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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주아프간 러시아대사관 관계자를 인용한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가니 대통령은 부인·참모진 등과 함께 국외로 급히 도피할 당시 엄청난 양의 현금을 갖고 있었다. 니키타 이센코 대사관 대변인은 “(전날) 정부가 붕괴할 때 가니는 돈다발로 가득 찬 차 4대와 함께 탈출했다”며 “돈을 (탈출용) 헬기에 다 넣지를 못해서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둬야 했다”고 전언했다.
행선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가니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를 향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스푸트니크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이 오만에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전했다. 당장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최종 목적지는 미국이 될 것이라고 이란 메흐르 통신은 점쳤다. 그의 가족들은 미국 시민권자다.
대혼란 속에 국민을 버리고 제일 먼저 외국으로 도망쳤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가니 대통령은 뒤늦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학살을 막기 위해 떠나기로 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만약 아프간에 머물렀다면 수많은 애국자가 순국하고 카불이 망가졌을 것”이라고 변명했다. 이런 대통령을 두고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은 “신이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분노한 아프간 국민들을 대신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駐)인도 아프간 대사관 측은 “가니가 나라를 망쳐놓고 사기꾼 부하들과 함께 도망쳤다”며 “이런 자를 위해 일한 우리 모두 수치심에 떨고 있다”고 트위터에 올렸다가 메시지를 삭제했다.
비난 지점은 또 있다. 그가 들고 간 엄청난 양의 현금 출처다. 학자 출신인 가니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거액을 가지게 됐는지 현재로서는 출처가 불분명하다. 공교롭게 그는 2014년 아프간 대선 때 전임 정부의 부정부패에 지친 대중들을 향해 부패척결을 주요 공약으로 삼고 당선됐다.
1949년 아프간 동부 로하르에서 태어난 가니는 레바논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룰라 사드와 결혼했다. 그는 교환학생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오리건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뉴욕 컬럼비아대에서는 문화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이후 존스홉킨스대·캘리포니아버클리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세계은행에서도 근무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해 탈레반을 몰아내자 2002년 귀국해 재무장관 등을 지냈다. 그 뒤 카불대 총장을 거쳐 2006년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했다.
가니는 2014년 대통령에 올랐고 2019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선거 때마다 대규모 불법 선거가 자행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아프간의 고질적인 부정부패 및 종족 갈등 등은 전혀 수습하지 못하고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