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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7주년] “‘알박기’ 인사, 악순환 끊을 때…국정운영에 차질”

[창간 17주년] “‘알박기’ 인사, 악순환 끊을 때…국정운영에 차질”

기사승인 2022. 11. 11.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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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철학 다른 기관장 '버티기' 공무원들도 '복지부동'
"나가달라" 직권남용 문제에 정부도 부담
지자체, '임기 일치'…국회선 '한국판 플럼북' 발의


"전(前) 정부 '알박기' 인사로 국정운영이 멈출 지경이다."

대통령실의 고위 관계자는 국정운영에 있어 최대 난제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러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윤석열정부 출범이 6개월을 넘겼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알박기' 인사로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양새다. "국정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는 주장과 "보장된 임기는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이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면서 정치세력 간 갈등도 함께 첨예해지는 만큼 이제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올해 기준 370곳이다. 기관장과 감사직까지 포함하면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관 자리는 최소 700여곳 정도로 추산할 수 있는 셈이다.

'알박기' 인사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는 만큼 전임 정부 알박기 인사의 숫자를 명확히 하긴 어렵다. 다만 여당 내부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 1년 전 임명된 인사 등을 기준으로 해 대략 60여명의 알박기 인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7월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 임기 말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는 기관장급 13명과 (비)상임이사 및 감사 등 총 59명에 이른다"고 주장한 바 있다.

통상 정권교체기에는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자리에서 물러나 정부의 정치철학에 맞춰 업무를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관례지만, 전임 정부서 임명된 기관장들 사이에선 임기를 채우겠다는 입장이 상당히 형성된 상황이라고 정부·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지적하고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진영 간 대립 관계가 심해진 탓도 있고, 정부 지지율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보니 '버티기' 하는 인사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새 정부의 정책방향과 사뭇 다른 정치철학을 가진 인사들이 기관장직을 유지하면서 해당 공공기관이 '식물' 상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결정권을 쥔 대통령실과 같은 윗선에서 특정 방향성을 제시하더라도, 기관들이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알박기 인사들이 버티고 있다 보니, 공직사회 전반에 '복지부동'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세종시에서 근무 중인 공무원 A씨는 "상부에서 눈에 보일 정도로 윗선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근무하려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우려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당장 해소할 묘수가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전 정부 시절 형사처벌이 내려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으로 인해 정부가 직접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나가달라'는 얘기를 꺼낼 경우 직권남용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알박기 문제를 꼬집는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수단만 반복되는 형국이다.

계속되는 알박기 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지방자치단제들은 정무직 공무원, 산하 기관장·임원 임기를 단체장과 일치시키는 '임기일치제'를 시도하고 있다. 포문을 연 곳은 대구시로, 시는 지난 7월 특별조례를 제정해 시장이 선출될 경우 정무·정책보좌공무원은 새로운 시장의 임기 개시 전 임기를 종료하도록 했다. 이후 서울시, 대전시, 울산시, 경기도 등에서도 비슷한 취지와 내용의 조례 제정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의 '플럼북(Plum Book)'과 같은 명부록 작성 제도를 한국에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플럼북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행정부, 공공기관 직책 리스트와 자격요건을 규정한 책자를 말한다. '교체될 자리'를 못박아 인사 갈등이 벌어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 주요 직위의 자격 조건, 인명록 등을 명시한 '한국형 플럼북' 발간을 정례화하는 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정 의원은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이 국가 주요직위 명부록이 대통령 선거 직후 정례화돼 발간된다면 매 정권 반복돼 온 '낙하산', '알박기' 인사 논란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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