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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마음, 詩로 읽고 寫眞으로 보다! <숙종 6>

임금의 마음, 詩로 읽고 寫眞으로 보다! <숙종 6>

기사승인 2021. 11. 28.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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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
추녀 끝에 앉은 잡상과 바람에 흔들리는 회화나무.
<숙종>
6.春日憶介弟 봄날에 누이를 생각하며
自君捐世後 그대가 세상을 떠난 뒤로
忽已廻春 어느새 몇 번의 봄이 돌아왔네
寂寞沁園樹 적막한 심원의 나무들 그대로인데
凄凉鳳閣塵 인기척 없는 누각에는 먼지만 쌓여 처량하구나
流鶯巧淚 꾀꼬리 소리 고와 그리움에 눈물이 나고
皓月倍傷神 달빛에 이내 마음 몇 배나 더 슬프네

숙종
잡상들 위로 둥글게 떠 오른 보름달.
<해설>
‘춘일억개제(春日憶介弟·봄날에 누이를 생각하며)’라는 제목의 이 시는 어느 봄날에 죽은 누이를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아버지 현종은 명성왕후 사이에 1남 3녀를 두었다. 숙종 보다 한 살 많은 명선공주와 4세 어린 명혜공주 그리고 막냇동생 명안공주 등이 숙종의 형제들이다. 하지만 누나 명선공주는 14세 때 사망했고, 동생 명혜공주도 8세 때 죽었다. 이 시는 이미 세상을 떠난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가리키는데, 정확히 명선공주인지 명혜공주인지 알 수는 없다.
숙종은 인경왕후가 죽었을 때, 왕자들이 천연두에 걸려 회복되었을 때 등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시의 주제로 삼아 예술로 승화시켰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로 자신보다 먼저 어린 나이에 죽은 누나와 동생을 그리워하는 모습에 숙종의 인간적인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
해마다 봄이 오면 누이들과 함께 노닐던 원림을 찾아 아스라한 옛 추억을 더듬어 보았다. 즐겁게 지냈던 누각은 사람이 찾지 않아 먼지만 뒤집어쓰고,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은 그대로인데 형제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형제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크고 마음의 상처가 깊었는지 시를 통해 고스란히 느껴진다. 어린 나이에 형제들이 죽어서일까? 숙종은 이미 죽은 형제들 말고 살아있는 명안공주를 끔찍하게 아끼고 사랑했던 이야기들이 《숙종실록》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숙종은 어린 명안공주의 거처인 명안궁을 전례가 없는 1,826칸의 대규모로 지어주었고, 청나라에서 들여온 고운 비단도 후궁보다는 누이동생에게 먼저 선물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명안공주도 20세를 넘기자마자 숙종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글/사진 이태훈. 에디터 박성일기자 rnopark99@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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