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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뭐볼까] ‘널 기다리며’ 겉멋만 잔뜩 든 ‘허세 스릴러’

[영화뭐볼까] ‘널 기다리며’ 겉멋만 잔뜩 든 ‘허세 스릴러’

기사승인 2016. 03.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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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널 기다리며' 리뷰
[영화뭐볼까] '널 기다리며' 겉멋만 잔뜩 든 '허세 스릴러'

1990년대 '귀가시계'로 불렸던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최민수는 고현정의 어깨를 '탁' 붙잡고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이 희대의 유행어를 조금 비틀어 영화 '널 기다리며'의 관람평을 적어봤다. "이렇게 하면 스릴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심은경의 첫 스릴러 영화로 화제를 모은 '널 기다리며'는 15년 전 아버지를 죽인 범인의 출소를 기다린 희주(심은경)와 그를 곁에서 보살핀 형사 대영(윤제문) 그리고 이들이 쫓는 살인범 기범(김성오)의 얽히고설킨 사연과 추적을 그린다. 

[영화뭐볼까] '널 기다리며' 겉멋만 잔뜩 든 '허세 스릴러'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릴러 장르의 기본인 '긴장감'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데 있다. 

모홍진 감독은 캐릭터 구축과 자극적이고 스타일리쉬한 장면 연출에 몰두한 나머지 이야기의 큰 흐름을 놓치고 말았다. 군데군데 촘촘한 바느질이 시급한 서사는 다음의 숱한 의문을 낳는다. '희주는 왜 기범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라고 확신하는가' '기범과 민수(오태경) 중 실제 희주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가' '희주의 아버지는 정확히 어떤 경위로 살해를 당한 것인가' '기범과 민수가 저지른 여타의 살인 사건은 희주 아버지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가' 등등.

영화는 이 같은 물음에 대답을 흐린다. 그리고 관객들의 궁금증을 좀처럼 해소해주지 않은 채 익숙한 설정과 내용을 들이밀어 이해와 공감을 강요한다. 결국 "도식적이지 않은 새로운 스타일의 한국형 스릴러를 만들고 싶었다"는 모홍진 감독의 변은 '소망'에 그친다. 영화는 모 감독의 이상과 정확히 반대된다. 도식적이며 새롭지 않다. 

모홍진 감독이 힘을 준 몇몇 장면은 인상적이다. 대표적으로 기범과 민수가 모텔 내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팽팽하게 대치하는 장면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이 장면은 배우의 비주얼이 극적 긴장감을 어떻게 형성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민수를 분한 오태경은 배가 불룩 튀어 나올 정도로 체중을 불렸다. 반면 기범 역의 김성오는 마치 볼록판화처럼 복근과 갈비뼈가 도드라지게 체중을 감량, 날카롭고 메마른 비주얼을 완성했다. 이는 모 감독의 사전 주문으로 잘한 점이다. 감독의 요구를 성실히 따라 준 두 배우의 피나는 노력 역시 상찬할 만하다.

다만 감독의 의욕이 과다하게 드러난 설정 및 장면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희주가 사는 집의 한 벽면은 명언이 적힌 쪽지로 도배돼 있다. 그는 중간중간 명언을 내뱉으면서 자신의 악행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다분히 작위적인 설정이다. 기범은 뜬금 없이 바둑판 위에 알을 옮겨가며 일련의 사건을 복기한다. 이 장면 역시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마치 영화 스스로 "이 이야기는 허구다. 영화일 뿐이다"라고 외쳐 관객들을 일깨우는 꼴이다. 이런 겉멋이 잔뜩 든 장면들이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한다.

[영화뭐볼까] '널 기다리며' 겉멋만 잔뜩 든 '허세 스릴러'

분명 모홍진 감독은 '널 기다리며'를 굉장히 멋있고 재밌는 스릴러로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영화 곳곳에 그의 열정이 발견된다. 하지만 계산이 잘못됐다. 좋은 장면의 합이 반드시 좋은 영화란 답을 도출하는 것은 아니다. '조합'보다 '조화'를 꾀했다면 관객들의 아쉬움을 조금 덜 수 있지 않았을까. 

'널 기다리며'는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모홍진 감독의 상업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10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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