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홍석빈 칼럼] 투키디데스 함정 앞에선 미·중과 한반도의 선택

[홍석빈 칼럼] 투키디데스 함정 앞에선 미·중과 한반도의 선택

기사승인 2019. 06. 19. 18:2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홍석빈 우석대교수(정치외교학)
시진핑 방북, 북한 체제보장·경제회복 '불씨' 주목
미·중 흔드는 판위에서 남북 '선택의 시간'
남·북·미·중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는 싸다' 명심해야
홍석빈 교수 최종 증명 사진
홍석빈 우석대 교수(정치외교학)
외적(外敵) 페르시아와의 전쟁(B.C. 490~448)에서 승리한 그리스 도시국가연합체 쌍두마차는 스파르타와 아테네였다. 이후 페리클레스 주도의 그리스 민주정치 황금시대가 이어졌다. 평화는 짧았다.

페리클레스 사후 그리스 세계는 전통 육상세력 스파르타를 맹주로 한 펠레폰네소스 동맹과 신흥 해상세력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델로스 동맹으로 양분됐다. 결과는 내전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1~404)이었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현상유지(status quo)를 타파하고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양대 세력 간 패권경쟁(hegemonic war) 상황을 지칭하는 말이다. 현 시대 미국과 중국이 그리고 남북한을 비롯한 전세계가 직면한 상황이다.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투키디데스 자신도 아테네군 장군으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참전했었다. 자신이 쓴 펠로폰네소스전쟁사에 “전쟁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신흥 아테네의 부상으로 패권자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라고 썼다.

20일 14년 만에 중국 최고지도자가 북한에 간다. 두 나라 지도자의 노림수는 복합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성과 없이 끝난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과 블라디보스토크 북·러 정상회담의 아쉬움을 만회하고, 중국을 등에 업고 미국과의 거래를 통해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릴 계기를 만들 기회다.

◇시진핑 방북, 북한 체제보장·경제회복 ‘불씨’ 계기 주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미국과 군사안보·경제통상·과학기술 등 다양한 전선에 걸친 사활적 경쟁의 와중에 전열 재정비를 위한 시·공간을 확보할 출구가 필요하다. 다행히 중국에게는 문이 살짝 열려 있는 방이 보인다. 남북한이다.

북한은 국제사회 제재로 붕괴 일보 직전에 있는 경제에 중국의 지원을 기대함과 동시에 비핵화를 둘러싼 미국과의 협상에서 중국의 지원을 기대한다. 중국은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는 등 북·미 두 나라의 움직임에 대해 직접 만나 진의를 파악하고 싶다.

한국은 교착상태에 있는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복원과 남북 당사자와 동북아시아 열강인 미·중·러·일과 앞으로 전개될 지난한 협상과정에서 한반도 당사자 적격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미국은 전세계에 걸친 패권국의 지위에 흠집이 갈 가능성이 가장 커진 동북아에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지속가능한 정치·군사·경제의 양보불가능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고자 한다. 일본과 러시아도 자국의 이익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이 모든 당사국들의 국익이 동시다발적으로 충돌하는 곳이 바로 우리 땅 한반도다.

자본주의 미국과 공산주의 소련 간 대결에서 승리한 후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패권을 ‘영원히’ 유지하려는 미국, 177년 전 아편전쟁에서 치욕의 패배 후 지난 40여 년 동안 사회주의시장경제를 통해 급성장하면서 ‘도광양회’에서 ‘일대일로’로 전략적 지향점을 선회해 중화(中華)를 재현하려는 중국. 그 피할 수 없는 패권경쟁의 한복판에 남북한과 동북아가 놓여 있다.

◇남·북·미·중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는 싸다’ 명심해야

미국은 시 주석의 방북과 관련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가 중국을 포함한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공동 목표라는 입장을 내놨다. 북한 비핵화 과정에 중국이 끼어들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로 해석된다. 다행히 북한 비핵화는 중국의 국익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이기에 미·중 두 나라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꽃놀이 패가 될 수 있다.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한·중, 한·미 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린다. 미국은 홍콩과 대만 문제,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 북핵을 둘러싼 북한에 대한 영향력 확대, 화웨이와 ZTE 등 자국 기업들의 미국과의 첨단기술 경쟁·침투 등으로 미국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G20 회의의 성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이 중요하다.

미·소 냉전시대 한때 소련의 도전에 어설프게 대응했던 미 국방부 펜타곤에 이런 글귀가 있다. ‘진짜 적을 만나게 된다면 우리는 심각한 곤경에 처할 것이다.’ 그 진짜 적을 오래 전에 간파했던 것 같은 나폴레옹은 “잠에 빠져 있는 중국을 깨우지 마라. 깨어나는 순간 온 세상이 흔들릴테니’라고 했다. 중국은 스스로 깨어났다.

미·중이 흔드는 판 위에서 한국과 북한의 선택이 우리 민족의 흥망,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선택이 인류의 성쇠를 가를 시간이 오고 있다.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는 싸다’는 경구를 각국 지도자들만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중심에 놓고 대응할 때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