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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학 교수 “나폴레옹은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교훈 주는 역사적 스승”

강성학 교수 “나폴레옹은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교훈 주는 역사적 스승”

기사승인 2022. 07. 3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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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혁명과 전쟁의 전설적 리더십'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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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학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혁명과 전쟁의 전설적 리더십'을 출간했다.

33년간 강단에서 정치외교학을 가르치고 오랜 세월 수많은 연구를 통해 역사적 인물들을 탐구해온 저자가 나폴레옹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인간 본성을 탐구한 역작이다.

강 교수는 "나폴레옹의 이름을 모르는 이들은 없지만 그에 관해 잘 아는 이들도 별로 없다"며 "역사철학자 헤겔의 '세계사적 사나이'였던 나폴레옹은 프랑스 혁명의 아들로 자처했지만 종국에는 프랑스 혁명을 말아먹은 '혁명의 배신자'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나폴레옹이 1799년 제1통령이 된 후에 고대 로마의 킨키나투스 대신 시저의 길을 택했고, 근대에서는 미국의 독립혁명을 이끌었던 조지 워싱턴의 길을 가지 않고 영국 청교도 혁명의 올리버 크롬웰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세기 중반 2월 혁명 후 그의 조카인 나폴레옹 3세도 혁명가-대통령-황제의 길, 즉 자기 큰아버지의 길을 그대로 답습했다. 그리하여 나폴레옹은 프랑스 혁명의 목적이었던 민주공화정을, 1870년 나폴레옹 3세가 비스마르크의 프러시아에 패배한 뒤 프랑스에 제3공화국이 탄생한 때까지 거의 1백년이나 후퇴시킨 셈이다.

그러나 강 교수는 "나폴레옹은 궁극적으로 그리스 비극의 테마처럼 자신의 오만으로 인해 스스로 몰락한 단순히 하나의 비극적 인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나폴레옹은 모든 의미에서 자기 '시대의 산물'이었다. 만일 우리가 그에 관해서 그리고 그가 무엇을 하려했는지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폴레옹이 1790년대 세상에 등장했을 때 세계는 전쟁 중이었고 인간사회의 기본적 토대가 의문시되고 있었다. 그것은 유럽의 모든 국가들이 자기이익을 위해 행동했고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조약을 파기하고 동맹국들을 배신했던 패권과 생존을 위한 투쟁의 세계였다. 모든 측의 군주, 정치가, 사령관들이 비슷한 수준의 무서운 침략, 욕심, 무감각, 그리고 만행을 보여주었다.

또한 나폴레옹의 시대에는 전장에서 승리가 영광의 극치였다. 심지어 군사적인 패배에서마저, '잘 죽는 것'이 어떤 영광을 가져다주었다. 나폴레옹의 시대를 진실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사실이 먼저 이해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당시에 관련된 어떤 국가에게 도덕적으로 우수한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은 비역사적 속임수였고 또 권력의 욕구를 규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과 정치적 필연을 부인하는 것이었다"고 봤다.

1789년은 인류역사의 전환의 해였다. 그 해는 두개의 혁명을 품었다. 하나의 혁명의 완성을, 그리고 또 하나는 혁명의 시작이었다. 전자는 미국 독립혁명의 완성을 의미하는 공화정의 미합중국 수립, 후자는 프랑스대혁명 폭발이었다. 후자는 전자의 영향을 받았지만 두 개의 혁명은 판이하게 달랐다. 전자가 자유와 재산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혁명이었지만 후자는 평등의 구현을 위해 기존 신분계급을 타파하려는 공세적 혁명이었다.

전자의 상징적 인물이 조지 워싱턴이라면 후자의 상징적 인물은 로베스피에르였다. 워싱턴은 희망의 정치를 의미했고 로베스피에르는 공포의 정치를 의미했다. 워싱턴은 후임자에게 자발적으로 정권을 물려주고 로마의 위대한 킨키나투스의 길을 갔다면 로베스피에르는 공포정치의 폭군으로 루이 16세처럼 후임자들에게 목숨을 잃었다. 미국의 혁명이 1789년 독립 후 안정화 돌입을 의미했다면 프랑스혁명은 불안정한 혼돈과 공포의 출발이었다.

따라서 프랑스 혁명은 혼돈과 공포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안정된 정치질서를 수호할 새로운 영웅이 절실히 필요했다. 바로 이때 혜성처럼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한 인물이 바로 나폴레옹 장군이었다.

나폴레옹의 비극적 종말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혁명의 아들'로 자처했던 그의 유산은 인류의 역사발전에 긍정적으로도 기여했다. 나폴레옹은 '말을 탄 계몽주의'(the Enlightenment on horseback)를 대변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20세기에 등장한 전체주의적 독재자가 아니었다. 그는 자기 신민들의 삶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 또한 그가 정복한 땅을 프랑스인들이 직접 통치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유럽을 근대화하기를 희망했다.

저자는 "나폴레옹의 이야기는 단지 그가 언제, 어떻게, 무엇을 했으며 왜 궁극적으로 실패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근대 유럽 형성에 기여했는가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며 " 그것은 우리 모두의 자신들 깊숙한 내면에 무엇이 있는가, 즉 인간본성과 그것이 압력과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 지에 관한 분석이다"고 말했다.

이어 "나폴레옹의 야심적 행위의 가능성과 한계의 실례를 통해 우리 자신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는 비극적 종말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에게 중요한 정치·군사적 교훈들을 얻을 수 있을 전설적 영웅이다. 그러므로 나폴레옹은 21세기 우리에게 여전히 인간 행위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교훈을 주는, 적어도 '역사적 스승'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영사. 551쪽. 3만3000원.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인터뷰
강성학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사진=송의주 기자 songuijoo@
◇저자는...

강성학은 고려대에서 정치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모교에서 2년간 강사를 하다가 미 국무부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도미해 노던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1981년 3월부터 2014년 2월말까지 33년간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평화연구소 소장, 교무처장 그리고 정책대학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 3월 이후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1986년 영국 외무부의 펠로우십을 받아 런던정치경제대학의 객원교수를, 1997년에는 일본 외무성의 국제교류기금 펠로우십을 받아 도쿄대학 동양문화연구소에서 객원 연구원을, 2005년 말과 2006년 봄 학기에는 일본 와세다대학의 교환교수를 역임했다. 또한 제9대 한국 풀브라이트 동문회 회장 및 한국의 영국정부장학수혜자 모임인 한국 셰브닝 동창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그동안 한국국제정치학회 상임이사 및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유엔체제학회(KACUNS)의 설립 사무총장과 제2대 회장을 맡았고 이것의 모태인 미국의 유엔체제학회(ACUNS)의 이사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2011년 영국에서 출간한 영문저서 'Korea's Foreign Policy Dilemmas: Defining State Security and the Goal of National Unification'을 비롯해 1995년 제1회 한국국제정치학회 저술상을 수상한 '카멜레온과 시지프스: 변천하는 국제질서와 한국의 안보', 미국의 저명한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에 서평이 실린 '이아고와 카산드라: 항공력 시대의 미국과 한국' 등이 있다. 또한 그의 대표작인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사무라이: 러일전쟁의 외교와 군사전략'과 '소크라테스와 시이저: 정의, 평화, 그리고 권력', 한동안 베스트셀러이기도 했던 '새우와 고래싸움: 한민족과 국제정치'가 있다.

아울러 2007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인간神과 평화의 바벨탑: 국제정치의 원칙과 평화를 위한 세계헌정질서의 모색'을 비롯, '전쟁神과 군사전략: 군사전략의 이론과 실천에 관한 논문 선집' '평화神과 유엔 사무총장: 국제 평화를 위한 리더십의 비극' '무지개와 부엉이: 국제정치의 이론과 실천에 관한 논문 선집' 등 총 37권에 달하는 저서·편저서·역서를 냈다.

저자는 전쟁·평화·한국외교통일 문제들에 관한 각각 집중적인 연구결과로 볼 수 있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사무라이' '인간神과 평화의 바벨탑' '카멜레온과 시지프스' 3권의 저서를 자신의 대표적 '학술저서 3부작'으로 꼽는다.

퇴임 후에는 2016~2019년 한국지정학연구원 초대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2017년 가을학기부터 2019년 봄학기까지 극동대학교 석좌교수로 지냈다. '한국의 지정학과 링컨의 리더십' '죽어도 사는 사람: 불멸의 링컨 유산(김동길 교수 공저)' '윈스턴 S. 처칠: 전쟁과 평화의 위대한 리더십' '조지 워싱턴: 창업의 거룩한 카리스마적 리더십', '대한민국의 대부 해리 S. 트루먼: 평범한 인간의 비범한 리더십', '헨리 키신저: 외교의 경이로운 마법사인가 아니면 현란한 곡예사인가?' '오토 폰 비스마르크: 천재-정치가의 불멸의 위대한 리더십'을 펴냈다. 그리고 저자의 일종의 지적 자서전으로 '내 저서의 서문들'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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