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유적부에 따르면 이날 강진이 13세기 중세 산간 도시인 라킬라를 강타하면서 도시내에 있는 로마네스크 및 르네상스 교회들 중 적어도 4곳과 16세기 성 한채가 부분적으로 무너졌다.
이 지역의 가장 유명한 교회들 중 하나인 바실리카 산타 마리아 디 콜레마기오는 중앙부 일부가 붕괴됐다고 이탈리아 ANSA 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이 이탈리아 유적부를 인용해 전했다.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을 혼합한 핑크 및 하얀 색의 보석상자로 된 정면을 지닌 이 교회는 1294년 교황 첼레스티노 5세가 취임식을 가진 곳이며, 지금은 해마다 수 천명의 순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또 신성로마제국의 샤를 5세를 기려 1548년 건설된 이 도시의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문인 포르타 나폴리도 파괴됐다.
이와 함께 16세기 성 안에 건설된 아브루초 국립박물관의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쥬세페 프로이예티 유적부 장관은 아브루초 국립박물관이 위치해 있는 성의 3층이 붕괴됐고, 들어가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다.
프로이예티 장관은 "훼손된 작품들이 안전하게 보관된 저장고들 역시 붕괴됐거나 불안정한 지역에 있다"고 말하고, 작품들을 보호하고자 여러 지방에서 유적 관리 전문가들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17세기의 아니메 산테 교회의 돔과 함께, 르네상스 바실리카 산 베르나르디노의 종탑이 산산조각이 났고, 18세기 바로크 양식의 산 아우구스티누스 교회의 돔 역시 붕괴됐다.
산간 도시인 라킬라는 역사적으로 수 차례 지진을 경험했으며, 1703년의 지진으로 도시가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한편 라킬라에서 서쪽으로 100㎞ 가량 떨어진 수도 로마에서도 강진의 여파가 감지됐다.
로마의 유적 총감독관인 안젤로 보티니는 이날 지진으로 로마의 `카라칼라 목욕탕'이 일부 훼손된 것을 제외하고는 포로 로마나와 콜롯세움과 같은 다른 유적들은 전혀 손상을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티니 총감독관은 카라칼라 목욕탕이 "일부 손상을 입었다"고 말했으나, 최초 검사 결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고 ANSA 통신이 전했다.
카라칼라 목욕탕은 서기 217년 황제 카라칼라가 만든 것으로 콜레세움에서 남쪽으로 1㎞ 가량 떨어진 아벤티노 언덕에 있는 고대 로마의 공중 목욕탕이다.
이 목욕탕은 당시에는 한번에 1600명을 수용할 수 있었고, 입구에 들어서면 드넓은 정원이 펼쳐져 있고, 수도 시설과 도서관, 체육관 등의 터도 남아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