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 권력에 대한 이중적 태도와 정치개혁

[칼럼] 권력에 대한 이중적 태도와 정치개혁

기사승인 2016. 04. 18. 18:3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사람들은 정치권력에 대한 오래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권력은 될 것도 안 되게 만들고 안 될 것도 되게 만드는 힘이다. 복잡다기한 음양의 규제들이 득실거릴수록, 그런 규제들의 운용이 불투명할수록 권력이 작동할 여지도 많아진다. 


이를 피해가려는 거래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사람들은 부패라고 부른다. 권력은 법의 지배와 충돌하고 부패와 가깝다. 이런 속성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기에 사람들은 권력을 특히 절대 권력을 경계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액튼 경의 이 경구를 사람들은 이미 체득하고 있다.


사람들의 권력 혐오 정서는 권력의 추구가 민낯을 드러낼 때 극대화하는 경향이 있다. 새누리당이 이번 선거에서 실패한 것도 결국 사람들의 이런 정서가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선거에서 망외의 승리를 한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이 자기들을 지지해서 이긴 것으로 오인하고 과도한 행동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것이다. 이미 그런 경우가 있었다. 참여정부 때 압승한 야당이 대통령 탄핵에 나선 것이 그랬다.


권력에 대한 경계심은 권력을 통한 비리에 대한 극도의 혐오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람들은 권력을 공동체 전체를 위해 사용할 것을 원한다. 아울러 은연중 권력자들이 혹시 권력을 이용해서 개인적 치부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그런 치부에 대한 반감은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비록 입을 열어 외치며 항의하지 않을 적에도 그렇다. 이런 이유로 공직자들의 재산 상태는 언제나 공공의 감시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의심이 가는 사태가 벌어지면 재빨리 잘 해명해야 한다. 얼마 전 어떤 한 부장검사가 승진과 관련해 나타난 재산의 증액분이 너무나 컸고 이에 대한 해명이 명확하지 않자 곧바로 비판이 이어졌다.


법무부도 꾸물거리다 청와대가 방향을 정하자 비로소 자세히 조사하기로 했다. 사실 이것도 큰 실수였다. 사람들은 초록은 동색이라고 본다. 곧바로 확실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같은 부류로 간주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정부가 아무리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해도 이를 헛구호로 여길 뿐이다.


이런 경계심과는 달리 사람들은 권력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확보하고자 하는 심리도 가지고 있다. 예산폭탄을 가져오겠다는 인물, 최고 권력자의 측근 인사로 불리는 인물, 혹은 야당에서도 큰 소리를 칠만한 위치에 있어서 여당조차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그를 통해 뭔가 특별한 것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생각이 드러난 경우다. 재선에 나선 국회의원에게 상대 후보는 "우리 지역을 위해 한 것이 뭐냐?"고 따진다. 결국 그 지역을 위해 따온 예산이 미미하다는 소리다. 지역 일꾼이란 말 그대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지역에 예산폭탄을 선물하는 사람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권력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 한편으로는 권력에 대한 경계심을 내비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을 통해 사익을 얻고자 한다. 이런 동기가 강해지면 결국 다른 사람의 호주머니로부터 더 많이 가져오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빚어진다. 


'자유론'으로 유명하며 약자들에 대한 동정심이 강해 '부인의 예종'을 쓴 밀(J. S. Mill)조차 '대의정부'에서 "직접세를 내지 않는 사람에게는 투표권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이들로 하여금 공공의 목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그 어떤 목적을 위해서도 다른 사람들의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게 허용하는 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정치가 삼류라고들 한탄하지만 그 원인을 공급 측에만 돌릴 수 없다.


공급은 수요에 반응하므로 투표자들의 수요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 나라와 국민의 장래를 생각하는 정치 지도자라면 국민들의 권력에 대한 경계심에 부응하면서도 국민들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돌입하지 않도록 제어할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게 진정한 정치개혁이 아닐까. 여야 지도자들이 대선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우리 정치를 업그레이드할 제도적 장치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