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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불허’ 현대중공업그룹, 출혈경쟁 우려 속 ‘아낀 인수자금’ 신규투자로 눈돌릴까

‘EU 불허’ 현대중공업그룹, 출혈경쟁 우려 속 ‘아낀 인수자금’ 신규투자로 눈돌릴까

기사승인 2022. 01. 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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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불허…대우조선과 결합 불발
인수 무산에 수조원대 실탄 '두둑'
친환경 선박기술 등에 투자 전망
올해 흑자예감…업계 유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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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대한 유럽연합(EU)의 불허는 예견된 일이었다. 독과점 우려가 문제였다. 이번 결정으로 양사 모두 실기(失期)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그룹을 통해 재무 악화를 안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현대중공업그룹은 회사 볼륨을 키우고 조선 시장에서 톱티어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그룹, 그리고 삼성중공업까지 국내 조선 3사의 가격 인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세계 조선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에 밀려 영향력이 축소된 일본에선 반색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기사에서 이번 인수합병 불발에 대한 평을 ‘일본 기업이 괴로운 처지를 벗어날 좋은 기회’라는 취지의 부제목으로 갈음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선업이 호황기라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가 8년 만에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할 만큼 ‘슈퍼사이클’에 접어들었다. 현대중공업그룹엔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도 존재한다. 수조원대 유상증자 리스크를 해소하고, 신사업 진출 자금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룹 체질 변화에 나선 오너3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 겸 한국조선해양 대표 역할이 커졌다. 인수 불발로 굳힌 수조원대 현금을 친환경 투자 실탄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신사업 추진을 위한 신규 인력 확보도 현재진행형이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EU의 최종 불허 결정에 따라 지난 14일 한국과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에 대한 신고를 철회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향후 처리 방안은 현물출자와 투자계약 등과 관련된 계약들의 해제 여부를 포함해 추후 결정되면 공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3년간 끌어온 양사 통합은 무산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에 쏟아야 했던 자금은 최소 4조5000억원에 달한다. 2019년 3월 당시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의 지분(55.7%)을 인수하는 본계약을 맺었다. 지분 확보에 2조원 가량의 현금이 필요했다. 인수 확정 시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의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필요하면 1조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었다. 인수 불발로 잠재적 재무부담은 사라졌다.

보유 현금 활용처에 대한 시장 관심이 크다. 한국조선해양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조5594억원이다. 2017년 말 113% 수준이던 유동비율은 작년 3분기 말 현재 146%로 개선됐다. 본격적으로 신사업 투자에 나설 채비를 갖춘 셈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수 무산으로 현금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며 “신사업 투자에 사용한다면 새로운 자체사업이 생긴다는 의미로, 현금 활용방안이 가치 재평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달라진 영업 환경에서 친환경 선박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선 인수합병이 성사됐으면 적어도 업계 2위 대우조선해양과는 무리한 경쟁을 멈출 수 있었다. 친환경 선박에 대한 중복 투자도 피할 수 있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정 대표가 올해 신년사에서 “차세대 선박 분야에서 독자 기술 개발로 기술 우위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이유다.

좋은 업황 덕에 현대중공업그룹의 현금 유동성엔 당장은 긍정적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조선 빅3 가운데 한국조선해양이 유일하게 흑자전환할 것으로 시장은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는 3387억원이다. 전년 6607억원 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선 수치다. 반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적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주 급증에 인력 충원에도 나섰다.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조선 3사는 일제히 지난 13일 채용 공고를 내고 대졸 공채로 설계, 사업기획, 품질관리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잠재적으로 내재된 추가 부실이나 양사 간 이질문화에 따른 노조 리스크가 해소가 돼 주가는 소폭 올랐다”면서도 “LNG 운반선 기술 등 조선업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3사의 저가 수주로 인한 출혈경쟁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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