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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준초고층 건물, ‘재난안전 사각지대’

[칼럼] 준초고층 건물, ‘재난안전 사각지대’

기사승인 2022. 01. 2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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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과 교수
초고층 건축물, 2012년 이후 기준 개정 미비
준초고층 구체적 규제강화 대책 반드시 마련해야
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과 교수 원본
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과 교수
2010년 10월 1일 오전 11시 부산의 해운대에 위치한 우신골든스위트 주상복합 건축물 화재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지상 4층에서 발생한 화재가 38층 옥상까지 확산됐는데 대형화재로 준초고층 건축물 재난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준초고층 주상복합 건축물 재난을 입었다. 11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만큼 복합용도 준초고층 건축물은 다양한 재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 정점에서 광주시 아이파크 붕괴 참사가 다시 한 번 국가와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과연 우신골든스위트 사건으로 우리는 달라진 것이 없었던가. 정부는 당시 사건의 심각성을 통감하고 용도에 상관없이 불연재 마감재 사용과 11층 이상 건축물 전층에 스프링클러 설치 등의 법을 개정했다. 2011년에는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시행했다. 이에 50층 이상의 건축물을 초고층으로 규정하고 설계단계에서 까다로운 재난관리규정 심의를 적용했다.

초고층 건축물, 2012년 이후 규제·기준 개정 미비

하지만 30층 이상 49층 이하 준초고층의 건축물은 주거용도가 포함되기만 하면 피난계단만 넓게 설계해 고층건물과 동일하게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는 맹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대다수 건설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최고높이를 49층 이하로 맞춰 심의대상에서 벗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 사례인 서울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최고높이 49층(199.98m)으로 1개층(0.02m) 차이에 의해 초고층 건축물 심의대상에서 제외됐다. 불과 1개층 차이로 규제의 강도가 이렇게 달라지는 것은 획일적이며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초고층과 지하연계 복합건축물은 까다로운 규제에 따라 문제없이 건설되고 있는가. 최초 ‘초고층재난관리법’ 제정 당시 소관부처는 전 소방방재청으로, 하위 규정인 ‘사전 재난영향성 검토 설계기준’은 건축과 구조, 피난, 보안·테러, 소방, 침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자문과 국외 선진사례를 통해 개발됐다. 하지만 소방청이 독립하면서 해당 법과 규정이 행정안전부가 아닌 소방청 소관으로 소방에 집중된 규제 개선과 특정 소방 대상물의 성능 위주 설계에 연계된 심의로 변해가고 있다.

사전 재난영향성 검토 설계기준 개발에 참고된 미국의 IBC(International Building Code·국제건축법규)와 영국의 ADB(Approved Document B·영국 건축물 화재안전규정)는 건축물 설계에 관한 규정집이다. 건축·구조뿐만 아니라 재난분야에도 다양한 규정을 제시하고 있으며 해마다 개선된 내용으로 규정집을 내고 있다. 건설사는 이 규정집을 기준으로 건축심의를 준비하며 재난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심의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초고층과 준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부실공사가 일어나지 않으며 준공 이후에도 재난에 대한 방호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전 재난영향성 검토 설계기준은 2012년 개발 당시에서 소방분야의 변화를 제외하고 제자리걸음으로 일관하고 있다.

준초고층 구체적 규제강화 대책 반드시 마련해야

현재의 준초고층 건축물은 초고층에 준함에도 불구하고 고층 이하의 규제와 유사하게 허가를 받고 있다. 초고층 등의 건축물은 2012년 이후 규제와 기준의 개정이 미비하고 정체돼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준초고층와 초고층 재난관리 기술과 규정 선진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현재 소방청이 소관하고 있는 초고층재난관리법과 하위규정은 행정안전부로 이관하거나 상호 연계를 통해 관리·운영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기반으로 일괄적 규제 개선과 최신화를 도모해야 한다.

또 규정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건축법과 연계해 초고층뿐만 아니라 준초고층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49층 높이의 준초고층 건축물이 19층 높이의 건축물과 동일한 규제로 건축돼선 안 된다.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건설사의 규제 빈틈 시공이 지금의 참사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재난은 예방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존 사전 재난영향성 검토 지침 개선과 건축법과의 연계를 통한 준초고층 건축물의 재난관리 규제 강화를 통해 계속 높아지는 건축물의 사각지대를 미리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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