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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학 칼럼] 거인 러시아는 왜 소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지고 있나?

[강성학 칼럼] 거인 러시아는 왜 소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지고 있나?

기사승인 2022. 10. 0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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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인터뷰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전쟁에서 모든 것은 간단하다. 그러나 가장 간단한 것도 어렵다." 서양문명이 낳은 유일한 전쟁철학자 칼 폰 클라우제비츠(Cal von Clausewitz)의 말이다. 올해 2월 24일 러시아의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은 '특수 군사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3일 만에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그후 러시아 군은 거듭해서 전투마다 패배함으로써 3일은커녕 3개월도 넘어 지루한 소모전으로 진행되면서 그 전쟁은 "푸틴의 전쟁"이라고 비하되고 있다. 마치 1960년대 초강대국 미국이 4류 국가인 베트남에 정식으로 의회의 선전포고를 할 수는 없다며 국제경찰로서 수행하는 전쟁이 지속되면서 일명 "존슨 전쟁"이라고 격하되었던 경우와 비슷해 보인다.

러시아의 침공 후 승리의 전망이 지금까지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서방세계의 다양한 지원을 받으면서 우크라이나가 놀랍게도 선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과거 크리미아 전쟁에서 패배한 니콜라스 1세나 러일전쟁에서 패배한 니콜라스 2세라는 황제들처럼 패배를 인정하고 전쟁을 종결시킬 수 없으며, 또한 푸틴 대통령은 브레즈네프가 시작한 아프가니스탄의 질곡에서 고르바초프처럼 일방적으로 털고 나갈 수도 없다. 왜냐하면 이 전쟁은 바로 자기가 시작한 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는 패배를 결코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거인 러시아는 왜 소인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지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단지 스파이 출신인 푸틴 대통령이 대규모 전쟁에 대한 몰이해로 전쟁수행의 기본적 원칙들을 위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양문명에서 유일한 전쟁철학자로 인정된 칼 폰 클라우제비츠에 의하면 전쟁이란 우리의 적을 우리의 의지에 굴복시키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행위로서 전쟁은 원초적 증오심과 확률, 그리고 정책으로 삼위일체를 이룬다. 마치 컴퓨터가 빨강, 파랑, 그리고 노랑의 3가지 기본색으로 온갖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 내듯이. 전쟁의 삼위일체도 카멜레온같이 다양한 전쟁의 모습을 보인다. 이 삼위일체는 정부, 군부, 그리고 국민으로 구성되며 각 요소는 원칙의 준수여부에 따라 전쟁수행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푸틴은 바로 이런 전쟁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러시아의 압도적인 화력만 믿고 수백 년 동안 러시아의 식민지나 다름이 없었던 우크라이나의 저항능력을 완전히 얕보고 침공을 단행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첫째로, 푸틴정부는 국민들에게 정당한 전쟁의 목적을 제시하지 못했다. 2015년 일방적 크림반도의 기습 점령에 우크라이나와 서방세계가 당황한 채 비난만 퍼부었을 뿐 아무런 무력저항을 보이지 못하자 그곳들을 러시아영토로 병합하는 기정사실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것은 그에게 일종의 마약이 되었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을 추진한다는 것을 구실 삼아 우크라이나 전체를 러시아의 "완충국"으로 완전히 종속시키려는 그의 정치적 목적은 무모한 야망이었다. 푸틴은 또다시 전쟁선포도 없이 유엔헌장을 명백히 위반하는 제2의 침공을 단행하여 우크라이나인들은 물론이고 서방세계의 공분을 일으켰다. 서방세계의 지속적이고 다양한 지원은 푸틴의 야심을 허망하게 만들고 말았다.

둘째로, 전쟁 선포도 없었고 국가적 동원체제로 들어가지 않은 채 수행되는 대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러시아 국민의 애국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특히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초적 증오심이 전혀 없었다. 비록 소련제국 붕괴 후에 독립을 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냉전기간 내내 소련제국의 일부로서 그들은 동지들이었다. 그러므로 푸틴의 갑작스러운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와 열성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중대한 결함을 노출하게 되었다. 반면에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어설픈 침공에 국가 총동원체제로 맞섰다.

셋째로, 푸틴과 러시아의 군부는 군사전략의 기본 원칙들을 완전히 망각하고 있었다. 우선 기습작전에 실패했다. 기습공격에선 타이밍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동맹국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남유럽 작전의 실패를 회복하기 위해 히틀러가 러시아 침공을 한 달간 늦춤으로써 독일 침략군은 러시아 동장군의 저주를 피할 수 없게 되었던 것처럼,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침공을 연기해 달라는 중국 시진핑의 요구에 따라 우크라이나 침공을 연기한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시 우크라이나의 진흙탕의 저주를 받고 말았다.

넷째로, 공세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적대감이 전혀 없는 전투를 하다 보니 러시아 병사들은 치열하게 싸울 의지가 별로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소련제국 붕괴 후 소위 민주화의 영향으로 러시아 군은 재래식 군사장비의 개발과 훈련부족으로 인해 무기는 녹슬고 병력은 오합지졸로 전락해 버렸다. 그 결과 소위 마찰(friction)이 만연하여 어느 곳에서도 효율적인 전투를 수행할 수가 없게 되었다. 반면에 우크라이나는 침략적 공격보다 강력한 형태의 방어적 전쟁의 모든 유리한 이점들을 향유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할 때는 언제나 연합국의 일원이었다. 나폴레옹 전쟁이 그랬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그랬다. 그러나 러시아가 단독으로 전쟁을 치를 때는 언제나 패배했다. 크리미아 전쟁에서 그랬고 러일 전쟁에서도 그랬다. 따라서 기나긴 러시아 전쟁사의 교훈이 이 전쟁의 최종적 결과에 대한 예상의 올바른 증거가 될 수 있다면 러시아는 결국 군사적으로 패할 것이고 푸틴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축출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여전히 거인으로 남을 것이다. 왜냐하면 거인은 한때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면 여전히 거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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