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두산 사업목적에 의료기기 추가·롯데, 헬스케어 자회사
세계 시장 2024년 629조원 성장 전망
정부도 의료기기 관련 지원책 본격화
|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회사는 자금력과 기술이 탄탄한 LG전자다. 의료기기는 반도체, 정보공학 등 첨단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LG전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 사업을 가전과 전장사업에 연계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 건강 상태를 확인하거나 일상에서 가정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하는 등 빈번하게 일어나는 생활 데이터를 축적해 본업 사업 전략에 활용하거나 또 다른 서비스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 미래사업 컨트롤타워 ‘최고전략책임자(CSO)부문’은 지난 15일부터 헬스케어 전문가 채용을 진행 중이다. 헬스 서비스, 병원 및 보험사 관련 경력자 등 건강사업 관련 다양한 이력의 외부 인력을 찾고 있다. 직무는 데이터를 활용해 시장을 분석하고 신규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다. B2B사업부문인 BS사업본부도 의료용 연구개발(R&D) 전문가를 모집하고 있다. 수출을 앞둔 AI 진단 기능 탑재 ‘디지털 엑스레이 검출기’(DXD)의 성능과 임상평가, 화질개선 알고리즘 개발 등의 업무를 맡는다.
사업전략 변화에 맞게 조직과 인력을 빠르게 바꾸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의료기기의 제작 및 판매업’ 등을 추가하며 의료기기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승부수를 띄웠다. LG전자는 이미 DXD, 수술진단 임상용 모니터, 엑스레이 검출기, 안드로겐성 탈모 치료제품, 만성통증 완화제품에 대해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국가별 의료규격 승인을 거쳐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도 나설 계획이다.
㈜두산도 의료기기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오는 29일 주총에서 기존 의약품, 의약부외품의 제조, 가공 및 판매업 외에 의료기기 사업을 정관에 신규 추가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엔 미국의 의약품 보관용 첨단소재 보관용기 제조공급회사인 SiO2 머터리얼즈 사이언스에 1억달러를 투자하고 의약품 보관용 첨단소재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힌 바 있다. 100% 자회사 두산로보틱스는 연세의료원과 의료로봇을 개발 중이다.
중국사업,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부침을 겪은 롯데그룹도 헬스케어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지주가 직접 육성에 나섰다. 롯데지주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700억원을 투자해 자회사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하기로 했다. 작년 8월 지주 경영혁신실에 헬스케어팀도 신설했다.
대기업들이 500조원 규모의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1.6%(7조8000억원·2019년 기준)에 불과한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 동시다발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자회사 피치 솔루션에 따르면 2020년 526조원 규모였던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2024년 629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용자 데이터 확보를 통한 2차 시장 진출 노리는 측면도 크다. 초연결·초개인화시대에서 개인정보가 담긴 의료 데이터는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 간 연결, 의료기기와 타 기기 간 연결 통해 생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며 “이용자 데이터를 신규 사업화해 새로운 사업 기회 영역을 지속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축소경영에 따라 곳간이 쌓인 것도 신수종 사업에 영향을 줬다. LG전자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4조777억원에서 지난해 6조515억원으로 2년 새 48%(약 2조원) 증가했다. 롯데지주와 ㈜두산도 동기간 각각 93%(약 6700억원), 21%(약 4000억원) 늘었다.
정부도 의료기기 산업 지원책을 내며 본격 지원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바이오헬스를 5대 메가테크에 넣고 육성을 약속했고, 정부는 지난 25일 바이오헬스를 규제샌드박스 적용분야에 연내 추가 방침을 밝혔다.
대기업이 뛰어들자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기존 시장 진출자인 중소기업 입장에선 대기업의 월등한 기술력과 유통망, 자본력을 상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수 성장 기회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지난해 기준 69.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신유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의료기기 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로 최종 흑자 매출까지 중소기업 홀로 버텨나가는 게 어렵다”며 “산업 고도화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