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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성철 동국대 교수 “체계화된 불교가 강력한 불자 만든다”

[인터뷰] 김성철 동국대 교수 “체계화된 불교가 강력한 불자 만든다”

기사승인 2022. 06. 2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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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인 불교학자...한국불교 약점 보완 주장
"단계별로 정리된 보리도차제론, 기본 교과서로"
"계율과 불교 논리학 강화 필요...감성수행 강조해야"
김성철 불교 교수 인터뷰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불교학자다. 중관학을 전공한 그는 체계화된 불교 교육으로 한국불교의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티베트 불교의 교과서인 ‘보리도차제론’을 기본 교과서로 강조하면서 강의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울 용산구 개인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가 웃는 얼굴로 연구 공간을 설명하고 있다./김현우 기자 cjswo2112@
김성철(65)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는 대표적인 불교학자다. 그의 강의를 듣지 않은 스님이 없을 정도다.

김 교수는 어린시절 탄허스님과 인연으로 불교를 접했다. 서울대학교 치의학과를 졸업한 후 의사로 활동하다가 불교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1987년 동국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해 ‘나가르주나의 운동부정론’(1989)으로 석사학위를, ‘용수의 중관논리의 기원’(1997)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해 저명한 중관학자로 거듭났다.

김 교수는 치과의사에서 ‘톱클래스’ 불교학자로 변신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그가 더 돋보인 이유는 한국불교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한 것에 있다. 그는 불교학자로서 이례적으로 ‘신앙적 불교 연구’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리고 티베트 불교의 기본 교과서인 ‘보리도차제론’을 우리 현실에 맞춰 응용한 체계불학을 주창했다. 이를 통해 계율과 논리학을 강화하고 감성수행까지 겸해 고대국가 신라의 불교가 그러했듯 강력한 불자(불교 신자)를 양성하자고 호소한다. 이는 종교는 물론 국가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중관학자이지만 중관학보다 티베트 쫑카파 대사가 지은 보리도차제론을 더 강조하는 것 같은데 이유는.

“모든 걸 부정하는 중관학은 불교 논리학을 다 배운 후 마지막에 배우는 이론이다. 불교 초심자가 배우기 어렵고 오해하기도 쉽다. 반면 보리도차제론은 재가자와 출가자 모두에게 유용한 가르침이다. 소승·대승의 가르침을 신행(信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체계화해놨다. 말하자면 단계별 교육과정으로, 덧셈·뺄셈·곱셈을 배운 뒤 인수분해와 미적분을 배우는 것과 같다. 현대불교학은 지나치게 분석적이고 믿음을 제거해서 학문을 위한 불교가 됐다. 이렇게 되면 종교가 아니다. 불교를 종교가 아닌 일종의 철학 정도로 생각하면 진수를 못 본다. 이걸 극복하고 신자들에게 바람직한 신념체계를 제시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발견한 게 보리도차제론이다. 보리도차제론을 공부한 티베트·대만 불교 신자들은 신앙심이 강력하고 불교도로 확고한 세계관을 갖고 움직이는 걸 관찰할 수 있다.”

-교학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경전이 있는가. 또 불자라면 꼭 봐야 할 경전이 있다면.

“우선 삼장(三藏·경전·율장·논서)이 가장 중요하다. 후대에 나온 화엄·천태·선사상 등은 초기 경전인 삼장에 근거를 두고 해석해야 한다. 출가자인 승려 교육은 논서(論書) 중심으로 해서 구사론·중론·성유식론·화엄오교지관 등 불교 논리학을 철저히 가르쳐야 한다. 재가자에게도 율장을 권하고 싶다. 일반인이 승려처럼 계율을 지키며 살 순 없지만 불자로서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석가모니 부처님의 인격을 계율을 통해서 엿볼 수 있어서다. 체계적으로 불교를 이해하기 위해선 보리도차제론을 권한다. 특히 앞서 말한 대로 보리도차제론은 출가자와 재가자 모두의 교과서다.”

-한국불교는 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한국불교의 약한 부분이 무엇인가.

“다른 불교 국가와 교류가 왕성해지고 다양한 수행법이 들어오면서 좀 달라졌지만 전통적으로는 감성 번뇌를 제거하는 수행이 부족하다. 화두선(話頭禪)은 인지적 장애를 없애주지만 감성적인 장애는 다 제거해주지 못한다. 인지뿐만 아니라 감성의 번뇌도 사라져야 더 진일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티베트에서 강조하는 출리심(세속을 떠나 해탈을 바라는 마음)과 자비심 증진 수행(나와 남을 같게 보고 자비심을 기르는 수련)이 도움이 된다고 본다. 보리도차제론도 감성수행을 중요하게 다루기에 권하는 거다.”

-앞서 말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한국불교의 발전을 위해 신자와 스님의 역할이 다른 것 같다. 각각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재가자와 출가자 모두 다른 종교와 비교할 수 있는 덕목인 계율부터 지켜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사회가 세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선행에 적극 나서야 한다. 신라 불교가 강력했던 이유는 이슬람처럼 계율과 실천행을 강조하는 불교여서다. 신자들이 가정마다 불단(佛壇)을 모시는 것도 권한다. 불단 모시는 행위는 신앙심과 소속감 강화에 도움이 된다. 또한 원불교가 법위(法位)를 주는 것을 참고해서 계와 수행을 해나가는 것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것도 추천한다. 승려는 논서 교육을 강화해서 불교 논리학의 달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 티베트 불교가 강한 이유가 충실한 논서 교육에 있다. 또한 최근 승려들이 절에서 어울려 지내기보다 수행정진하겠다는 이유로 홀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출가자는 집단생활을 해야 크게 엇나가지 않고 자기 안의 허물을 닦을 수 있다. 승려들이 율장에 근거해 포살(布薩·정기적인 참회 집회)을 정례화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강력한 신앙심으로 승려와 불자들이 무장된다면 신라시대의 저력을 다시 한번 되살려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중관학을 대표적으로 수용한 게 달라이라마의 티베트 겔룩파다. 겔룩파를 위시로 티베트 불교는 전 세계를 휩쓸었는데 그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인도불교의 단절 없는 계승이 컸다. 여기에 장기간에 걸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한 승가지도자의 양성이 한몫했다. 승려들이 논서 중심의 교육(현관장엄론 6~7년, 석량론 2~3년, 중론 3년, 구사론 2년, 율 4년)으로 논리가 탄탄하고 설득력이 뛰어나다. 티베트의 교학 박사인 게쉐 자격을 지닌 승려가 되면 어느 나라에 가도 반대 논리를 극복하고 포교할 수 있는 실력이 갖춰진 상태가 된다. 한국불교의 체계화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초기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마음과 현상의 근본에 ‘참나(眞我)’가 있다고 말하면 불교가 아닌 힌두교라고 주장한다. 티베트 불교 안에서도 종파별로 참나를 다르게 본다. 겔룩파는 모든게 공(空)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닝마파·까규파 등은 참나를 말한다. 어느 주장이 타당한가.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의 개념을 주관적 시선으로 바라보느냐 또는 객관적 시선으로 보느냐의 프레임 차이일 뿐이다. 둘 다 수행의 최종 지향점을 설명하는 가운데 나온 개념으로 둘 다 의미가 있다고 본다. 초기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無我)도 그 당시 힌두교에서 도그마처럼 고정불멸의 나를 강조니까 이걸 비판해서 나온 거다. 석가모니를 특정 도그마를 고집한 사람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불교의 핵심은 무아사상이 아니라 번뇌의 소멸에 있다. 즉 연기법(緣起法)과 고집멸도(苦集滅道)의 가르침이 오히려 불교의 본질에 가깝다.”

-불자로서 매일 하는 수행법이 있나.

“듣고, 사유하고, 수행하는 지혜인 문사수·삼혜(聞思修·三慧)를 닦는다. 이 가운데 사혜(思慧)를 중하게 여기는데 항상 의문을 품고 해결하고자 한다. 계정혜(戒定慧) 중 매일 하는 수행은 계를 지키는 것이다. 선정은 40대 초반까지 거의 매일 참선해서 닦았다. 요즘은 참선보다는 인지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사띠미터’란 기계를 개발해서 이걸로 단련하고 있다.”

-은퇴를 앞둔 걸로 알고 있다. 은퇴 후 계획은.

“중관학 4구를 이용해서 서양철학을 정리하고 싶다. 그동안의 연구를 대중화하는 작업이 정리되면 개인적인 취미인 테라코타 작품전을 하고 싶다.”

김성철 불교 교수 인터뷰
김성철 교수가 개인 연구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뒤편의 테라코타 작품들은 모두 김 교수가 직접 만든 것들이다./김현우 기자 cjswo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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