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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의 중기피아]부활과 생존을 위한 ‘사기(士氣)’를 높여라

[최성록의 중기피아]부활과 생존을 위한 ‘사기(士氣)’를 높여라

기사승인 2022. 04.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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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 병사들 사기 높여 전쟁 승리
새로운 권력...국민들에게 희망을 제시해야
최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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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생활과학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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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의 중기피아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몸집이 아니라, 투쟁심의 크기다.
-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 1592년 7월 8일. 한반도 제해권 확보를 위한 조선과 일본의 해군이 조선 견내량 한산도(거제도와 고성 사이) 앞 바다에서 맞붙었다. 우선 조선측의 판옥선 6척이 적의 선봉을 급습한 후 적선이 따라오자 거짓 후퇴를 하면서 적을 유인했다. 도망치던 조선 해군은 약속된 장소에 이르자 모든 배가 일시에 북을 울리며 뱃머리를 돌리고, 학익진을 펼쳐 왜군을 향해 진격했다.

결과는 왜군의 대패. 조선의 전사자는 3명, 부상자는 10여명에 그친 반면, 왜군은 3일 동안 100여척에 달하는 대함대가 수장당하는 치명타를 입는다. 한산도 대첩을 통해 사실상 바다의 주도권을 조선 수군이 되찾는다. 바다를 통한 본토에서의 보급이 끊긴 일본은 결국 한반도에서 물러나게 된다.

한산도 대첩이 조선의 대승으로 끝날 수 있었던 원인으로는 이순신 장군의 전략과 심리전이 꼽힌다.

전략은 리더 혼자서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전투력은 병사들이 결정한다. 전투력의 핵심은 사기(士氣)다. 전술 이해도와 조직력은 차후의 문제다.

장군은 한산도 대첩 전부터 조선수군에게 바다에서 연전연승한 경험을 일깨워주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공을 들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군사들에게 자긍심과 자신감을 불어넣는 일을 최우선했다. 승기는 사기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 오늘날에도 사기로 일의 성패가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를테면 회사 사정으로 월급이 밀리거나 감봉되면 직원들의 작업능력이 곤두박질친다. 반면 성과를 약속할 경우 작업능력은 배가 되기도 한다.

최근 IT업체에서 개발자 연봉을 크게 올리는 것도 조직의 사기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다. 높아진 사기는 경쟁사에게는 가장 큰 위협이다. 이에 네이버, 카카오 같은 IT업체들은 물론 삼성과 현대차, SK같은 대기업들까지 연봉인상에 동참하고 있을 정도다. 직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이상 사기를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어려운 사정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연봉인상에 동참하는 기업들도 있다.

사람이 하는 일, 집단, 경쟁에선 말할 것도 없고, 불리한 상황도 사기 하나로 충분히 역전시킬 수 있다.

스페인 축구클럽 FC바르셀로나는 홈경기에서 10만명에 달하는 팬들의 응원을 받는다. 한 목소리가 된 대규모 응원에 사기가 꺾인 원정팀은 위축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우위를 점한 FC바르셀로나는 세계 축구사에 강자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만 극대화 된 오늘, 국가와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도 사기다. 6.25 전쟁, IMF라는 경제 환란을 슬기롭고 신속하게 이겨 낸 원동력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사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 “기업들 규제는 없는 것도 만들면서, 노점상을 지원한다 했을 때 억장이 무너지더라구요. 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이 이정도 수준이라는 생각에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가 되자 그동안 침묵했던 중소기업인들이 갖은 토로를 쏟아낸다. 이들은 이번 정권에서 그 어느 때 보다 극심한 사기 저하를 겪었다고 말한다. 새로운 정부가 기업을 바라보는 전정부의 시각을 이어갈지, 완전히 바꿀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규제 3법’ 등으로 기업은 경영권을 보호받지 못한다. 또 작은 산업재해라도 발생하면 기업인은 감옥에 갈 수도 있다.

노조가 불법 점거 시위를 하더라도 끌려 다닌다. 법보다 위에 올라선 ‘떼 법’때문이다. 노조의 행태가 불법임을 뻔히 알지만 처벌하지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지켜만 봐야 한다.

소상공인들과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아직까지도 좌충우돌하고 있다.

기업들은 죄인으로 몰리고, 젊은이들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졌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고 있는 중이다.

기업들의 사기는 끝을 모른채 고꾸라지는 중이다.

# 삼도천(三途川). 불교에서 말하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강이다. 한번 건너면 돌아올 수 없다. 지금 한국경제는 삼도천 앞에 있다. 국가 부채는 지난해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었다. 가계·기업 빚 4500조 돌파하는 등 27만 자영업자가 1년 내 파산할 위기에 놓여있다. 경제계는 물론 사회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한 번 삐끗하면 ‘한강의 기적’과 ‘IT·반도체 혁명’등 과거의 영광과 행복을 다시는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2022년 기업들의 사기들 꺾는 일은 곧 그 나라의 경제력을 꺾는 것과 마찬가지가 됐다. 부활과 생존을 위해 ‘사기’를 높이는 일이 절실하다.

사기를 높이는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다. 고통과 저항이 두려워 실행을 못할 뿐이다. 특정집단의 안위가 아닌 성실한 사람들이 인정받고 행복하기 위해선 썩은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어떠한 난관에 부딪힐지라도 경제 주체들의 사기를 높이는 일...새로운 권력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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