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일본 국가신용 등급을 두 단계 강등한데 이어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조만간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960조엔(약 1경4000조원)을 넘어선 일본 국가 채무가 문제가 된 것이다. 여기에 경제쿠션 역할을 하던 무역수지도 더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고 정치권의 불안이 개선 가능성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이 미국, 유럽을 잇는 차기 금융위기의 후보지가 될 것이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 내부에서도 국채가 2년 만에 처음으로 목표치에 미달하면서 '채권 거품론' '금융위기'라는 직접적 단어까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23일 이틀간의 금융정책결정회의 끝에 만장일치로 현행 금융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현행 0~0.1%로, 자산매입기금 규모는 70조 엔으로 각각 동결됐다. 하루 전 국가 신용등급이 2단계 하향돼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추가 부양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은 과거 20년 동안 부채를 줄이려는 정책들로 경제가 위축됐고 그때마다 다시 정치인들이 나서서 완화를 요구하는 일들이 끊임없이 반복돼왔다.
현재도 이미 상당한 규모의 양적완화를 진행했는데 정치권에 떠밀린 BOJ는 올 들어서만 두 차례나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했고, 그 결과 자산매입프로그램 규모가 70조 엔으로 불어났다.
참다못한 시라카와 마사아키 BOJ 총재는 "일본 재정정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일본 국채 매도세가 형성돼 일본 국채를 보유한 일본 은행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정치권에 불만을 토로했다.
은행이 유동성을 투입해도 중앙은행에 축적하고 대출하지 않는 상황인데도 중앙은행이 다시 돈을 찍는 부적절한 메커니즘이 지속될 수 없으며 일본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7일 BOJ가 2년 만에 처음으로 국채매입 목표치를 달성하는데 실패하면서 채권 거품론이 불거졌다.
제로 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BOJ는 그동안 금리를 더 이상 낮출 수 없어 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자금을 푸는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했다.
그러나 이날 만기가 1~2년 남은 국채 4810억 엔 어치를 매입하면서 목표치인 6000억 엔에 미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국채매입 목표치를 BOJ가 달성하지 못함으로써 신뢰를 잃을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일본을 미래의 그리스로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치권의 리더십 불안은 위기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노다 총리는 현행 소비세를 5%에서 10%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일본 재정수입 구조에서 소비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율만 증가시키면 재정적자가 줄어들고 국가채무가 적어져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럽의 경우도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태에서 세금 인상 같은 긴축정책을 추진해 유럽 위기를 더 위험한 국면으로 몰고 갔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겪으면서도 신용등급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데 쿠션 역할을 하던 무역수지도 적자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무역수지는 지난해 2조5000억 엔 정도 적자를 기록했는데 올해가 절반도 지나지 않아 벌써 지난해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 한해 무역적자는 5조 엔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