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MRO 시장 선점 기회, 중소·중견기업 낙수효과… ‘독점적 생태계’ 방산 4대 강국 이끌어
◇ 한화오션·HD현대 사활 건 60조 캐나다 수주전… 글로벌 MRO 허브 선점 기회
국내 조선 방산의 양대 거두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캐나다 초계잠수함 프로젝트(CPSP)는 총사업비만 60조 원에 육박하는 단일 무기 체계 사상 최대의 전장이다. 디젤·전기 추진 방식의 하이브리드 잠수함 12척을 순차 도입하는 이 메가 프로젝트는 이달 중 가시적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안보 학계와 해양전략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 보유한 'KSS-III(장보고-III)' 잠수함 플랫폼의 탁월한 작전 성능에 주목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수중 은밀 기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전술적 우위와, 계획된 예산 내에서 적기에 함정을 인도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 인프라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K-해양방산 전문가인 심규찬 고문 (법무법인 태평양, 전 해군 재독)은 "방산 파트너십은 인도 후 30년 넘게 이어지는 후속 군수지원(MRO)의 지속성이 성패를 가른다"며 "기술 이전과 현지 MRO 인프라 구축 역량을 완비한 한국은 캐나다에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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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국가 안보의 지평을 바꿀 초대형 거시 모멘텀이 더해졌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미래국방전략위원회 공식 석상에서 대한민국 사상 첫 핵추진 잠수함 도입 계획인 '장보고-N' 사업의 시동을 건 것이다. 오는 2030년대 중후반 진수 및 실전 배치를 조준한 이 국책 사업은 국내 잠수함 산업 전반에 마르지 않는 초장기 성장 동력을 주입하고 있다.
저농축 우라늄 기반의 소형 원자로 설계와 한미 원자력 협정의 전략적 조율 가능성이 구체화됨에 따라, 디젤 하이브리드 영역에 머물던 국내 기술 생태계는 단숨에 최고 난도의 하이테크 영역인 '원잠 제조 밸류체인'으로의 전면적인 체질 개선을 시작했다. 원자력 잠수함은 무제한에 가까운 잠항 능력으로 적의 수중 위협을 상시 감시·봉쇄할 수 있는 비대칭 주권 자산인 만큼, 관련 기자재 산업 전반의 기술적 도약과 낙수효과는 과거와 궤를 달리할 전망이다.
◇ 강소 기업, 파이버프로·비츠로셀 등 민수·방산 겸용 기술 독점 무기화… 중소·중견 부품사로 흐르는 강력한 낙수효과
심해의 엄청난 수압과 산소가 차단된 가혹한 밀폐 환경을 견뎌내야 하는 잠수함은 우주항공 분야에 버금가는 고난도의 기술적 진입장벽을 지닌다. 부품 하나의 결함이 함정 전체의 침몰과 승조원의 생명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까다로운 군사 규격(MIL-SPEC)과 엄격한 시험 평가를 통과하고 국산화에 성공한 중소·중견 강소기업들은 공급망 내에서 사실상 대체 불가능한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는다.
K-잠수함 생태계는 선체의 설계와 최종 조립 및 건조를 총괄하는 체계종합(빅2) 조선사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핵심 축으로 삼아 유기적으로 회전한다. 두 대형 조선사가 해외 수주와 건조의 판을 깔면, 국내 방산 부품 생태계 전반으로 막대한 부가가치가 흘러 들어가는 완벽한 낙수효과 구조를 확립했다. 수중 작전의 성패를 가르는 정밀 항법과 전기 추진 계통이 대표적이다.
수중에서 외부 신호 없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하는 정밀 항법의 중추, 광섬유 자이로(FOG) 기반 관성항법장치(INS) 및 관성측정장치(IMU)는 파이버프로가 독점 공급하며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잠수함의 생명인 은밀성을 책임지는 공기불요추진체계(AIP) 유도무기용 특수 열전지와 리튬배터리 시스템 분야는 비츠로셀과 삼성SDI가 글로벌 기술 표준을 선도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기계·추진 및 선체 제어 분야 역시 정밀 국산화 기술로 무장한 부품사들이 촘촘하게 뒤를 받친다. 수중 은밀 기동의 핵심인 저소음·저진동 특수 디젤 엔진과 발전기 시스템은 한화엔진과 STX엔진이 도맡아 생산하며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밀폐된 압력선체 내부의 냉각, 연료, 유압 계통을 통제하고 가혹한 심해 압력을 버텨내는 초정밀 고압 피팅과 계장용 밸브는 비엠티와 태광이 독점적인 공급 체계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압력선체 내부의 전반적인 환경과 액체 화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제어하고 감시하는 선박용 특수 계측 시스템 부문의 선두 주자 한라IMS까지 가세했다. 이처럼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원천 기술을 무기화한 국내 중소·중견 제조사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력하고 조밀한 'K-잠수함 독점 제조 생태계'를 완성해 가고 있다.
◇"단기 과열 경계하고 선제적 인프라 투자… 부품 생태계 금융·외교적 엄호 뒷받침돼야"
다만 안보 및 K-방산 전문가들은 현시점의 급격한 시장 과열을 냉정하게 경계하며, 지속 가능한 생태계 안착을 위한 국가 차원의 마스터플랜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익명을 요구한 해양방산업체의 고위관계자는 "잠수함은 계약 체결부터 실제 건조 및 대금 회수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중장기 호흡의 산업"이라며, "글로벌 수주전에는 예기치 못한 외교·정치적 변수가 수시로 개입하는 만큼, 중소 부품 협력사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 금융 지원과 정교한 외교적 엄호 사격이 강력하게 뒷받침되어야 K-방산의 60조 잭팟이 비로소 완성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거대한 바다 밑에서 조용히 추진력을 축적해 온 대한민국의 수중 방산 생태계는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잠수함과 핵잠이라는 양대 날개를 달았다. 거친 해양 안보의 파고 속에서, 우리의 독자 기술 공급망은 전 세계가 경외하는 가장 견고한 '수중 요새'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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