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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무역전쟁, 韓 틈새 노려라… 현대차·삼성 등 대기업 ‘기회론’도 부상

美中무역전쟁, 韓 틈새 노려라… 현대차·삼성 등 대기업 ‘기회론’도 부상

기사승인 2018. 07.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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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4차산업 신기술 따라갈 타이밍
현지진출·합작 시장침투 기회 생겨
미국 車 관세 우선 면제땐 호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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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대변혁의 시기를 새로운 산업혁신과 시장 침투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한 통상당국은 12일 서울 광화문 무역보험공사 회의실에서 주요 수출업계와 ‘미중무역분쟁 실물경제 대응반 회의’ ‘미국 자동차 232조 관련 민관합동 TF회의’를 차례로 진행했다. 비상이 걸린 업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취지의 자리다. 산업계 곳곳에선 이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수동적 대비보다는 리스크를 기회로 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중국 주춤할 때, 4차산업 혁신해야” 삼성·LG·SK 시간 벌었다

당장 중국행 중간재 수출에 타격이 예상되면서 한국경제 위기론이 팽배하지만, 일각선 무역분쟁으로 촉발되는 세계질서 변화가 한국산업 도약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란 기회론이 나온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4차산업혁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에 있어서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글로벌 톱 수준이라서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며 “굉장히 중요한 시기에 미·중 충돌이 일어났고 우리 정부로선 혁신을 통해 추격할 절호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G2 갈등으로 중국의 신기술 개발이 견제받는 게 우리 첨단산업으로선 시간을 벌 수 있는 기회이자 산업혁신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가 각종 규제로 4차산업 혁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사이 중국은 핵심인 AI 부문 초강자로 부상했다. IT 유통분야와 스마트 헬스케어·드론·자율주행·핀테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력이 입증되고 있어, 조만간 산업에 접목해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화된다면 우리 첨단산업은 설 곳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현재 한국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은 거의 모든 가전제품에 AI 솔루션(빅스비)을 탑재하고 있고, 스마트폰에도 헬스케어 기능을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LG 역시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SK도 AI 조명이나 스피커를 출시하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만약 미·중 갈등이 없었다면 우리는 신기술 관련 글로벌 무대에서 앞서 나가는 중국을 바라보며 대책을 고민해야 했을 수 있다”며 “기회를 놓치지 말고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민관·산학 협력을 추진하는 동시에, 중국 수준의 프라이버시 데이터 규제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하나의 시각은 중국에서 불고 있는 반미운동과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등이 우리한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은 관세가 붙는 중국산이 미국내에서 팔리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 제품이 틈새 시장을 공략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아울러 외국기업들의 공장 철수를 우려한 중국정부의 회유책도 기대해볼 만하다. 현재 중국은 외국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면서 밖에서는 기술 이전을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라 ‘경쟁이 공정하지 않다’는 불만이 미국과 유럽에서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시장개방 압박이 거세질 수 있는 대목으로, 우리 기업들의 현지 진출이 합작 등의 형태로 더 수월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車 관세 25% 우선 면제땐 현대·기아차, 뜻밖의 호재 될 수도

미국발 통상 변수의 또다른 축인 무역확장법 232조는 철강에 이어 자동차로 이어지고 있다. 2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물리는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경우 긴급하게 수입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미국의 무역제재법이다.

만약 미국이 한국산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의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올해 하반기 쏘울 풀체인지 모델 생산을 앞둔 기아차 광주공장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막 정부와 협상을 마치고 정상화에 들어간 한국GM이나 르노삼성의 한국공장의 경우엔 미국 수출이 없다면 유지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보복이 다른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해 내수 시장 확대를 도모하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 성장 가능성을 높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이 관련 조치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우선적으로 면제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해 기준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7%대에 그친다. 견고하게 구축해 놓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차·일본차가 장악하고 있는 미국내 수입차 시장 판도가 흔들릴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불가능한 가정만은 아니다. 앞서 철강 232조의 경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면제 조치를 받았고, 일본 등의 경우 여전히 25% 고율 관세를 물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한국이 제외되더라도 다른 해외기지를 구축한 업체의 경우 미국 수출에 애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GM이나 르노삼성의 한국 공장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여지도 생긴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미국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건 독일 등 유럽차나, 미·일FTA 협의 중인 일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관련 캐나다·멕시코이기 때문에 이번 관세 압박이 한국을 비껴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면서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미리부터 장밋빛 전망을 논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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