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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한국금융지주, 카뱅 지분 엑시트 않는 이유

[취재후일담] 한국금융지주, 카뱅 지분 엑시트 않는 이유

기사승인 2022. 04. 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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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희
“언제 카카오뱅크 지분을 엑시트(투자금 회수) 하나요?”

최근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들이 회사 안팎에서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2대 주주로, 지분 27.26%를 보유하고 있어서죠. 직접 보유한 지분이 4.01%, 손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통해 보유한 지분이 23.25%입니다. 재무적 투자 관점에서 보면 엑시트 ‘타이밍’은 놓쳤습니다. 지난해 상장 후 최고가 기준 9만원대였던 카카오뱅크 주가는 올해 4만원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죠. 지금 매도하면 투자 이익도 절반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한국금융지주로선 수수방관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떨어질수록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어서죠. 지난해 말 기준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를 통해 얻은 지분법손익은 5211억원입니다. 이는 같은 해 거둔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의 36%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빠진 만큼 올해 실적 변동은 불가피하죠.

시장에선 일찌감치 엑시트 시점을 주목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초 일부 지분이라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한 뒤 재투자를 하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놨죠. 하지만 시장의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한국금융지주는 당분간 카카오뱅크 지분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가 아닌 ‘가치 투자’”란 말로 설명했습니다. 세계적 부호인 워렌 버핏의 투자 방식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는 당장 장부에 기록된 숫자가 아닌 회사의 ‘미래 수익’에 투자합니다. 성장성 등 무형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죠. 한국금융지주는 2017년 정보기술(IT) 기업인 카카오와 손잡고 카카오뱅크를 설립했습니다. 출범 당시 ‘금융 메기’로 기대를 모았고, 5년 만에 ‘고래’로 진화했습니다.

김남구 회장에게도 카카오뱅크는 지분 투자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합니다. 은행업에 관심이 많은 김 회장으로선 시중은행에 도전장을 내민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경영 수업’을 받은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회사 임직원들도 카카오뱅크와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상품 개발과 고객 유치, 신사업 추진 등에 있어 서로의 장점을 흡수한다면 ‘윈·윈(win·win)’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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