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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음악을 가르치는 이민자들에게 희망이 된 앨리스씨

영어로 음악을 가르치는 이민자들에게 희망이 된 앨리스씨

기사승인 2021. 03. 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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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캘거리에 거주하는 앨리스 김씨는 국제 결혼 8년차다.

중국계 캐나다인 남편과의 사이에 4살, 1살 자녀를 가진 서른 중반의 그녀는 캘거리 지역 뿐만 아니라 캐나다 전역에서 음악지도자 양성자로 명성이 자자하다.

앨리스씨는 한국에서 작곡을 전공한 뒤, 음악관련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2012년 막연히 호주로 워홀을 떠났다.

평생 음악만 하고 살았던 그녀는 영어가 부족하니 전공 관련 일은 꿈도 못꿨다. 최저 임금을 받고 패스트 푸드점에서 새벽일을 해야만 했고, 그외 우체국에서 패키징을 하는 단순업무를 전전하며 ‘전공관련 일을 꼭 하고싶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앨리스씨는 “그때 그래도 정말 행복했어요. 호주 햇빛이 말로 표현 못하게 아름답거든요. 지금도 가끔 그 20대의 제 모습과 열정이 그립네요”라고
그때를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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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씨는 “8년전만해도 이렇게 제 오피스를 갖고 학생들을 가르치게 될지 몰랐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렇듯 한국에서 서양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 정작 영어권 나라에서 커리어를 쌓는 일은 쉽지 않다. 음악 관련 용어가 영어라 하더라도 문장 구사가 안되면 취직이 어렵기 때문이다. 앨리스씨는 캐나다인 남편과 결혼을 한 후 캐나다로 건너와 호주에서 배운 영어실력에 더해 맨땅에 부딪히는 마음으로 캘거리 지역내 모든 음악학원에 지원서를 냈다. 그 몇 십 곳 중에 한군데서 다행히 연락이 왔고 일을 시작하게 된 그녀는 유창하게 자신만의 페다고지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캐나다인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특별한 레슨 방법들을 연구하고, 언어 공부에 더 많이 집중했다. 학구열로 뜨겁던 차이나타운에서 앨리스씨는 소문이 나며 그녀에게 레슨을 받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넘쳐나게 되었다.

앨리스씨는 “한국에서 음악을 전공했지만 영어가 부족하거나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감이 부족해서 아까운 재능을 활용하지 못하는 한국 이민자들이 캐나다 전역에 무척 많아요. 사실 음악으로 레슨을 하는 용어들은 꽤 제한적이거든요. 영어가 무척 유창하지 않아도 그 점을 잘 활용한다면 다시 커리어에 재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며 “저도 가이드를 해준 사람이 있다면 이 길로 쉽게 들어섰을텐데 그런 도움이 없어서 시간을 많이 낭비한 셈이죠. 하나부터 열까지 단어 정리하고 표현 익히고 했던게 재산이 되어 지금은 그 걸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아요” 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피아노 레슨과 강의 뿐만 아니라 본인의 경험을 살려서 음악 선생님 대상으로 영어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본인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캐나다 음악 선생님들이 대부분 강사진이고 앨리스씨는 참관만 하는 경우가 많다. 캐나다에서 피아노 선생님으로 자리 잡은 지 8년만에 캐나다인 음악선생님들을 강사진으로 둔 디렉터가 된 셈이다.

현재 그녀의 도움으로 캐나다에서 음악선생님으로 자리 잡은 사람이 성공기를 공유하면서 숨어있던 음악전공자들이 용기 내어 그녀에게 SOS를 친다고 한다. 앨리스씨는 “연락하시는 많은 분들이 대부분 음악을 전공했지만 집에서 살림을 하시는 엄마들 이에요. 아니면 음악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레슨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죠. 그분들이 저도 다시 음악관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라고 문의를 많이 하세요” 라고 설명했다. 주부로, 영어 실력으로 경력이 단절 되었던 사람들이 다시 본인의 일을 이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앨리스씨의 목표다. 또한 그녀는 현재 캐나다가 음악 전공 관련 이민이 가능한 나라이기 때문에 전공자라면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이민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전하며 그런 사람들에게도 현실적인 조언과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여전히 러브콜이 넘쳐나는 피아노 선생님이기도한 앨리스씨는 캐나다로 음악이민을 위한 사람들과 캐나다내 음악선생님이 되려는 이민자들을 위해 현재 ‘CANADA MUSIC PEDAGOGY’를 설립해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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