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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날 다 됐는데...한 해 농사 다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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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승인 : 2010. 09. 0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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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곤파스’ 지난 길 뒤쫒아 가보니
[아시아투데이=김미애 기자] 제7호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순간 최대풍속 초속 52.4m의 광풍이 몰아닥친 2일 오전 6시부터 3시간가량 전국을 훓고 지나면서 2000만명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이번 태풍으로 5명이 숨지고 168만1000여가구가 정전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벼 침수와 낙과 등 농작물 피해가 잇따라 추석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경상남북도는 이렇다할 피해보고가 없어 여타 시군과 대조를 이뤘다.

곤파스의 광풍에 가슴 졸이고, 애가 탄 현장을 찾아봤다.

◇사과.배 주산지 낙과에 한숨= 추석 대목 출하를 기대했던 사과와 배 재배 농민들은 태풍이 몰고 온 비바람에 농심을 젖게 했다.

예산과 홍성지역은 이번 태풍으로 사과의 경우 재배면적의 40-50%가, 배는 70-80%가 낙과와 나무 쓰러짐 등의 피해를 입어 피해액만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충남 예산군 오가면의 한 농부는 “수확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렇게 다 떨어졌으니 어떻게 하냐”면서 “한꺼번에 주어 담는데도 일주일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배 농장을 운영하는 김인수씨는 “남은 과일 중 성한 것이 없어 1년 농사를 망쳤다”며 “연초부터 냉해로 고생했는데 하늘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시련을 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태풍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과수농가들은 아직 나무에 달려있는 과일이라도 건져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지만 일손을 구할 수 없어 사후 처리에 손을 대지 못하는 등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농촌 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없는데다 피해 규모도 워낙 엄청나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이럴 때 농손일손 높기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주말을 이용해 과수농가를 찾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남 구례군 지리산 자락과 충남 천안지역의 밤 재배지 1300여㏊에서도 20%가량의 피해가 발생했고, 고추 주산지인 청양은 빨갛게 익은 고추 수확기를 앞두고 절반정도가 강풍에 떨어져 나가 농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이날 오후 8시까지 집계한 태풍 피해는 수확을 앞둔 논 4315ha에서 벼가 쓰러지고, 과수용지 2399ha에서 사과와 배가 떨어져 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인삼시설 349ha, 비닐하우스 6233동, 축사 162동도 파손됐다.

◇명품 소나무숲.상록수림도 아뿔싸= 충남의 명품 숲으로 사랑받아오던 태안군 안면도의 안면송림과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의 천연기념물 상록수림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날 오전 3-5시 사이 안면도 일대에 강풍이 불면서 안면도자연휴양림과 안면도수목원 일대에서 집단자생하는 안면송 500여그루가 뿌리째 뽑히거나 부러지는 등의 피해를 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안면송은 조선시대 경복궁 및 창덕궁 건축과 대형선박 건조 등에 사용될 정도로 높은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의 대표적인 소나무로, 현재 안면도 일원 4802㏊(도유림 3550ㆍ사유림 1252㏊)에서 80∼120년 정도된 14만1000여그루가 서식하고 있다.

태풍 곤파스는 충남 보령에서 바다로 53km 떨어져 있는 오천면 외연도를 덮쳐 섬 마을 뒤쪽 능선을 따라 형성된 후박나무와 동백나무가 숲을 이뤄 천연기념물 제136호로 지정된 상록수림의 절반 정도가 쓰러지거나 잘려 나갔다.

이 섬에는 이날 새벽 2시부터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해 잘 보존된 상록 활엽수와 아름드리 낙엽 활엽수 등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더욱이 상록수림 중앙부에 있는 연리목인 ‘사랑나무’도 이번 태풍으로 뿌리가 뽑히고 두 나무를 연결하는 가지 부분도 잘려나가 이제 이곳에서는 사랑나무를 볼 수 없게 됐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창덕궁의 향나무(천연기념물 194호)도 갑자기 불어온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졌다.

창덕궁 관리소 관계자는 “올 초 폭설도 있었는데 그 때도 잘 버텨줬으나 이번에는 돌풍이 불었는지 그 부분이 부러졌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이 향나무의 추정 나이는 750년으로 지난 1404년 조선 태종이 창덕궁을 별궁으로 지은 뒤, 심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다.

◇도심 유리창 파손 복구에만 일주일 걸려= 초속 30m가 넘는 돌풍이 몰아치면서 주택가와 도심에선 건물 유리창이 깨지는 아찔한 사고도 잇따랐다.

서울의 한 아파는 아예 유리창이 없는 곳이 눈에 띄었고, 섀시는 통째로 떨어져 나가 광풍의 위력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서울 신대방동의 한 아파트에서만 30여가구의 베란다 유리창이 파손됐다.

한 주민은 “세찬 바람이 불어 걱정을 하던 차에 베란다 유리창에 균열이 가면서 순간적으로 밑에 유리부터 깨졌다”며 “마치 영화를 찍는 것처럼 끔찍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9층에서 11층 사이의 3개 사무실 유리창이 깨지면서 파편이 인도에 쏟아져 3시간 동안 행인들의 통행이 제한되기도 했다.

수도권지역에서 유리와 섀시를 하는 업체는 때 아닌 호황을 만났다.

마포에서 유리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밀려드는 주문으로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너무 많아 일주일은 꼬박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섀시 업체 한 사장도 “평소보다 주문이 10배도 넘는다”며 “추석 때까지는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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