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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주 신작 ‘시간이 없다’...“수불, 간화선 지도할 드문 스님”

정찬주 신작 ‘시간이 없다’...“수불, 간화선 지도할 드문 스님”

기사승인 2022. 09. 2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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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선원장 수불스님 다뤄..."성철·법정만큼 뛰어난 분"
정 작가 "간화선, 일주일이면 존재의 실상 깨닫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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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불스님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시간이 없다'를 쓴 소설가 정찬주가 20일 서울 시청역 인근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만난 승려들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분으로 수불스님을 꼽았다./사진=황의중 기자
"많은 고승을 소재로 글을 썼지만, 수행자로 독특한 가풍을 가진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성철·법정·수불스님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살아계신 분은 수불스님뿐인데다 스님 연세도 우리 나이로 70살에 달해 이 분의 이야기를 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20일 서울 시청역 인근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설가 정찬주는 수불스님을 주인공으로 신작을 쓰게 된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이번 작품은 그의 소설 가운데 고승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8번째 작품이다.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한 소설가 정찬주는 1983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작가가 된 이래, '산은 산 물은 물' '소설 무소유' '이순신의 7년' '천강에 비친 달' 등 인기 소설작가로 이름을 떨쳤다. 그는 법정스님에게서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으로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받았다. 2002년 전남 화순 쌍봉사 인근에 '이불재(耳佛齋)'란 집을 짓고 현재까지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정 작가는 간화선을 현대화하고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삶을 바친 수불스님과 그가 설립한 안국선원을 매우 가치있게 봤다.

정 작가는 "나는 포교소설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한국인의 특질을 고승한테 발견해서 글로 풀어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철스님한테서 한국인의 끈기와 정신력을 발견했다. 성철스님은 장좌불와(長坐不臥) 8년에 10년간 처소를 떠나지 않는 수행으로 유명하다. 또 법정스님한테서는 자기가 정한 질서를 철저히 지키는 모습을 봤다. 수불스님한테서는 간화선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정 작가는 "조계종의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을 대중들에게 지도할 사람이 몇 분이나 될까 생각했다. 그래서 수불스님을 대중들에게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서 "간화선은 사회생활을 하는 일반인들에게 가장 최적화된 수행법으로, 일주일이면 인간 존재의 실상을 깨닫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화선을 알리는 건 뜻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에너지'랄까 '고압전류'에 감전하듯이 존재의 실상과 제행무상을 깨닫게 해주는 힘이 필요하다. 수불스님한테는 그게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 작가는 "수불스님의 안국선원이 보통 절하고 다른 점은 스님과 신도의 관계가 아닌 스승과 제자의 관계라는 점"이라며 "이는 아주 중요한 차이점이다. 부처님과 초기 비구들의 관계는 스승과 제자였다. 현대 한국사찰들은 기도와 제사가 중심이 되는 면이 있다. 타력신앙도 필요하지만 자력신앙과 함께 해야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정 작가는 고승 관련 작품을 더 낸다면 주인공으로 삼고 싶은 사람으로 조선 문정왕후 때 불교를 되살린 허응당 보우대사를 꼽았다. 그는 "유생들은 보우대사를 요승으로 폄하하지만, 보우대사 덕에 승과가 부활했고 그때 승과에서 배출된 스님이 서산대사와 사명대사"라며 "이분들과 승려조직이 남아 있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조선이 이길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글쓰기를 '수행'으로 비유했다. 글쓰기는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극기'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정 작가는 책의 제목이자 수불스님이 자주하는 말하는 '시간이 없다'를 강조하면서 "제가 쓰는 글이 팔만대장경처럼 오래 읽혔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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