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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한·미 정상 공동성명’의 진정한 의미

[이효성 칼럼] ‘한·미 정상 공동성명’의 진정한 의미

기사승인 2021. 06. 1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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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 자문위원장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어떤 문건의 의미는 그 명시적인 문면에서보다는 행간에서 나타나는 언외의 의미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문재인과 조 바이든 한·미 두 대통령이 지난 5월 22일 정상 회담을 마치고 발표한 매우 다양하고 구체적인 내용의 공동 성명도 바로 그런 문건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성명은 서문에서 70여 년 전에 전장에서 형성된 한·미 동맹은 양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축이었음을 확인하며 이제 세계가 재편되고 있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양국의 결속을 재활성화하고 현대화하여 “철통 같은” 동맹이기를 재확인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가 한·미 동맹을 소홀히 한 채 지나치게 친중적이라며 불안해했던 많은 이들의 우려를 해소해주었다. 이와 함께 한·미는 국내외에서 민주적 규범, 인권과 법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지역에 대한 비전을 공유한다고 언명함으로써 한국의 우방이 민주 진영임을 분명히 했다.

이 성명은 또 북핵 문제의 해결에서 실질적 진전을 위해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이를 모색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교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환영하였다. 그러면서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 여기서 북핵 문제 해법에서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 방법론이 많이 반영되었음이 읽힌다.

중국의 패권 도전을 물리쳐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지정학적으로 한국만큼 긴요한 동맹도 없을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반도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고 크지 않은 서해를 끼고 중국 본토와 지근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의 한국 배치를 격렬히 반대했었다. 미국은 이제 한국이 자체의 미사일로 자기방어를 할 수 있도록 미사일 개발을 제한하고 있던 미사일 지침을 해제하고 아르테미스 협정에 한국이 참여하여 미국과 함께 우주 개발 사업을 펼칠 것을 약속했다. 이로써 한국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포함하여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개발하고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동맹국 한국과 그 기술력에 대한 미국의 신뢰와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성명은 한·미 동맹이 군사 동맹에서 산업 동맹으로 확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술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양국은 공동의 안보와 번영의 증진을 위해 핵심적인 신흥 기술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코비드19 백신을 포함하여 백신의 생산과 보급과 같은 의료보건 산업, 탄소 배출 감소,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무역기구(WTO)의 개혁과 강화, 원자력 발전 사업에의 공동 참여,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효율적인 5세대(5G)와 6세대(6G) 이동통신망 구조의 공동 개발, 그리고 반도체, 친환경 전기차 배터리, 전략핵심 원료, 의약품 등과 같은 우선순위 부문에서 양국의 공급망 내 회복력 향상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아울러 차세대 배터리, 수소 에너지, 탄소 포집 및 저장 등과 같은 청정 에너지 분야 및 인공 지능, 개방적인 무선망 기술, 양자 기술, 바이오 기술 등 신흥 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들에 관한 내용은 미국이 한국과 단순한 군사 동맹을 넘어 산업 동맹으로 발전하는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한·미 관계는 과거의 군사 동맹에서 앞으로는 산업에서의 협력도 포함하는 군사 및 산업 동맹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한·미 성명서는 이 밖에도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항해와 항공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할 것을 선언하고 대만 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의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여타 지역에서’라는 말은 서해를 포함한 동중국해를 말한다. 이는 서해를 임의로 동경 124도로 나누어 그 서쪽을 영해화하고 있는 중국의 반국제법적 행위를 암시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이 성명은 또 국내외에서 인권 및 법치를 증진할 의지의 공유를 천명했다. 이들은 모두 중국을 겨냥한 언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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