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4G LTE 부품 부족해 MC사업부 실적 악영향 언급
각국 정부 나서지만 수급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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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부족(쇼티지) 현상이 전 산업군으로 번지고 있다. 애플과 LG전자 등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이 모바일용 반도체와 관련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최상위 부품 수급업체로 알려진 애플의 이번 언급은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부품의 자체 수급이 가능한 삼성을 제외하면 반도체 쇼티지 현상에서 자유로운 업체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LTE 반도체·아이폰 부품 부족해
31일 전자부품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부터 스마트폰에 쓰이는 28나노 4G LTE 반도체가 부족한 상태다. LTE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싶어도 관련 부품이 부족해 차질을 빚는 것이다.
LG전자는 29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 감소와 4G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칩셋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매출액과 손익이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MC사업부의 지난해 누적 매출은 5조2171억원, 영업적자는 8412억원을 기록했다.
4G LTE 스마트폰은 유럽, 중남미, 중동, 인도, 아프리카 등에서 여전히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5G 네트워크 도입이 이뤄지는 과도기이기 때문이다. 북미와 중국, 일본 일부 지역에서도 여전히 LTE 스마트폰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북미, 중남미에서 의미 있는 3위 사업자로 4G 스마트폰을 판매해왔다.
애플 역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맥북, 아이패드, 아이폰12 프로는 모두 공급 부족상태”라며 “제품에 필요한 반도체 공급을 포함해 여러 면에서 생산량을 늘리는데 제약이 따른다”고 밝혔다.
애플은 아이폰12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114억달러(약 124조원), 영업이익 335억달러(약 37조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31% 급증했다.
제품별로는 아이폰 매출이 전체의 59%(656억 달러)를 차지했다. 맥 PC와 아이패드 매출은 각각 21%, 41%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 원격학습 영향으로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아이패드는 2015년 1분기 기록한 매출 89억달러 이후 처음으로 80억 달러를 돌파했다. 에어팟과 애플워치가 포함된 웨어러블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0% 늘었다.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다.
쿡 CEO의 언급은 애플이 주요 부품이 부족해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제품 수급을 원활하게 맞추지 못한다는 의미다. ‘더 많이 팔 수 있었는데 부품 수급 문제로 아쉽다’는 속내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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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업계에서는 쿡 CEO의 부품 부족 언급에 놀라는 눈치다. 애플은 전세계 부품 사슬의 최정점에 자리한 ‘제왕’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애플은 값비싼 부품을 대량으로 구매한다. 대부분의 세트 업체(완제품 제조사)가 부품사와 치열한 가격 협상을 벌이지만, 애플은 이 분야에서도 큰손다운 면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업체들은 부품사에 가격을 깎아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하지만, 애플은 까다로운 품질 조건만 맞춰주면 가격 면에서는 신사에 가깝다”며 “전세계 부품사들이 애플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귀띔했다.
애플의 최근 10~20년간 성장세도 부품계의 제왕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오선동 스톤파트너스 수석연구원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지금 모든 반도체나 부품 수급이 부족한 상황인데 애플은 (그나마) 제외”라며 “애플은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PC 등이 매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애플이 사용하는 반도체의 단가가 높은 편이라 위탁 생산업체(파운드리)들이 물량을 맞춰준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애플이 부품 부족을 언급한다면 LG전자나 중국 스마트폰 빅4(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는 당연히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미다.
자동차, 스마트폰용 부품 부족 현상은 최근 파운드리 업계가 10나노 이하 초미세 시설투자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전 산업에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는데 최근 반도체 업체들이 10나노, 28나노, 55나노, 100나노 이런 라인에는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10나노 이하에 투자했다”며 “전체 시장이 커졌는데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화웨이 빈자리 채우기 경쟁에 돌입하면서 부품 수급에 공격적으로 나선 영향도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지난해 주춤했던 5G 단말 수요 끌어올리기다. 화웨이가 중저가 브랜드 아너를 매각하면서 공백도 생겼다.
중국 4대 스마트폰 브랜드는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다. 이 가운데 화웨이가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스마트폰 사업이 위축되면서 나머지 세 업체가 올해 경쟁적으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샤오미, 오포, 비보가 준비 중인 신제품은 카메라 성능을 강조한 5G 중저가 스마트폰이 대부분인데, 이러한 제품에는 모바일용 D램 증량이 필수적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중국 브랜드가 내놓을 5G 중저가 스마트폰들의 차별화 요인이 카메라 수와 기능”이라며 “카메라 성능을 끌어올리려면 D램을 더 많이 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애플 역시 ‘아이폰12 프로’ 모델에 기본형(4GB)과 달리 6GB D램을 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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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오는 4일 대만 정부와 반도체 수급을 위한 긴급 회의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는 대만 대표 파운드리 기업 TSMC와 UMC 고위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에 앞서 독일과 일본 정부도 대만에 협조 요청을 한 바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기업들이 반도체 수급 어려움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도 도요타, 혼다 등 주요 자동차 기업을 위해 나섰다.
TSMC 등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은 지난 연말부터 모든 생산 라인을 100% 풀가동 중이다. 현재 생산 중인 물량은 지난해 3분기 말, 4분기에 예약이 끝난 제품들이다. 각국 정부가 나선다 한들 ‘새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2분기 이후 생산할 물량의 우선권을 기대한 긴급 회의일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TSMC는 대부분 연단위로 계약을 한다. 대부분 예약은 지난해 3분기 말, 4분기에 이미 다 끝났다”며 “당장 반도체를 더 만들고 싶어도 쉽지 않다”고 했다. 또 “당장 특정 업체가 이달 웨이퍼 투입을 줄이겠다고 해야 자리가 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