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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뭐볼까] ‘사냥’ 배우들은 ‘사냥’을, 영화는 ‘낚시’를…

[영화뭐볼까] ‘사냥’ 배우들은 ‘사냥’을, 영화는 ‘낚시’를…

기사승인 2016. 06. 3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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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냥' 리뷰
[영화뭐볼까] '사냥' 배우들은 '사냥'을, 영화는 '낚시'를…

'그 산에 오르지 말았어야 했다.' 영화 '사냥' 포스터에 적힌 이 홍보 문구로 감상평을 대신한다. 영화는 EBS 교양 프로그램 '극한 직업' 배우편을 보는 것처럼 온갖 '고생'으로 가득하다. 이우철 감독은 비가 내리는 날 비 장면을 촬영하는 실험까지 강행하면서 배우들에게 빚을 졌다. 이 감독은 이 빚을 '관객 사냥'으로 갚아야 하지만 정작 관객들이 저격당할지 의문이다. 배우들이 죄다 산으로 가서 그런지 영화도 산으로 갔다. 제목은 '사냥'인데 '낚시'를 본 느낌이다. 

'사냥'은 우연히 발견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오르지 말아야 할 산에 오른 엽사 무리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버린 사냥꾼 기성(안성기)의 추격을 그린 영화다. '최종병기 활' '끝까지 간다' 제작진이 참여해 만든 이 영화에는 이렇다 할 최종병기가 없다. 끝까지 가지만 그 과정에서 툭툭 '물음표'가 찍힌다. 

[영화뭐볼까] '사냥' 배우들은 '사냥'을, 영화는 '낚시'를…

영화는 쓸데없이 많이 감춘다. 그래서 시종일관 에두른다. 극 중 기성은 과거 무진에서 벌어진 대규모 탄광 붕괴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다. 영화는 그가 어떻게 생존했는지를 비밀에 부치고 엽사 무리와의 추격전을 시작한다. 문제는 메인 플롯이라 할 수 있는 기성과 엽사 무리의 추격전이 보조 플롯인 기성의 전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데 있다. 산 속을 뛰어다니며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는 이들의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은 중간 중간 삽입된 기성의 전사 장면으로 토막난다. 기성의 캐릭터와 과거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이 장면은 그 기능마저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추격전의 힘을 빼고 만다. 

나름 참신한 한 줄 콘셉트를 지닌 영화는 그 이상의 얘기를 풀어내지 못한 채 산 속에 갇힌다. 영화는 우연히 발생한 사고 하나를 가져다가 이를 본 목격자와 수습해야 하는 무리의 추격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간다. 점점 악화돼가는 상황 속에서 한 쪽은 이 지독한 추격을 포기할 법도 한데 좀처럼 끝이 나지 않는다. 쫓고 쫓기며, 숨고 찾는 과정의 반복은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법칙을 지키기 위한 전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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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영화는 조연 캐릭터들을 허투루 소비한다. 동근(조진웅)이 이끄는 엽사 무리는 총 6명으로 면면이 훌륭한 배우들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영화 안에서 이들의 캐릭터와 존재감은 희미하다. 극 중 동근의 쌍둥이 동생 명근(조진웅)은 엽사 무리를 보고 "뭐 이렇게 많이 달고 왔어?"란 대사를 내뱉는데, 이는 곧 관객들이 그대로 이우철 감독에게 돌려주고 싶은 말이다. 단순히 무리를 이루기 위해 동원된 조연 배우들은 편이하고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퇴장한다. 각자가 무리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너무 늦게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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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이 가득한 이 영화의 유일한 장점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올해로 데뷔 59주년을 맞은 안성기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액션 장면을 소화하며 말 그대로 산을 누볐다. 1인 2역을 맡은 조진웅은 모자람 없이 연기했다. 한예리는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다. 그는 또래보다 지능 발달 속도가 느린 양순 역을 맡아 호연했다. 권율 역시 다른 작품들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안성기·조진웅·한예리·권율이 출연한 영화 '사냥'은 '첼로-홍미주 일가 살인사건'으로 데뷔한 이우철 감독의 신작으로 29일 개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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