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스마트폰 경쟁사들 공격적 M&A
삼성전자 시계 다시 움직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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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M&A 시장에서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삼성전자의 현주소다. 2010~2017년까지 간간히 발표하던 M&A 역시 최근에는 자취를 감췄다. 9조원대 투자를 단행한 대형 M&A 건은 2017년 하만인터내셔날이 마지막이다. 애플은 이 사이 스마트폰과 웨어러블기기 관련 기업 11곳과 신규 서비스 관련 기업 84곳을 인수했다. 애플이 최근 공개한 자체 설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M1’ 칩은 공격적인 M&A 결과다. 경쟁사인 애플, TSMC, 인텔 등이 글로벌 M&A 시장을 종횡무진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27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간 M&A 규모는 1180억달러(약 131조원)에 달한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2015년 1077억달러(약 119조원)를 훌쩍 뛰어넘는다. 세계 최대 그래픽 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의 ARM 인수(400억달러), AMD의 자일링스 인수(350억달러),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90억달러) 등 굵직한 소식이 쏟아진 덕분이다.
삼성전자의 M&A 참전을 예상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됐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만 해도 최근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을 예상하는 보고서를 냈다.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NXP,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스위스 마이크로칩 일렉트로닉스를 피인수후보로 놓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투자전문 매체 배런스는 JP모건 보고서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NXP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JP모건이 삼성전자의 M&A 가능성을 제기한 배경은 100조원을 훌쩍 넘기는 현금성 자산에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가운데 외부 컨소시엄 결성, 대규모 차입금을 일으키지 않고도 M&A를 추진할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할 정도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이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3년 내 의미있는 M&A를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점도 금융투자시장의 바람을 키웠다. NXP는 차량 전력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확보한 회사로 손꼽힌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기업간 M&A에서 삼성전자는 한걸음 물러서 있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SK그룹, LG그룹을 보면 3~4세 경영자가 전면에 나서면서 체질개선과 자신만의 색을 보여주기 위해 M&A를 적극 추진하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는 이러한 변화를 추진하는 중심축이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M&A 뿐만 아니라 조단위 설비투자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설비투자 분야는 주로 파운드리에 집중돼 있다. 반도체 산업의 철저한 분업화가 진행되면서 생산만 하는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대만 TSMC가 올해에만 33조원대 설비 투자를, 미국 인텔이 20조원대 투자를 발표한 상태다. TSMC는 이날 중국 난징 공장에 28억 달러(약 3조1130억원)를 투자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다음달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발표 시기와 투자 규모 등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보수적인 행보가 의사결정권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에서다.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 원장은 “격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한국 반도체가 세계 1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발상에 가까운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업이 세계를 누빌 수 있도록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