체 중앙의 B필러를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해 탁 트인 개방감을 구현하는 구조다. 문제는 안전성과 공간, 두 가지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약 70㎏에 달하는 뒷문을 안정적으로 움직이면서도 힌지가 실내 공간을 침범하지 않아야 했다.
(사진11)GV90 테크데이
GV90 테크 데이 전시 공간./제네시스
처음부터 해답이 보였던 것은 아니다. 개발진이 검토한 구스넥 형태의 힌지는 실내 공간을 차지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자동차 업계의 기존 설계 방식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과제였다. 연구원들은 대학 시절 배웠던 기구학 교재를 다시 펼쳤고, 가구 박람회까지 찾아다니며 다른 산업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살폈다.

해법은 자동차 바깥에 있었다. 산업용 기계에 쓰이는 '리니어 모션 가이드'에서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문이 먼저 차체 바깥쪽으로 이동한 뒤 회전하도록 하는 '듀얼 모션 힌지'를 개발했다. 스윙과 슬라이딩을 하나의 동작으로 연결해 개방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실내 침범을 줄였다.

남진우 제네시스클로저설계팀 파트장은 "스윙과 슬라이딩을 하나로 묶어 자동으로 구현한 사례가 없어 대학교 기구학 교재를 다시 펴 보고 가구 박람회까지 찾아갔다"며 "결정적인 힌트는 자동차 밖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문이 열리는 구조를 완성했다고 끝난 것은 아니었다. B필러를 없앤 설계는 차체 강성을 확보해야 하는 더 큰 숙제를 안겼다. 충돌과 전복 등 사고 상황에서도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개발진은 레이싱카의 롤케이지에서 착안한 '히든 롤케이지'를 고안했다. 하지만 초기 시험차는 첫 강도 평가에서 목표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사진14)GV90 테크데이
GV90 테크 데이에 전시된 GV90 네오룬./제네시스
실패는 설계를 다시 들여다보는 출발점이 됐다. 개발진은 해석 기법과 차체 구조를 개선했고, 두 번째 시험에서 목표 강도를 확보했다. 반복 검증을 거친 GV90 네오룬은 자체 시험에서 14톤포스 이상의 지붕 하중을 견디는 강성을 확보했다. 디자인을 위해 차체 기둥을 감추면서도 안전이라는 기준만큼은 물러서지 않은 결과다.

안전 기술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세계 최초 양산 적용을 목표로 개발한 루프 에어백은 에어백 자체뿐 아니라 검증 방식까지 새롭게 마련해야 했다. 차량이 전복되는 순간 천장을 따라 펼쳐져 탑승자를 보호하도록, 길이 1400㎜의 에어백을 0.08초 만에 전개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실제 사고에 가까운 상황을 재현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차량이 180도 이상 회전하는 시험이 이어졌고, 일부 시험에서는 시속 110㎞까지 속도를 높였다. 차량이 시험장 펜스에 부딪히는 상황도 발생했다. 제네시스는 실차 약 40대와 에어백 단품 300회 이상의 평가를 거쳐 기술을 검증했다.

손유지 제네시스 승객안전시스템설계팀 책임연구원은 "공인 평가 등급뿐 아니라 고객이 실제로 겪을 수 있는 사고까지 대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정해진 시험 기준을 통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로 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까지 고려했다는 의미다.

(사진10)GV90 테크데이
GV90 테크 데이 대담 패널들이 현장 질의에 답하는 모습. (왼쪽부터) 이준수 제네시스소음진동시험팀 책임연구원, 하태원 제네시스전동화소음진동시험팀 파트장, 정성기 제네시스시험1실 실장, 손유지 승객안전시스템설계팀 책임연구원, 박지웅 바디아키텍처개발팀 팀장, 김동환 차량아키텍처패키지개발팀 파트장, 안세진 제네시스프로젝트2실 상무./제네시스
제네시스 GV90의 기술적 도전은 차체와 안전에만 머물지 않았다. 디자인과 소재에도 보이지 않는 검증의 시간이 쌓였다.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은 외관을 구현하기 위해 헤드램프에는 레이저 가공 방식의 '컷리스' 공법을 적용했다. 고급스러운 질감과 내구성을 함께 확보해야 하는 울 캐시미어 원단은 200종 이상의 샘플을 제작해 검증했다. 뒷좌석 천연 우드 바닥 역시 골프화를 신고 승하차하는 상황까지 고려해 설계했다. 눈에 보이는 고급스러움이 실제 사용 환경에서도 유지되도록 세부 요소 하나하나를 점검한 것이다.

차량의 기본 골격도 새롭게 짰다. GV90은 플래그십 전용 전동화 플랫폼 eMP를 처음 적용했으며, 차체 구조물의 72%에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했다.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 등을 통해 주행 안정성을 높였고, 모터의 소음 유발력도 최대 40% 줄였다. 독일 아우토반에서는 시속 240㎞로 달리며 풍절음까지 검증했다. 정지 상태에서의 정숙성만이 아니라 고속 주행에서도 고급차에 걸맞은 감각을 구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이날 전시관에서 확인한 것은 완성차의 결과물보다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었다. 힌지 하나를 설계하기 위해 기구학 교재를 다시 펼치고, 차체 강도 시험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뒤 구조를 수정하며, 실제 사고를 가정한 에어백 시험을 반복하는 일. GV90의 혁신은 단번에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쌓아 올린 결과물이었다.

(사진18)GV90 테크데이
GV90 네오룬의 BIW 이미지./제네시스
제네시스가 내세우는 럭셔리의 기준도 이 과정에서 드러났다. 고급 소재와 세련된 디자인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직접 보지 못하는 구조와 안전 기술까지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 눈에 띄는 화려함 뒤에 기술적 완성도를 더하는 방식이다.

허광훈 제네시스개발담당 상무는 "엔지니어링은 흔히 타협의 기술이라고 하지만 GV90는 그 순서를 뒤집어 고객을 위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기준부터 먼저 세우고 이를 끝까지 지켜냈다"며 "GV90는 일반적인 자동차의 한계를 정면으로 넘어선 글로벌 최고 수준의 플래그십으로, 자동차 산업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시험에는 실패했다'는 고백으로 시작한 이날의 기술 설명은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이어졌다. 새로운 럭셔리는 실패를 감추는 데서가 아니라,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끝내 기준을 낮추지 않는 집념에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사진12)GV90 테크데이
GV90 테크 데이 전시 공간./제네시스
남현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